갑자기 슬프지 않았다
'아빠'라는 단어만 입 밖에 꺼내려 해도
눈가에 눈물이 그렁거렸던 나였다
하지만 마치 일상 생활 얘기처럼
어느 순간 갑자기 '아빠'이야기를 하고 있는 나였다
흔히 '삼년상'이라는 말이 있다
만 3년 정도가 되면 제법 '이별'에 의연해진다는 얘기겠지
이제 만 2년인데
너무 갑자기 빠르게 의연해져서
아빠가 서운하지는 않으셨을까?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그런 생각이 얼마 안 든 시점
엄마가 아빠 꿈을 꾸셨다고 했다
아빠 꿈을 잘 꾸지 않는 엄마셨는데
엄마도 있고 작은 아버지도 계시고 아빠도 계시고
어디론가 이동해야하는 상황인데
엄마랑 작은 아버지는 한 방향으로 같이 가시는데
아빠는 반대 방향으로 가시려고 하면서
특별히 어떤 말을 하는건 아니였지만
미련 없는 그 모습이
"이제 나는 다른 세상 사람이다."
라는걸 인정하시고 보여주시려 하는 모습 같았다고 하셨다
왠지 그 꿈을 꾼 시기와
내 마음이 의연해진 시기가 비슷했으므로
'아 드디어 세상에 미련이 있어 구천을 떠돌던 아빠의 영혼이 이제서야 모든 미련을 버리고 본인이 가셔야할 저승으로 가실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확인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영혼의 존재
죽음 이후의 세계
그 모든 건 증명할 수 없으므로
단지 우리의 생각 혹은 상상 혹은 마음일 뿐이다
하지만 인간이란 존재는
그것이 설사 '공상'이라 해도
그런 생각들이 알게 모르게 위안이 된다는 것이다
어쩌면 살아있는 남은 이들을 위해
'영혼'이니 '저승'이니 하는 개념도 생겨났을지도 모른다
'사실'이야 무엇이든 중요하지 않다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믿는 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게 내 마음이 편해지는 일이라면
내 옆의 누군가의 마음이 편해지는 일이라면
혹시하도 있을 이 세상을 떠난 영혼이 평안해지는 일이라면
'맞는'일이 아닐까
그래도 난 한편으로 좋다
멀쩡히 아빠 얘기 실컷 해놓고
'어 이제 생각보다 괜찮네?'
하는 순간 눈물을 흘리는 순간도 있었지만
그래도 아빠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는게
입 밖으로 아빠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게
1년 쯤 지나면 아빠 사진을 보는 것도
먹먹함이 덜 할 수 있을까
에이.. 사진 볼 생각하니 또 눈물이 고인다
역시 아직 '이별'은 진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