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왕(遊戲王)의 정보가 눈 앞에 펼쳐졌다. 읽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다소 지겨워 하는 성좌들이 많아 우선 어떤 행동이든 해야했다.
"꺄악~~"
"뭐..뭐야!!!"
갑자기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우당탕하고 부서지는 소리.. 뭔가 한바탕 난리난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으악!다..당신 뭐야?"
"꺄아아아아~!"
살점이 터져나가는 소리가 이런 소리일까. 때 아닌 난리통에 꽤 지루해하던 성좌들의 시선을 끌 수 있었다. 물론 난 숨어있는 것 밖에 할 수 없었지만 내가 비류의 방송에 나오는 덕에 성좌들도 지금의 상황을 구경할 수 있는 것이여서 자연스레 나보다 위의 상황에 관심을 두고 보는 상황이 된 것이다. 지금이 어쩌면 기회이다. 나는 빠르게 눈 앞에 떠있는 텍스트들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재치재담(才致)才談) 희극대부(喜劇代父)유희왕(遊戲王)
'진정한 웃음'에 대한 갈증이 있는 성좌이다. 단명(短命)하며 미처이루지 못한 희극(喜劇)에 대한 갈망을 대신해줄 화신을 찾는 성좌이다.
짧고 자극적인 '웃음거리'에 대해서는 '극혐'하는 성좌로 '진정한 웃음'을 갈망하며 그에 필요한 연출,분위기,설정 등 그 어떤 것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화신'을 보는 안목이 높은 편이여서 그가 고른 화신들은 대부분 유희왕(遊戲王)이 원하는바를 성공적으로 해냈고 그 화신들을 통해 다른 성좌들의 코인을 많이 끌어 모을 수 있었다. 그렇게 유희왕(遊戲王)은 성좌 중에서도 꽤많은 코인을 보유한 '큰손'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전지적 독자 시점'에 등장하는 성좌들은 '급'이란게 있다. '위인급 성좌','설화급 성좌','신화급 성좌'로 구분되어있다. 성좌의 수식언이나 특징을 보다보면 대부분은 우리가 익히 알만한 위인이거나 알려진 이야기 속 주인공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전독시'의 작가가 어떤 이를 모델로 성좌를 만들어 냈는지도 예측이 가능했다.
하지만 유희왕(遊戲王)에 대해선 내용을 읽어보고도 떠오르는 인물이나 이야기가 없었다. 그나마 생각나는건 '찰리채플린'정도였는데 아직 우리나라 성좌가 아닌 성좌가 벌써 비류채널에 들어올 일은 없을 거고..스킬이 발현한만큼 어쩌면 '상상력(想像力)'스킬로 나타난 성좌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유희왕(遊戲王)의 정보가 지금 무슨 의미인가 싶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어떻게 등장하게된 성좌인지는 내게 중요한 문제였다. 아직 상상력(想像力)의 스킬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 건지 파악되지 않았기에 한 번 더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잘만 활용하면 꽤 유용한 스킬이 될 것 같았다. 아직은 낮지만 스킬 레벨이 올라가고나면소설의 이야기에 미치는 영향력이 훨씬 더 높아질 뿐더러 더 많은 '멸살법'의 이야기가 구성될지 모를 일이다. 그렇게 된다면 소설 속에 있는 나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치겠지...
내가 유희왕(遊戲王)의 정보를 읽는 동안 위쪽의 대부분의 사람은 쥐어 터져나가고 있었다.
"끄..끄윽..우리한테 왜 이러는거야..."
"이유는 묻지마라. 너희는 그냥 다 죽어줘야하니까."
드디어 이 상황을 벌려놓은당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아니 그러니까 우리가 죽여야하는 이유가 뭔데! 지금 시나리오에서우릴 죽일 이유가 없을텐데!!"
따져 묻는 목소리의 사람 또한 그에게 쥐어 터져나갔다.
"이유? 꼭 알고 싶나?"
"그..그래! 도대체 왜?"
"내가 살아본 두 번의 삶이 그 이유지."
"그..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 으악~~!!"
잠시만.. 내가 살아본 두 번의 삶이라고?? 이 말은.. 그...그러니까.. 저 사람은???!!!
잠시 잊고 있었다. 내가 읽은 '전지적 독자 시점'의 주인공인 '김독자'에게 정신이 뺏겨있었기에 중요한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잊고 있었던 그 사람!!!
그건 바로 김독자가 읽은 '멸살법'의 주인공.회귀자로 현재 3회차의 삶을 살고있는유중혁이였다!!!
아! 왜 유중혁을 생각 못하고 있었을까?
그제서야 소설의 일부가 기억났다. 김독자 일행이 충무역으로 이동하며 이미 유중혁이 쓸고 지나간 흔적들을 보며 지나갔던 내용이 말이다. 그게 벌어지는 가운데 내가 있는거고.
순간 이와중에도 절세미남으로 묘사되는 유중혁의 얼굴이 궁금해서 슬쩍 올려다 보고 싶은 욕망을 끌어내려야했다. 내 존재가 들키는 순간 나도 유중혁한테 죽어버릴것이다. 나는 원래 소설 속 인물이 아니니 유중혁은 지금 내 존재에 대해 당연히 모를것이고..
[다수의 성좌들이 다른 화신들의 활동을 볼 수 있어 좋아합니다.]
[상당수의 성좌들이 코인을 후원할 필요 없는게 장점이라고 말합니다.]
그들은 본디 비류 방송의 화신들은 아니다보니 원래라면 볼 수 없는 장면들이 방송으로 송출되고 있는 것이였다. 특히 유중혁의 행보가 아주 자극적이여서 성좌들에게는 꿀잼이었을 것이다. 비류 방송의 화신이 아니다보니 당연 코인 후원 없이도 관람할 수 있는 상황일 것이고 성좌들도 '공짜'라면 좋아하지 않을리 없겠지.. 이래저래 유중혁의 덕을 보고 있었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그럴 것이 역시 최강의 화신답게 그 많은 인파를 순신각에 다 해치워 버리고는 다음 역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유중혁이였다.
덕분에 나는 드디어 선로위로 올라올 수 있었고 거긴 사람들이 죽어서 널부러져있었다. 그 광경은 너무도 끔찍했으나 눈을 질끈 감고서는 사람들의 시체 뒤 방독면이 놓인 곳으로 이동했다.
유중혁 덕에 손쉽게 방독면을 득템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문제는 따로 있었다. 지하철의 방독면은 두가지 종류가 있었는데 화재용 방독면과 화생방용 방독면 이였다. 그만큼 방독면의 개수가 많았고 그 안에서 숨겨진 아이템인 방독면을 어떻게 찾느냐하는게 문제였던 것이다.
이제 유중혁도 떠났고 내가 활약할 차례였다. 아니면 성좌들은 또 금방 흥미를 잃어버릴 것이다. 그렇다고 여기까지와서 방독면을 찾지 않기엔 아쉬운데...
[일부 성좌들이 지금 행동에 의아해하며 답답해 합니다.]
[대부분의 성좌들이 빨리 움직이라고 독촉합니다.]
그래. 알았다고 알았어. 우선 뭔가 다른게 있을지도 모르니 일단 뒤지자.
"지금 뭐 하시고 계시는겁니까?"
비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비류도 내가 뭐하는지 모르니 왠만히 답답했던 모양이다. 도깨비 통신을 이용해 다시 말을 걸어왔다.
"여기 잠시 투명인간을 만들어 주는 방독면이 있어 들고 갈꺼야."
"네? 네?? 그 ....그 방독면이 있다구요??? 분명 다 수거 했을껀데???"
사실 내 상상력(想像力)스킬이 실제로 실현 되는지는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데 비류의 그 한 마디로 스킬로 전개된 '멸살법'이야기가 '실제'가 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도깨비 수치템인데 그게 아직 어떻게 여기에.."
"혹시 알아볼 수 있는 방법없어? 방독면 찾는데 시간이 오래걸리면 성좌들이 지루해할꺼야. 나도 여기서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했어."
"그..원래는 알려주면 안되는데.. 아니 이미 다 수거한 아이템이니 상관없나... 아...아무튼.. 수치템이긴 해도 아이템은 아이템입니다. 약간의 푸른기운이 돌아서 자세히 보시면 금방 알아보실껍니다."
비류 덕택에 다행이 방독면은 금방 찾을 수 있었다.
"덕분에 고마워. 그리고 도깨비 통신 켠 킴에 부탁 좀 하자."
"뭐..뭡니까?"
"코인 일부라도 조금 정산받을 수 있을까? 이래서는 시간내에 미션 클리어 못하겠어. 지금 유중혁이 충무로까지 쭉 쓸고 갔을꺼야. 빠르게만 따라간다면 수월하게 미션을 해결할 수도 있어. 민첩성만 좀 올려도 빠르게 따라갈 수 있지 않겠어? 유중혁의 빠르기를 따라갈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아..아까 저 자가 유중혁이라는 자입니까? 그..그 건도 어떻게 아는지.. 흠흠...일단 덕분에 재미를 보고 있고..미션을 클리어 해야 방송이 정규방송으로 자리잡을 수있을테니..뭐..좋습니다. 일부 정산해 드리죠. 이왕이면 체력도 같이 올리십시요. 빠르게 이동할 수 있어도 체력이 떨어지면 소용없지 않습니까?"
비류 이 녀석. 꽤 꼼꼼하잖아? 자기 할일은 똑바로 해낸다는 도깨비라는 소설 속 설정이 떠올랐다. 그나저나 그동안 후원받은 코인이 얼마이고 비류가 얼마의 코인을 정산해 줄까?코인에 따라 올릴 수 있는 체력과 민첩의 레벨이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둘 다 올려야 하기에 꽤 넉넉한 코인이 필요했다. 그리고 체력 민첩의 기술을 레벨업 시켰을 때 느껴질 나의 몸의 움직임도 매우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