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메세지가 화면에 뜸과 동시에 비류의 화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방송이 켜진만큼 도깨비 통신으로 이야기를 하는 듯 했다.
"악~~어..어떻게 합니까?바.. 방금 '코인복권'에 첫번째 시나리오에서 스킬이 발현되는 것에 500코인 넣은 성좌가 계셨는데 넣자말자 그렇게 되어버렸습니다~! 처음 시나리오에서는 발현스킬이나 발현시점 중 하나만 맞춰도 두..두배를 드리기로 했는데!! 1000코인주게 생겼습니다~ 주는 코인보다 받는 코인이 더 많을꺼라고 했잖습니까? 어...어떻게 합니까?"
당황스러운건 내 쪽도 마찬가지였다. '코인 복권'에 여러 성좌들이 투자하고 그래서 '꽝'이 되는 경우가 많아야 하는건데 처음 투자한 성좌가 당첨이 되어버리다니..아직 '코인복권'에 모인 코인도 없는 상황에서 말이다. 또 다시 눈이 붉어지려는 비류를 보며 '내 설득력을 또 발휘해보자'생각하며 마른침을 삼켰다.
"비류~혹시 당첨코인 언제주는지는 안내가 되어있나?"
"시나리오가 종료되면 당첨코인을 준다고 했습니다. 그래야 모인 코인으로 지급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지말고 지금 당장 코인을 줘."
"뭐...뭐라고요? 지금 장난합니까?"
"혹시 잘못되더라도 내가 책임질께. 성좌가 500코인 넣어서 1000코인줘야하면 500코인 빌리면 되잖아? 그러니 지금 당장 지급해줘."
"지..지금 상태로 봤을 때는 500코인채..책임 지실수 있을지 저..전혀 믿음이 아..안가는데요??"
"어쨌든 당첨코인을 안 줄 수는 없잖아? 그럼 너의 채널에 신뢰도가 떨어져서 그나마 있던 성좌들도 나가버리겠지. 어짜피 줘야하는거 빨리주고 책임은 내가 지니 나쁠 것 없잖니?"
비류도 당첨코인을 안줄 수 없는 부분은 인정하는 것인지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속아준다'라는 표정을 지으며 방송을 이어나갔다.
"와~성좌님 축하드립니다! '코인 복권'에 투자 하시자 말자 당첨되시다니요!! 첫 번째 시나리오라서 당첨율도 커서 두배인 1000코인을 받으시게 됩니다. 아시겠지만 스킬 발현될 수록 당첨율은 낮아지십니다. 원래는 시나리오 끝난후 코인을 드려야하지만 처음으로 당첨되신만큼 즉시 당첨코인을 지급해 드리겠습니다!!이후 코인 당첨율은 공지사항으로 올려놓겠습니다."
[다수의 성좌들이 당첨코인을 받는 모습에 호기심을 보입니다.]
[소수의 성좌들은 저런 듣도보도 못한 스킬을 뭐냐며 불평을 토합니다.]
[당첨코인을 획득한 성좌가 '스타스트림'에 해당 채널을 추천했습니다]
성좌들의 호오(好惡)가 들리자 소설 속에 들어온 것이 또 한번 실감되었다. 그나저나새롭게 발현한 '상상력(想像力)'이란 스킬은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파악해야할 것이다. (그러고보면 내 스킬들은 하나같이진짜 '독자'로써 가지고 있을만한 스킬들인 것 같은 생각이...)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숨어서 가야하는 시나리오인 만큼 김독자가 얻었던 보이지않게 해주는 망토같은걸 얻을 수 있으면 좋을텐데...하지만 그 역시도 많은 시나리오를 거쳐서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이였기에 지금 당장 내가 그런 아이템을 얻을 수 있으리 만무했다. 그리고김독자가 그 망토를 언제 어디서 어떻게 얻었는지 기억해내려해도 정확한 기억이 떠오르지 않았다. 김독자의 기억력이나 소설의 내용을 빠르게 읽을 수 있는 스킬같은게 부러워지는 순간이였다.
그래도 '상상력(想像力)'을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자 머릿속에 수많은 텍스트들이 펼쳐지고 있었다. 머릿 속을 빠르게 지나가던 텍스들이 곧 작은 화면에 읽을 수 있는 형태바뀌었다. 그 것을 읽으려는 찰나였다.
딩동- 딩동-- 딩동---
"어어어?"
비류가 도깨비 통신을 끄고 있지 않았던 모양이다.
딩동- 딩동-- 딩동---
"어어어어어??"
점점 놀라는 듯한 비류의 목소리
"무슨일인데 그래? 시나리오 진행해야하는데 집중이 안되잖아. 성좌들이 곧 지루하다고 하겠어."
"그..그게 갑자기 '코인 복권'에 코인이 마..마구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그리고 당첨된 성좌님이 제 채널을 '스타스트림'에 추천하고 난뒤 다섯 분의 성좌님이 더..들어오셨는데.. 그러고 나니 '코인 경매'에도 코인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지..지금 코인을 넣느라 정신들이 없으셔서..막상 시나리오 진행을 보고 계신 성좌님들이 몇.. 없으신 것 같습니다!!"
이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사실 500코인을 내가 책임지겠다고 큰 소리는 쳤지만 코인은 1도 없는데다 능력치도 하찮은 내가 500코인을 어떻게 책임질지 막막했던 것이다. 갚을 때까지는 어쩌면 죽고 싶어도 죽지도 못하고 비류의 하인처럼 살아야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당첨 코인이 꽤 컸고 즉시 지급해서인지성좌들 사이에서도 반응이 빠르게 온 것 같았다. 성좌들이 코인을 넣는데 정신없는 지금이 기회이다. 나는 다시 화면의 텍스트에 집중하며 읽기 시작했다.
[상상력(想像力)으로 '멸살법'의 내용이 구성되었습니다.]
[당신의 상상으로 '멸살법'의 내용이 전개되며 해당 시나리오에 적용됩니다.]
[해당 스킬이 낮아 '멸살법'의 일부 내용만 구성되었습니다.]
이 세개의 메세지 뒤로 '멸살법'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었다. 스킬의 이름이나 메세지를 봤을 땐 '실제 멸살법'의 이야기가 아니라 '전지적 독자시점'을 읽고 '상상한 멸살법'의 이야기가 '진짜 멸살법'의처럼 되는 스킬일꺼라는 예상이 들었다. 그걸 확인하는 방법은 이 텍스트를 다 읽어보면 알겠지.
[.....약수역에서는 도깨비가 미처 회수하지 못한 아이템이있었다. 이 아이템은 좀 잘못만들어져서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해 모두 회수했지만 약수역에 만큼은 하나 남아있었던 것이다.
지하철 역이라면 비상시에 대비한 '방독마스크'가 항상 구비되어있다. 이 아이템은 바로 약수역 방독마스크중에 하나 숨어있다. 이 방독마스크를 쓰면 잠시 그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 투명인간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마스크로 쓰고 숨을 참아야지만 모습을 숨길 수 있다. 그렇기에 숨을 참은 1~2분 정도만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모습은 숨겨져도 정말 없어지는 것은 아니여서 누군가와 몸을 부딪히기라도하면 들킬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한다. 그리고 방독면의 특성상 이런와중에도 사용시간은 철저하게 정해져 있었다.이렇듯 기능이 많이 떨어지는 아이템이다보니 도깨비들 입장에서'수치템'되었고 그렇기에 해당 아이템을 다 수거하게 된 것이였다......)
아직 스킬수준이 낮아서인지 소설의 극히 일부분만 구성되어 있었다. 그래도 다행히 나에게 꼭 필요한 부분의 이야기가 보여지는 것 같았다. 해당 아이텀의 사용 시간이 몇분인지는 몰라도 없는 것보다 있는게 나을 것이다. 이제 코인을 다 넣은 성좌들이 방송에 다시 집중할 것 이고 나도 이제 진짜 시나리오 활동을 시작해야한다.
"비류~이제 시작해볼께. 한 가지만 해줘. 그리고 지금 대화는 성좌들이 듣게 해줘도 좋아. 우리끼리 도깨비 통신 쓰는걸 알면 성좌들 불만이 장난아니기도 할꺼니까"
"큽...뭐..뭔데 그러십니까.. 이..일단 도깨비 통신은 끄겠습니다."
한참 코인의 맞을 보고 있는 비류라서 순수히 내 말을 들어주었다. 이제 성좌들이 내 목소리를 다 들을 수 있겠지?
"어이~ 비류~ 부탁이 있어."
"뭐..뭔데 그럽니까? 감히 도깨비에게 부탁이라뇨?"
"어려운거 아니야. 그냥 진성(眞成)으로 소리 좀 질러줄래?"
"뭐..뭐라고요? 지금 '들키지 않고' 가야하는 시나리오인걸 모르십니까?"
[소수의 성좌들이 당신의 대범함에 감탄합니다]
[소수의 성좌들이300코인을 후원합니다.]
[몇몇 성좌들은대책없는당신의 말에 한심함을 들어냅니다.]
그렇다. '전지적 독자 시점'소설에서도 그렇 듯 나의 말과 행동을 좋아하는 성좌들도 있지만 반대로 싫어하는 성좌들도 있다. 어짜피 모든 성좌를 만족시킬 수도 없고 지금 상황에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방법을 쓰면 되는 것다. 코인이 필요한 나는 반드시 성좌들의 관심을 끌어야했기에..
사실 비류에게 소리를 질러달라고 한데는 나름 이유가 있었는데 방송을 시작전 비류의 비명소리로 저쪽 사람들이 웅성댄 적이 있다. 그 때 사람이 죽는 소리라며 그냥 넘겼던 일이 생각난 것이다. 물론 그때는 처음 있었던 일이고 또 한번 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사람들의 반응이 다를지도 모르겠지만아까는 시나리오 전의 상황이였으니 감안하고 해본 시도였던 것이다.
비류도 코인후원도들어오자 성좌들의 반응이 있다 싶었는지 냅다 "으악~!!!"하고 역 안이 쩌렁 쩌렁 울릴 만큼 소리를 질렀다.
[소수의 성좌들이 '스릴감'을 기대합니다.]
[소수의 성좌들이 100코인을 후원합니다.]
[몇몇의 성좌들은 사람의 말을 들어주는 비류를 한심하게 생각합니다.]
"뭐야? 또 비명소리야?"
"그러게 말입니다. 아까도 저쪽에서 소리가 나지 않았습니까?"
젠장, 역시나 아까와는 다른 반응이다. 너무 무리한 시도를 한 것일까 혹시나 이쪽으로 움직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아직 사람과의 거리가 있는 지금 무엇이든 해야했다. 나는 바닥에 납작엎드려 기듯이 움직여 지하철이 다니는 선로 밑으로 숨어 들었다.
[소수의 성좌들이 당신의 움직임에 흥미를 느낍니다.]
[몇몇의 성좌들은 '고구마전개'를 예상합니다.]
비류의 말처럼 성좌들이 더 들어와서 인지 성좌들의 호오(好惡)도 꽤 많이 들려왔다. 다행히 사람들하고 거리도 있고 어두워서 움직이는게 들키지는 않은 듯 했다.
"제가 한번 다녀와보죠."
"혹시 모르니 둘이서 다녀와봐."
"네. 제가 따라가보겠습니다."
역시 사람들은 소리가 난 쪽으로 이동하려는 모양이였다. 나는 최대한 지하철 선로 안쪽 벽으로 붙어 몸을 낮췄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했던가. 사람들이 이동할 쪽 벽면에 바짝 붙여서 사람들이 오고 있는 방향쪽으로 아주 조금씩 조금씩 이동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성좌들이 지루해하기 시작합니다.]
[소수의 성좌들은 재미있는 상황을 기대합니다.]
[몇몇의 성좌들은 긴장감을 느낍니다.]
역시, 사람들도 열이면 열 생각하는게 다 다르듯이 성좌들도 그런 부분에서는 별 다른 것은 없는 것 같았다.
이쪽으로 오는 사람은 둘, 분명 내가 이동하는 곳은 사람이 많을 것이다. 들키는건 두명에게 들키는 거나 여러명에게 들키거나 어짜피 나에게는 도긴개긴이고 지금 중요한건 방독마스크를 찾는 일이다. 방독마스크는 사람들이 지하철을 타고 내리는 곳에 가까이 비치되어 있을 것이고 지금 그 곳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었다. 어짜피 충무로역을 가려면 지나가야하는 길이기도 했다.
마침내 내 바로 머리위로 이쪽으로 오던 두 사람이 지나고 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 멈추며 숨을 잠시 참았다. 아직 숨을 안쉬면 안보이는 방독면을 쓴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너무 긴장되고 무서워서 나도 모르게 숨을 멈추고 있었다. 다행히 지금 장면은 꽤 스릴감이 있는지 성좌들의 반응도 대부분 좋았고 후원 코인도 조금 들어왔다.
그들은 빠르게 이동했고 나는 아주 느린 속도로 이동했기에 원래 자리에서 그렇게 많이 벗어나지는 못한 상태였다. 거기에 지루함을 느끼는 성좌들이 꽤 있었다. '유희찾기'가 목적인성좌들이 아직 주였기에 재미를 못 느끼면 금방 채널을 나가버릴 지도 모르는 일이였다.
그것도 문제지만 이런 속도로는 '충무로역'역은 커녕 '동대입구역'근처에도 못 갈 상황이였다.내 능력치가 너무 낮은 것에 한탄이 느껴지는 순간이였다.그러고보니 비류 '코인복권'으로 코인이 꽤 모인 것 같은데..일부라도 정산 받으면근력,체력.민첩을 높이는데 쓸 수 있지 않을까?비류가 바로 코인을 정산해 줄지는 모를 일이지만 그래도 얘기를 꺼내 볼만은 했다. 김독자처럼 '도깨비 보따리'를 열면 더 좋겠지만 아직 파일럿방송인데다 내가 보여준 것도 없는만큼 비류가 열어줄리 만무했다. 주인공인 김독자도 두번째 시나리오 중 '도깨비 보따리'를 열었으니 말이다.
"뭐야? 도깨비잖아?"
아직 미쳐 모습을 감추지 않은 비류가 소리를 듣고 온 두 명과 마주쳤다.
"역시 사람소리는 아닌 것 같았는데~ 너냐?"
"아..아 그게 제 채널에 갑자기 엄청난 성좌님이 들어오셔서.. 저..저도 모르게 너무 좋아 소리를 질렀습니다. 죄..죄송합니다."
"뭐야~ 그럼 아까는? 아까도 니가 낸 소리야?"
"아..그..그때는 그나마 코인벌이 하던 화신이 죽어버려서 절망감에 그..그만.."
"아하~그 때 방송망하겠다 싶었는데 지금 막 생각지도 못한 성좌가 들어와서 대단히 놀라셨나보지?"
"아~!네네! 맞습니다. 죄송합니다. 주의하겠습니다."
저 정도면 비류가 일부러 날 위해 사라지지않고 아직 있었던거 아닐까싶을 정도였다. 물론 정말 날 위한다기보단 너무 하찮은 유일한 채널의 출연자인 화신인 나를 걱정을 했을 것일 테지만...
[소수의 성좌들이 특혜를 주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을 가집니다.]
[몇몇의 성좌들은 비류가 소리지른 것은 맞다며 옹호합다.]
[일부의 성좌들은 방송의 한심함에 혀를 찹니다.]
성좌들의 반응은 대부분 좋지 못했지만 다행이 그 둘은 비류의 소리임을 확인하고 돌아가려는 듯 했다.
"저..저기 엄청난 성좌님이 들어오셨다는거 진짭니다."
비류가 땀을 뻘뻘 흘리며 성좌들을 진정시키고 있었다.
"그..그게 제 채널에 이런 성좌님이 오신 경우가 없으셔서...유희왕(遊戲王)님..화..환영합니다!! 제 채널에 오셔서 가..감사합니다! 계속 지켜봐주십시요~!그..그럼 저는 더.. 더 이상 시나리오에 방해되지 않게 사라지겠습니다."
유희왕(遊戲王)? 전혀 처음 들어보는 성좌인데? 내가 아는건 '전지적 독자 시점'에 나온 이야기일뿐이니 '멸살법'에서 나오는 성좌일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 어떤 성좌의 후원으로 몰입 스킬이 일시적으로 올라가며 내가 소설 속에 들어올 수 있었던거라 나를 후원한 성좌가 누굴까 하는 생각은 아까부터 줄 곧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