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기억들도 있었기에 아프다
연애를 하다 헤어져도 정리해야할 기억,물건, 사진 등이 있을 것이다
거의 14년이 다 되어가는 결혼생활이였다
얼마나 많은 시간의 흔적들이 있었겠는가...
가장 고민되는 부분은 가족 사진이였다
셋이 찍은 사진은 많이 없긴했다
아무래도 아이와 함께 있는 사진을 서로 찍어주곤 했으니...
헤어진 연인처럼 같이 찍은 사진을 다 찢어 없앨 수도 없었다
그 사진에는 아이가 항상 같이 있었기 때문이다
카톡 프로필 사진에서 SNS에 올린 사진부터 삭제해나갔다
원본 파일을 가지고 있는 사진들이였고
누군가는 볼 수 있는 사진들이였기에
상대가 있는 사진은 모두 삭제했다
시댁식구와 SNS팔로우도 끊었다
내 사진은 사실 모두 공개로 되어있었지만
이혼과 동시에 팔로워들만 볼 수 있도록 수정해두었다
결혼식, 웨딩촬영 액자들을 모두 버렸다
그것만은 남편이 보는 자리에서 쓰레기봉지에 넣었다
사실 남편 몰래 빼놓은 사진이 한장이 있었다
결혼식을 하면 추가금을 내고 가족사진을 부탁하곤 한다
그 사진만큼은 앨범이 아닌 인화된 사진으로 남겨있었다
그 사진에 돌아가신 아빠가 계셨다
그 당신의 젊은 모습을 간직한채
그 사진을 보니 또 눈물이 났다
딸이 이혼한걸 아시기전에 가셨으니 다행일까 생각이 들었다
이 사실을 알면 얼마나 어의없고 속상하실까 생각이 들었다
분가를 하면서 직접 짐을 싸고 직접 짐을 풀었다
큰 짐을 다 정리하고 난 뒤 자잘한 것들을 정리하다 보니
지갑 깊숙히 넣어놓은 작은 가족사진이 하나 있었다
시댁에서 온 가족이 다같이 찍은 사진이였다
그 사진을 보니 만감이 교차했다
그 사진은 인화해서 큰 액자로 시댁 거실에 걸려있었다
그 액자를 땠을까? 쓸데없는 의문이 들었다
미운와중에도 보고 싶었다
남편은 몰라도 시댁가족들과는 좋은 기억이 거의 다였다
보고싶어 하는 내 마음이 오히려 더 미웠다
긴 시간을 '진짜 가족'이라 생각하고 살았다
오히려 친정식구들보다 더 애정을 줘서 친정식구들이 섭섭해하기도 했다
그게 다 무슨 의미이겠는가 이제는 그냥'남'인 사람들인데..
그들은 내 생각이 날까..보고싶어할까.....
또 쓸데없는 의문이 들었다
같이 산 세월이 긴만큼
그 흔적들은 치워도 치워도 어디선가 불쑥하고 튀어나왔다
모든걸 다 치울 수도 없는 노릇이였을 것이다
내 생활과 밀접해져 있는 것들도 있었을테니...
이혼이란 그랬다
완전히 이별하지 못하는 것이였다
특히나 상대가 아이를 키우고 있으니 그랬다
너무 많은 기억들이 존재했다
왜 이별 후에는 아름답고 좋은 기억이 먼저 떠오르는 것일까...
나는 분가를 먼저했기에 이별하게 된단걸 빨리 받아들였고 더 실감했다
사는 환경의 변화가 없는 사람은 당장은 알 수도 느낄 수도 없는 부분이 분명 있을 것이다
억울한 마음도 들었다
후회하든 그리워하는 상대의 몫이여야할텐데..
아무리 허수아비라도 '빈 남편'의 자리는 있다는걸 벌써 느끼는 나였다
'그 사람'이 그리운게 아니다
'내 남편의 자리'가 그리운 것이다
'가정'의 테두리가 그리운 것이다
긴 시간이였으니 어찌 나쁜 기억만 있겠는가..
분명 좋았던 시간도 있었을 것이다
25년에 헤어졌는데
참 아이러니 하게 남편과 가장 좋았을 때가 23년부터 24년 상반기까지였다
남녀사이는 모른다는 말이 있듯
부부 사이도 결국 남녀사이인 것이고
어제 좋았다해도 오늘 헤어지는게 남녀사이이듯
부부사이도 그런 것이였다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내 마음이 허망하고 허탈한것도 어찌할수가 없는 노릇이다
좋은 추억이 있기에 아프고
아픈 기억은 더 아팠다
긴 시간이였고
함께 살아온 시간들이였기에
흔적은..기억은
끊임없이 어디선가 흘러나왔다
그때마다 들었던 감정은 솔직히 달랐다
'잘 헤어졌다'생각이 드는날도 있었고
상실의 고통에 몸부림치는 날도 있었고
아이가 너무 보고 싶어 우는 날도 있었다
현재 내 삶에는
'기쁨'과 '즐거움'같은 긍정의 감정들은 존재하지 않고
온통 부정적인 감정만 존재하는 것 같았다
'희노애락'이 있기에
삶이 엎치락 뒤치락 유지되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내 감정들은
상쇄가 없이 계속 쌓여만 간다
그렇기에 더 고통스럽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평소에 보지도 않는 예능을 보면서
의미없는 너털웃음이라도 지어보지만
웃을일이 없으니 평소에 웃지 않을 것에도 웃는 나를 보며
가엽게 느껴지기도 했다
감정의 골의 끝을 알 수 없는 시간들이
속절없이 지나가기만 한다
이 감정들이 오롯이 나만의 숙제인것만 같아 억울함 감정이 공유한다
아직은 머나멀게 느껴진다
일상의 소소한 웃음이 기쁨이
지금의 나에겐 마치 허락되지 않은 그 일반적인 것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