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비밀일기_3편

by Heana

너를 다시 만나는 여러편의 상상 중

공통점이 하나 있었어

네가 나에게 '잘 지냈어?'하고 묻는다면

내가 어떤 상황이든 '잘 지냈고 지금도 잘 지낸다'고 대답하며 함박웃음을 짓는거지


내가 아는 너라면 그런 대답을 듣고 싶어할 것 같았어

잘지냈다고 대답하면 안심할 것 같았고

여전히 잘지내고 있다고 하면 나의 삶 그대로를 축복해줄 사람이였으니까


하지만 정말 너를 다시 만났을 때 나는 절대로 그런 말이 나오지 않더라

사실 너는 나의 얼굴을 보자말자 내가 분명히 대단히 안좋은 일을 겪고 있다는걸 느꼈다고했어

10년을 가까이 한집에서 같이 산 사람은 내 표정의 변화도 빛을 잃어가는 얼굴도

알아보지도 관심도 없었는데 너는 그걸 한눈에 알아봤다니...


아무리 괴로워도 혼자 끙끙 앓고 누구에게도 말하지도 의논하지도 못한 얘기들이였어

사실 가까운 사람일수록 나의 이혼을 더 힘들어하고 아파해서

힘이 되어줄줄 알았던 사람들이 오히려 멀어지더라고

그런데 왜 네 앞에서는 그렇게 모든 얘기들이 쏟아져나왔을까

내가 말하는 그대로를 그냥 믿어주고 들어줄 사람이란걸 알아서?

오랫 시간을 넘어 만났어도 분명 내 아픔을 같이 아파하고 공감해줄 사람이란걸 알아서??


내 이혼 사유가 뭐였는지 알아?

난 그냥 단지'여자가 되고 싶다'며 발악했던 것 밖에 없어.

그렇다고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 있었던 것도 아니야

단언컨데 10여년의 결혼생활동안 난 단 한치의 부끄러움도 없이 살아왔어

그건 단지 하나의 표현이였을 뿐 나를 다시 찾고 싶다는 아우성 같은거였어


결혼한 여자들의 삶이 다 그렇잖아

아내가 되고 주부가 되고 며느리가 되고 엄마가 되고

내 이름을 점점 잃어가는 삶을 살게 되지

나로써의 삶이 아닌, 수 많은 '역할'을 해내가면서 사는 삶


사회생활을 다시 시작하면서부터였던 것 같아

갑자기 나를 찾고 싶다고 '각성'이 된게 말이지

그곳에서는 날 존중하고 날 함부러 대하지 않으며 매너를 지켜줬거든

내가 당연히 받아야 되는 인간적인 도리 같은거였는데

긴 시간을 그런게 없이 살다보니 내 스스로도 둔해졌던 것 같아


내 이름으로 살고 싶어졌어

나로써의 인생을 살고 싶어졌어

완전히 잃어버린 '여자'로써도 살고 싶어졌어

그런 소망이. .바램 자체가 나쁜건 아니잖아?

하지만 그 말 하나로 지금의 이혼까지 이르게 됐어


이제 '진짜 끝'을 눈앞에 두고 있었는데

갑자기 널 만나게 된거야

그렇게 '여자하고 싶다고'미친 듯이 리쳤는데

날 여자로 만드는게 왜 너냐고




그녀가 그에게 '여자'라는 존재가 되다는건 마치 '마약'같은 것이였다

절대로 하면 안된다는걸 알면서도 멈춰지지 않는 것


그녀는 그를 만나면서 자신 안에 이토록 깊은 갈망이 있었다는것에 놀랐다


'여자'로써의 삶은 죽었고 이제는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실 마음 깊숙한 곳에서 항상 살아있었던 것이다

이제 세상밖으로 나가고 싶다고 그녀의 내면이 미친듯이 소리쳤고

그 울림은 그녀가 자신을 찾고 싶다는 그런 울분으로 표출되었 것이다


다만 그 대상이 한치도 생각하지 못했던

그녀가 전혀 뜻하지도 않았던 존재에게 쏟아지고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그러려고 작정이라고 한듯,


그녀는 도저히 멈춰지지도 통제되지도 않았다

'그토록 그리워하던 이가 아니였다면 내가 이렇게까지는 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녀는 스스로의 질문에

딱히 자신있게 대답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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