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비밀일기_4편

by Heana

생각해보니 내가 더 이상한 사람인 같네

'서류상'으로 '진짜 이혼'을 하게 된건 사실 얼마전 일이니까

이제야 지긋지긋 삶에서 벗어났다고

'이혼'이야기 나오고 이후에 남편이란 사람한테 더 질리고 질려서

사람만날 생각같은건 안날만도 했

나와 같은 상황이였으면 그 누구라도 그랬을껄


그런 너여라서였을까

오랫동안 그리워하던 사람이다보니

그냥 다시 만난 타이밍이 기똥찼을 뿐인데

혹시 난 대단한 '착각'을 고 있는건 아닐까


사실 넌 한번도 내게 그런 말을 한적이 없다

내 사람이 되고 싶다고

우리의 사이에 어떤 미래가 있을거란 가능성도 얘기한 적이 없다


오히려 나를 어떤 의도를 가지고 만났려했

감언이설을 해서라도 원하는걸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꽤 긴시간동안 심신이 지쳐있는 난

그렇게 제대로 된 상태였다고 할 수 없었으니까...


어설프게라도 희망주지 않아서 그건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내 마음, 내 행동의 책임은 오로지 나의 것이라는 각오를 하게 됐으니까

그런데 날 보고 싶다는 말에는

내가 좋아서 만나다는 말에는

날 원한다는 말에는

전혀 책임의 소재가 없는거야...??


넌 사실 이미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혼란스럽고 스스로 조절되지도 않고

상실의 고통이 전혀 해결되어있지 않은 지금,

누군가에 정착하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너는 이미 날 잘 알고 있어서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찾아온 불안으로 널 붙들고 싶어한다는 걸

정말 원하는게 네가 아닌,

단지'안정' 수 있는 어떤 관계라는 걸

내 스스로가 정말 원하는게 뭔지 찾고 인지할때까지

준비될때까지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넌 이미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넌 그 시간을 기다릴 수 있는 사람이니까


그렇다고 내가 그 시간을 혼자 견뎌내도록 내버려두지도 않았다

넌 날 많이 생각해주었다. 지나칠정도로 많이,

매일 매일 내 안부를 물어봐주었다

뭐가 그렇게 궁금한게 많지 오늘 먹은 반찬까지 물어봤으니 말이다

어떻게 짬을 내서라도 주말에는 꼭 나를 만나러 와주었다

가끔 못 만나는 주말이 있을 땐 평일에 잠시라도 와서 나를 만나고 돌아갔다

세상에 그 어떤 사람이 마음도 없는데

2~3시간 볼꺼라고 왕복 2~3시간이 걸리는 시간을 오겠는가


너는 어쩌면 그냥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연애할테도 말로 표현하는건 서툴렀던 너다

그때는 표현해주는게 사랑인줄만알고 참 많이 투덜거렸었다

말보다 앞선 네가 보여주는 행동에서 사랑을 찾을 줄 몰랐던 어린 나였다

어쩌면 지금도 그때처럼 네 마음이 정확히 뭐냐고 표현해달라고 보채고 있는건 아닐까..


사실 넌 나에게 진짜 필요한게 무엇인지 잘 알았을지도 모겠다

하루하루의 작은 '챙김'들이 나를 겨우 살아있게 해준다는걸




그녀는 우 그렇게 생각을 바꿔보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는 그녀와 '맺어지기'위해서 지금 만난것이 아니라

자신을 '살리기 위해'만난 것이라고

'생명의 은인'이라 생각하면 그져 '감사함'만 생각하게 될꺼라고


그러면서도 그를 계속 만나고 싶은 그녀는

말이 안되는거 알면서도 자신만의 합당한 사유를 자꾸 갖다붙이고 있었다


꼭 사람과의 관계를 '규정'짓고 가지고 만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고

꼭 세상이 '정해놓은 관계'의 틀 안에서 만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고

어짜피 그녀 자신의 처지와 상황만 생각하더라도

'정의된 관계' 혹은 '미래를 생각할 수 있는'그런 사람을 만나기엔 아직 먼 이야기였으니


차라리 지금 당장 만날 수 있는 그 사람을 만나는게

그 어떤 미래에 대해서도 약속하지 않아도 되는 그 사람을 만나는게

어쨌든 현재는 마음과 몸 모든게 내게 기우는 그 사람을 만나는게

그래도 서로에 대해 나름 잘 알고 최소한의 신뢰가 있는 그 사람을 만나는게

그 사람이 없는거보다는 훨씬 낫지 않겠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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