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혼을 진행하는 과정중
상대와 가장 협의가 되지 않았던게 뭔지알아?
바로 재산분할이였어
정말 웃긴건 나눌 것도 그닥 없었다는 거지
나는 솔직히 크게 욕심도 없었어
당장 내 혼자 몸 살 수 있는 전세집 구할 보증금정도면 됐달까
그런데 10원 한푼 안주고 맨몸으로 내쫓는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상대와 무슨 협의를 하겠어
결국은 변호사까지 선임하게 된거지
한 집에서 더 같이 있다간 죽겠구나 싶고
숨이 안쉬어져도 어떻게
서류 정리도 아직 남아 있는 시점이였고
법원에서 재산 분할해서 주라고 정해진 시간도 한달정도는 남아있었으니
작은 원룸이라도 구할 돈이 내 수중에 없었는걸
그런데 그 보증금을 네가 덥썩 빌려주겠다고 했어
마침 비어있는 작은 투룸이 있었고 보증금 5천정도라 금액도 부담없고
어느 정도 수리까지 되어있어서 언제 방이 나갈지도 모를 집이였거든
그 집이 딱이다 싶은데 돈이 없으니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단 말이야
1년 가까이? 그래도 나름은 잘 버텨왔었거든??
서류 정리될땐까진 그래도 남편이라고
마지막 아침까지도 따뜻한 밥상을 내 손으로 차렸으니
그때만해도 언제가 끝일지도 모르는 싸움을 어떻게든 견뎌내고 있었어
그래도 자식이 있으니 어떻게.. 버텨야지
(싸우는거 보여주는게 더 안좋은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긴 했지만..)
이제는 '끝'이 난다는게 정해져있었고 눈 앞에 잡힐듯한 시간만 남아있었어
그런데 보증금을 빌려주겠다는 네 말에 왜 갑자기 더는 남편과 같은 집에 사는걸 견딜 수 없다는 마음이 들었을까...
나는 사실 너를 그냥 다짜고짜 믿었다는 사실에
이제라도 경계하고 의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단 말이야
그런데 넌 어떻게 나를 그냥 믿고 그 큰 돈을 빌려준다고 한걸까
나는 사실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아니였어
나와 있는 집이 경제적으로나 조건적으로나 적당히 괜찮았는데
그만한 집 구하기 힘든게 현실이였으니
곧 남이될 남편에게 그 집 이야기를 하면서
다른 이유는 없고 어짜피 나 혼자 살 집 구해야하는데
그만큼 적당한 집이 찾기는 어려운 현실을 어필하면서
분가부터 먼저 해도된다는 나름의 합의를 보고 이사를 할 수 있게 된거야
근데 이제와서 솔직히 까놓고 말해보면
마음 깊은 곳에는 너라는 사람이라는 이유도 조금은 있었던 것 같다.
네가 아니였다면 돈이 없어서도 못 나왔겠지만
너를 조금은 더 편하고 자유롭게 만나고 싶다는 욕심도 마음 한켠에 있었거든
어짜피 분가를 해야하는 상황이였다지만
아직 어린 내 자식을 두고 그렇게 갑자기 집을 나오기란 쉬운 일은 아니였지..
어쩌면.. 넌 그때 내게 '돈'이 아닌 '용기'를 주었던건지도 모르겠네
본래 가지고 있던 그리운 마음에 고마움 마음까지 자꾸만 쌓여가서였을까
결국은 그 '분가'가 지금의 우리 사이를 만든게 아닐까 싶어
내가 어디 사는지 아무도 모르는 그 집은
우리 둘만의 공간, 우리 둘만의 세상, 우리만의 아지트가 되기 딱 좋았으니 말이야
그와 그녀 둘다 정말 별다른 뜻은 없었다
그가 도와주지 않았으면 구하지 못했을 집이였을테니
집 구경시켜주는게 예의라고 생각했을뿐이다
입주청소건 이사건 도와주겠다는 그를 겨우 뜯어말린 그녀였다
그가 그녀에게 뭐라고 그런걸 도와준단 말인가..
그녀는 지금까지 받은 도움도 벅차고 어찌 갚아야할지 모르겠는 마음이였다
자신이 해줄 수 있는건 그 덕분에 살게 된 집에서 소박하더라도 직접 따뜻한 밥한끼 차려주는 것이였다
그 생각으로 그를 초대한 것 뿐이였다
그는 그녀를 항상 안아주고싶었다
몸도 마음도 긴시간 많이 힘들었을 그녀를,
이제 '진짜' 혼자가 될 그녀를 진심으로 응원해주고 싶었다
사람들 눈 의식하지 않고
그녀가 더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낼수 있었더라면
울고싶은만큼 더 실컷 울수있게 해줄수 있었더라면
오히려 그러지 못했던게 미안했던 그였다
그랬기에 그는 그녀의 '독립'을 응원했고
기꺼히 도와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는 '고생했다'는 그 한마디로 모든걸 표현하며
그녀의 가만히 안아주었다
그녀도 안기고 싶었다
남녀사이에도 우정이 있다면
할 수 있을 정도의 포옹였다
다만 그 둘이 한때는 사랑했던 연인이였음을 간과했을뿐이다
서로 '이성'으로 느끼고 있다는 그 감정도
남녀가 단둘이 밀폐된 공간에 있으면 생길 수 있는
당연한 위험에 대한것을 전혀 생각지못했을 뿐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