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채워지지 않은 페이지

그녀의 비밀일기 14편

by Heana

네가 못 넘어가게 잡고 있는 페이지인줄만 알았어

난 다음 페이지를 열고 싶은 강렬한 의지가 있다고

너와 설명하기도 귀찮은 이 관계를 정리하고

원래 내 삶에 없었던 사람이었으니

그렇게 다시 없는 사람처럼 살면 된다고


사실은 다 채워지지 않은 거구나

이 페이지가 다 채워져야지만 '다음장'을 넘어갈 수 있는거구나


사주나 운명같은거 믿지않는데

'인연'은 있다고 생각하거든

내가 그 긴 시간을 잊지 못하고 널 가슴한쪽에 둔 것도

시간을 건너 너를 다시 만난것도

서로가 통제할 수 없이 끌리는 지금 이 시간도

다 이유가 있는거겠지


태워서 소멸시키는 거라해도

너와 내가 반드시 겪어내야하는 시간과 일이 있

이젠 그 모든게 다 소모되어버려야 끝나는 만남인가 싶어


너는 나와 '결실'을 맺기 위해 찾아온 인연이 아니구나

처음엔 생명이 꺼져가는 날 살리기 위한 '은인'이였고

너의 작은 챙김들은 내 망가진 삶과 현실을 겨우 찾아갈 수 있게해준 '돌봄'이였고

너와 마음과 몸이 동하면서 내게 있는 여자로 살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 '깨달음'이였어


너와의 '시절인연'의 페이지를 다 써린 그 순간이 되면

자연스럽게 '끝'으로 가게 될 그런 인연지도 모르겠네




그녀는 불연듯이 깨달았다

한번도 그는 그녀와의 관계나 미래에 대해 그 어설픈 희망조차 준적이 없다는 것을


무슨 바보같은 꿈을 꾼것인지

아니면 환상 따위를 붙들고 있었던 것인지


그녀는 스스로가 바보처럼 느껴졌다

'20대에 이미 끝낸줄 알았지 그런 환상같은 꿈 따윈'


그의 보고 싶다는 말이

그녀를 원한다는 말이

때로는 꾹 눌린 눈물에 흔들리는 그의 목소리가

주체하지 못하고 그녀를 향해 달려오는 그의 행동이

그녀를 미치듯이 원하는 포효하는 짐승같은 모습이


그의 마음은 이미 자신에게로 결정이 났지만

그 조차도 어찌할 수 없는 현실이 그를 잡고 있는 것 뿐이라고

그 현실에 그 조차도 힘에겨워 눈물이 나는 날이 있는것이라고


너무 책임감이 많은 사람이라 입으로는 차마 내 뱉지 못하지만

행동으로써 그 마음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는 거라고

그가 그런 사람인만큼 입으로 내 뱉는 그 순간이 오면

그건 바로 그가 나에게 '제대로'올 순간일꺼라고


그의 그 모든 행동이 표현이

이 감정이 사랑이라 말하고 있다고

우리에게 미래가 있다는 희망을 말하고 있는 거라고


그녀는 자신이 그런 대단한 착각을 하고 있었다는 걸

드디어 제대로 보고 있는 중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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