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비밀일기 13편
꽃은 다소 무기력해보였다
이제는 습관처럼 찾아오는 벌이였다
꽃이 그 향기를 애써 숨기려 해도
꿀벌은 미세하게 흘러나도는 향기조차 놓치지 않고 기가 막히게 찾아왔다
꽃은 꿀벌을 위해 활짝 열어주지도
그렇다고 손사래치지도 않았다
꽃은 자신의 의지만으로 어찌할 수 없단걸 알아버린 것이다
꿀벌은 이제 꽃이 딱히 내어줄 마음이 없어도
그 깊숙한 꽃의 꿀을 먹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나갔다
그게 꽃을 조금은 다치게 하는 일이라도 잠시 미안하면 될 일이였다
그 뒤에 얻는 그 달콤함이 너무도 강렬했기에 포기할 수가 없었다
꽃은 이대로면 알게 모르게 난 작은 생채기들이
그녀를 정말로 다치게 하고 아프게 할 것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치려해도 찾아오는 벌을 어떻게 한단 말인가
온전히 품으려 해도 다시 떠나야만 하는 벌을 어떻게 잡는단 말인가
꽃이 할 수 있는 일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너는 이제 내 집의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온다
가끔은 네가 먼저 내 집에서 늦게 퇴근한 나를 기다리고 있기도 한다
너는 이제 내 집이 익숙하고 편한 공간인 듯
씻고 맨몸으로 나오고 속옷 차람으로 있는 행동들이 자연스럽다
이야기하고 밥을 같이 먹고 술 한잔하고 뜨거운 시간을 나누고
그 모든 일들이 순서도 없이 일어나도 모든 것이 자연스럽다
내 집안에서 우리의 모습은 분명 '연인'이상의 모습이였다
(40대 재혼한 신혼부부의 모습이라면 딱 적당하달까)
나는 그 순간의 편안함과 즐거움 쾌락을 모두 느끼지만
네가 너의 현실로 돌아가버리면
비어버린 내 집의 공간만큼의 상실을 겪어낸다
다시 마딱드려야 하는 내 현실은 때론 숨도 쉬어지지 않는 고통처럼 다가온다
우리의 만남은 감정은 진짜일지 모르지만
솔직히 건강한 만남은 아니라는걸 난 너무 잘 알고 있다
여러번 너를 끊어내려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나 혼자 의지로 어떻게 할 수 없는 관계라는 무기력함이 나를 감쌌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관계를 그져 손놓고 있기엔 내가 너무 아프다
그 아픔은 점점 깊어가고 내 마음을 소모시킨다
이제는 그 마음이 점점 고갈되어 내 스스로 바닥을 느끼는 것도 같다
지금 서로의 마음과 몸이 끌리는 지금 당장 끝내는건 대단히 어려운 일일 것이다
네가 날 완전히 놓지 않으면 너와의 관계를 끝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마져 느낀다
이렇게 만나다 보면 어느순간 자연스럽게 '끝'이 오는 순간이 오긴 하겠지..
그런데 내가 모든걸 놓아버리면 그 '끝'은 너무 한참 이후에나 올 것 같단 말이지
난 그 시간을 견디지 못해
난 감당할 수가 없어
...난 어떻게 해야하지..?
널 놓지도 잡지도 못하는데..
그렇다고 그냥 '지금을 즐기자'그것도 안돼
차라리 모르는 남이였으면 가능했을지도 몰라
네게는 진심이니까
기나긴 시간을 그리워한 사람이니까
단순 '즐기기'엔 내 감정도 몸도 자꾸만 깊어져가니까
넌 도대체 무슨 마음인걸까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
네 마음도 몸도 시간도 행동도 내게 기우는걸 느끼지만
너의 현실은 미래는 내게 오지 않네
내가 너무 앞선 걱정을 하는걸까
너에게 나는 무슨 의미일까
이 만남이 의미가 있긴 한걸까
지금은 나를 채워주는 모든것들이 나중엔 오히려 '파괴'로 느껴지면 어떻게
네 말처럼 내가 너무 생각이 많고 복잡한 것일까
어짜피 모르는 미래라면 '지금'에 충실해야할까
이래도 후회 저래도 후회될 것 같다
어짜피 놓지도 못할꺼면 제대로 내 마음에 집중을 하던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내가 바보같고 한심하다
너는 전혀 혼란스럽지 않을걸까
감정과 현실이 그렇게 딱 선을 끊듯 나누어져 생각이 되는걸까
그게 가능한 네가 난 가끔 두렵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 많은 혼란속에도 나는 너를 기다리네
널 만날 날을 생각하며 내게 주어진 현실을 버텨내
관계의 이름도 없이 자연스럽고 깊어져가고 익숙해지는 우리의 관계가 날 자꾸 찔러
너와의 편안하고 즐겁고 달콤하고 쾌락적인 시간으로 또 회복되고
다시 아파오는 그 과정을 계속 반복하네
그 아픔에 둔해지다가 생각보다 깊구나 깨닫다가
그런 어리석은 마음의 고통 또한 반복하네
넌 어떤 답도 주지 않지만 자꾸만 내게 오네
그런 네가 이제 무책임하게 느껴지네(책임을 질 필요도 없지만...)
시작이 잘못됐기에 정말 내 사람이 되기도 힘들꺼고
설사 된다해도 내가 널 신뢰할 수 있을까
너와의 미래는 없다고 결론이 났는데도
내가 너와의 만남을 이어갈 수 있을까
'이별'을 마음에 둔 만남같은거 해본 적도 없는데
그 와중에 마음과 몸은 너무 깊으니
이걸 내가 어떻게 받들이고 소화시켜야해?
[채워지지 못하고 헛헛하고 배고픈 내 내면이
잘못된걸 주어 먹는게지
당장은 해결이 되니까
속 버린다는 생각은 나중으로 제껴놓고
소화도 못 시켜내면서
벌써 체하고 있는데도 무식해게 우겨넣으며
자꾸 개워내면서도 또 밀어넣는 거제
사실 내 내면의 그릇이 깨어져버려
그 사이로 다 새어 나가고 있는건데
그릇을 온전히 비워내고 깨끗이 닦아내야
새것이 담지고 지켜낼 수 있는 걸을
알변서도 마음의 허전함을 견딜 수 없어서
배고프다못해 시리고 춥게 느껴지는 그 마음을 견디지 못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