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인연

그녀의 비밀일기 20

by Heana

"나 사랑해?"

그가 절정으로 치닫는 순간 그녀는 물었다

그 질문을 피할 수 없는 그때여야만 할 것 같았다

그런 질문을 그럴때하는 그녀 자신이 비겁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그의 대답을 원하고 물은 질문이 아니였다

그 대답에 의미를 두려고 한 것도 아니였다

너도 네 감정이 뭔지 스스로 자각해보길 바라는 질문이였다


'사랑해'란 고백도

'사랑해?'라는 질문도 그에게 던지고 나니

그녀는 그제서야 '이제 충분하다...'고 느꼈다


지금 이렇게 서로를 보고싶어하고 만지고 느끼고 싶어하고

함께하는게 자연스럽고 당연해지며 '다음'을 약속하는 사이임에도

그게 우리 관계에 어떤 미래가 있다는건 아니라는걸 충분히 확인했다고


'그래. 마음껏 사랑해버리자. 그를 오랫동안 그리워했던건

결국 충분히 온전히 내어주지 못한 내 사랑 때문이 아니였는가

다 쏟아부어버려야 끝에가서 뒤돌아보지 않는 나인걸 어떻게.'


그녀는 그렇게 자신의 감정을 허용하면 할 수록

아이러니하게도 그와의 경계를 하나 둘 세워가고 있었다

그녀가 지키고 싶은건 자신의 '존엄'이였다

그가 하는 말과 행동에 온통 흔들려서

온전히 자신의 선택과 의지가 아닌데 끌려가듯 행동한데 대한 '자기혐오'였다


"감정은 허용하되 행동은 조절하는 사랑"

"나를 지키고 내가 중심이 되어 할 수 있는 사랑"

어쩌면 인생에서 그런 사랑을 처음으로 겪고 연습하며

진짜 어른의 사랑을 배워가는 중이라고

그는 자신의 인생의 '가르침'이지 '결말'은 아닌 것 뿐이라고


그녀에겐 이젠 항상 준비되어 있는 말이 있다

'때'가 되면 언제든지 꺼낼 수 있도록 자신을 조절하는 중이였다


"우리의 관계나 미래에 대해서 말할 수 없다면 이제 다신 우리집에 오지마"

그녀가 말하는건 이별이 아니였다

그녀가 말하는건 '경계'였다

그리고 그가 아무리 그녀를 원하고 그것이 사랑이래도

절대 그 '경계'는 넘지 않을 것이란걸 그 누구보다 잘 아는 그녀였다


"'책임'이 없다면 그건 결국 '사랑'이 아니야.

40대의 사랑은 적어도 그러면 안돼"

그녀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은 고작 그것이였다


그녀의 남은 인생을 그와 함께 해도 좋다고 생각한 그녀였다

노인이 되어 그때도 그와 투닥거리며 지내는 그림을 그려보기도 했다

이제 그녀의 그 모든 생각은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리고

이젠 그녀는 그와의 '끝'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자신의 감정은 그 어느때보다 잔잔하리라 확신했다


그녀 머릿속의 그림은 그가 '마지막'으로 그녀의 현관문을 열기 직전까지 그려졌다

거기까지였다 그 뒤의 그림이 도저히 그려지지 않았다

그녀는 그져 바랄뿐이였다

한번이라도 그가 뒤돌아서서

"아..어떻하지..어떻하지..." 하고 안아라도 줬으면


그녀는 스스로 아직도 그럼 바램이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 놀랐고

별안간 눈물이 쏟아졌다

'1%'라도 가능성이 있으면 널 만나고 싶다 생각했던

미련하고도 미련한 자신의 마음을 탓하는 눈물이였다

'이제 환상에서깨 제발............'

그녀는 스스로에게 그렇게 애원했다


[손끝 발끝마져 저릿해졌던 너의 '보고싶다'는 말에

내가 더 이상 흔들리지 않네

나와 함께 뭐가 먹고 싶다는 말, 뭘 같이 하고 싶다는 말에

더 이상 설레이지가 않네

너의 모든 말들은 '지금'에 머물러 있었고

내가 그 말들에 '의미'를 붙이고 '미래'를 붙였어

이제 그걸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하는순간 모든게 선명해지

너와 나는 마음은 같아도

서로 다른 시간을 보고 있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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