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이 없는 게 아니라 체력이 부족하다.
30대가 되고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느낀다. 운동을 꾸준히 하면 당연 체력 향상에 도움이 되겠지만, 난 몸 움직이는 것을 꽤나 귀찮아하는 사람이다. 바른 자세로 앉아있는 것도 별로 없다. 어릴 적부터 내가 널브러진 빨래처럼 누워있거나 앉아있는 것을 보곤 엄마는 내게 "너는 혹시 척추가 없니?"라고 농담조로 말씀하시곤 했다. 난 기본적으로 운동과는 거리가 좀 먼 운동 치다. 유일하게 좋아하는 거라면 달리기, 조깅 정도인데 코로나 이후 그마저도 거의 안 하면서 체력이 더 떨어져 버렸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느끼는 것은 청춘은 체력이라는 거다. 나이가 들어간다고 열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무언가에 대한 열망은 여전히 생기기 마련이지만 그걸 행동으로 옮기고 해 나갈 에너지가 부족하다. 모든 것은 체력의 문제인 것 같다.
조카가 5명이나 있다 보니, 종종 아이들을 관찰하곤 했다. 자기네들끼리 노는 것을 보자면, 아이들은 정말 최선을 다해서 논다. 나는 그렇게 놀 힘이 없어서 못 놀 것 같지만, 그네들은 정말 최선을 다해 코피까지 쏟으며 지치지 않고 논다. 그런 에너지가 부럽다. 원하는 것을 행동으로 해 나갈 수 있는 체력과 그 에너지가 부럽다.
나는 공연장을 즐겨 가는데, 공연장은 주로 스탠딩으로 가는 편이다. 음악에 몸을 자유롭게 맡기는 게 좋기 때문에 좌석은 나를 억제하는 느낌이 들어서 스탠딩을 좋아한다. 스탠딩으로 가게 되면 아무래도 입장을 일찍 한 후, 줄곧 내내 서서 기다려야 한다. 그게 두 시간, 세 시간이 되기도 하는데 예전에는 괜찮았던 이 시간이 점점 힘들어지기 시작한다. 다리가 아프고 공연 전에 벌써 지쳐버리기도 한다. 여전히 스탠딩에서의 공연은 좋지만 이 것을 온전히 즐길 체력이 부족해짐을 느낀다.
페스티벌을 가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여름에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는 페스티벌에 갔었다. 공연 타임테이블이 저녁 6시 시작 새벽 3시 정도 끝나는 일정이었다. 아무래도 낮에는 너무 더워서 그런 것 같았다. 헤드라이너가 나오는 시간이 자정이었다. 자정까지 겨우 버텨가며 공연을 봤는데, 주변의 젊은 친구들은 여전히 에너지가 넘쳤다. 나도 더 보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다. 하지만 내 몸이, 내 체력이 더 이상 받쳐주질 않았다.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청춘이란, 젊음이란 곧 체력에서 오는구나를 절실히 체감했다. 조금 더 젊게 살고 싶다면 운동을 해서 체력을 길러야겠다. 알고는 있다. 이런 생각을 한지 몇 년이 되었고, 이미 알고 있음에도 실행하지 않는 게 이런 에너지조차 부족하게 내가 나이 들어가고 있는 건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