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4포기는 김장이 아니지.
연구소의 한국인 친구가 자기 집에서 함께 김치를 담그자고 제안했다. 아시아 마켓에서 사는 종 XX 김치 맛에 질리기도 했고 (다 너무 익었고 나에겐 마늘 맛이 너무 강함) 재밌겠다 싶어서 그러기로 했다. 김치 담그고 김치에 수육까지 해 먹기로 했다. 재료는 그 친구가 미리 다 준비하기로 했다.
김치 담그는 날이 되었다. 김치를 담아올 통을 챙겨서 갔다. 미리 전날부터 12시간 배추가 절여진 채 준비되어 있었다. 그리고 김치를 위한 재료들이 모두 준비되어 있었다. 먼저 찹쌀풀을 만들었다. 찹쌀풀을 다 식혀야 하지만, 다 식히지 않은 상태에서 고춧가루를 넣어 먼저 불려줘도 좋다고 유튜브에서 봤다. 고춧가루는 거친 것과 고운 고춧가루를 섞었다. 더 예쁜 색을 위해서였다. 그런 후, 마늘을 열심히 다져주었다. 마늘을 거의 한 주먹 넣고, 약간의 생강도 다져 넣었다. 새우젓을 넣고, 액젓을 넣고, 설탕을 넣어주었다. 양념을 비벼준 후 맛을 보니 액젓과 마늘 맛이 모두 부족했다. 새삼 김치에 마늘이 얼마나 많이 들어가나 알 수 있었다. 마늘을 더 다지고, 새우젓과 액젓을 더 넣었다. 양념은 맛만 봤을 때 제법 훌륭했다. 무도 채 썰어 준비하고, 쪽파도 썰어 준비해 주었다. 양념에 넣고 버무려서 김치 소를 완성했다.
양념이 좀 많은 것 같아서 절여진 배추에 양념을 아주 듬뿍 씩 묻혀주었다. 양념을 푹 떠서 듬뿍듬뿍 묻혀보다 보니 나중에 양념이 부족해져서 다시 걷어내야 했다. 집에서 엄마가 하시던 걸 보면 그냥 뭔가 대충대충 묻혀주는 느낌이었던 것 같은데 뭔가 그 느낌이 안 났다. 김치를 다 담그니 한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생각보다 빠른 속도에 조금 놀랐다. 아무래도 배추가 4포기밖에 안돼서 그랬던 것 같다. 완성된 김치들을 통에 담고 가지런히 놓아두니 마음이 풍요로웠다. 김치 부자가 된 기분이다. 한국에서라면 이만큼 만족도는 없었을 것이다. 김치가 귀한 곳에 있는 만큼 더 만족스러웠다. 김치 색이 예쁘게 나와서 맛깔나게 보였다. 성공이다.
김치를 담그는 동안 한 켠에서는 된장 수육을 익히고 있었다. 한 시간쯤 익혀주니 모두 잘 익어서, 건져내어 고기를 썰어주고, 방금 담근 김치 반포기를 꼭지만 잘라 그릇에 담았다. 된장 수육 한 조각을 입에 넣고 방금 담근 김치를 넣는다. 맛있다. 잘됐다. 고기도 김치도 성공이다. 김치 담그는데 1시간, 고기와 김치를 먹는데 1시간이 걸렸다. 두 시간 만에 모든 것을 끝내고 정리했다. 주말이 풍요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