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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Mar 02. 2023

[프롤로그] 우리 동네에도 맛집이 있을까?

미식의 나라로 알고 왔건만

일 년 전쯤 프랑스의 크지도 작지도 않은 도시, 스트라스부르에 연구원으로 일하러 왔다. 오기 전에는 두려움도 있지만 기대감도 컸다. 가장 큰 이유는, 프랑스 하면 미식의 나라 아니겠는가. 게다가 디저트를 좋아하는 빵순이인 나에게 빵의 나라인 프랑스는 분명 천국일 게 분명했다. 내가 도착한 11월에는 해가 일찍 저물었고, 도시 외곽에 살다 보니 외출을 잘하지 않았다. 처음 외국에서 살게 되면서 두려움이 컸기 때문이다. 흔히들 유럽이나 타 국가에서는 한국처럼 밤늦게 돌아다니면 안 된다고들 하지 않나. 한국처럼 치안이 좋지 않다고. 그래서 해만 지면 집안에 콕 박혀 있었다. 마트에서 식재료가 저렴했고 근처에 아시아마켓도 있어서 요리는 실컷 해 먹을 수 있었지만, 내가 기대하는 프랑스 음식을 제대로 맛볼 수 없었다. 대학교 캠퍼스 안에 있는 연구소에서 일하면서 학교 연구원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곤 했는데, 메뉴들이 '이게 프렌치인가?' 하는 느낌으로 제대로 된 요리는 당연 나오지 않았다. 처음에는 직접 요리할까 싶어 프랑스 애들에게 묻기도 했다. 집에서 뭘 해 먹느냐고. 그랬더니 시원찮은 대답이 돌아왔다. 파스타나 샌드위치 먹는다고 한다.


봄이 되었고 해가 길어지며 밤에도 밝았다. 외출이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외식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곳의 외식비용은 한국과 비교하면 비슷한 정도라고 하겠지만 저렴한 장바구니 대비 외식비용은 비싸다고 하겠다. 장바구니 물가가 저렴한 편이니 상대적으로 외식이 비싸게 느껴질 뿐이지만 한국을 기준으로 한다면 비싼 것도 아니다. 나는 한국에서 온 한국인. 나의 기준은 한국이다. 그러니, 현지인들이 느끼는 것만큼은 외식이 비싸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한 가지 다짐을 했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외식을 해야겠다고. 외식으로 이곳 사람들이 만드는 요리를 먹으며 이 나라의 음식을 즐기는 경험을 쌓아야겠다고. 이런 다짐 후, 내가 일 년의 시간을 꾸준히 매주 외식을 한 것은 아니다. (슬프게도 나의 월급은 그렇게 넉넉지 않다.) 하지만 나름대로 이곳저곳을 검색하며 이 작은 도시의 식당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이것은 맛집 리스트라기보단 맛집을 찾고자 하는 나의 탐방기이다. 지역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스트라스부르에 한정되어 있지만, 식당의 요리들을 분석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으니 음식을 좋아하는 이라면 그래도 재밌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을 갖고 이 시리즈를 시작해 본다.


과연 나는 스트라스부르, 우리 동네에서 맛집을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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