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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Nov 21. 2022

1. 매일 우는 아이

엄마는 항상 뭐가 그렇게 바쁜 걸까. 왜 계속 나를 두고 어딘가를 가는 걸까. 그럴 때마다 엄마를 조금이라도 붙잡기 위해 소리 지르며 울어버렸다. 엄마와 떨어지는 게 나는 싫다. 처음엔 내가 울기 시작하면 엄마는 나를 달래기 위해 한참을 함께 있어주더니, 점점 나의 울음도 무시하고는 가버리곤 했다. 그럴 때면 오기로라도, 나를 챙겨주던 분들로부터 애가 계속 울었다고 전해 듣길 바라는 맘으로 계속해서 울다 지쳐 잠들었다. 엄마가 가고 나면, 어쩔 수 없이 혼자 놀기를 시작한다. 놀면 당연히 즐겁지만, 엄마가 오는 소리가 들리면 날 두고 떠났었던 생각이 다시 들어서, 다시 울기 시작한다.


엄마는 자주 바빴다. 대체 무슨 일을 하는지 어린 나는 알 수 없지만, 그저 어른의 세계인가 보다 싶었다. 그래도 엄마는 집에는 항상 꼭 들어왔다. 하지만 아버지는 달랐다. 아버지는 출장이 많아서 집에 들어오는 날이 많지 않았다. 아버지의 얼굴을 보는 날은 드물었다. 그래서 아버지는 무섭다. 아버지가 좋은 때라면 출장에서 돌아올 때면 언제나 선물을 가지고 오시는 거다. 한국에서는 아직 팔지 않던 바비 인형이라던지, 수입 초콜릿 등을 사다 주셨다. 그래서 내 장난감 상자에는 온갖 인형들과 새로운 인형 옷들이 가득 차 있어서, 집에 놀러 온 친구들이 부러워했다. 아버지는 그저 내게 선물 주는 사람일 뿐 우리는 별다른 대화는 하지 않았기에 아버지는 그저 언제나 엄하고 무서운 존재일 뿐이다. 하지만 괜찮다. 나에겐 엄마가 있으니까. 엄마만 있으면 나는 모두 다 괜찮았다.


엄마에게는 좋은 향기가 난다.  향기를 맡으면 포근하니 잠이  온다. 엄마의 향수인가 싶어 엄마 향수를 뿌려봤지만  그건 아니었다. 엄마가 쓰는 모든 화장품, 향수들이 모두 한데 모아져 엄마만의 향이   같았다. 엄마가 없을 때는 엄마 냄새를 맡으며 누워있다가 잠에 들곤 했다.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너무 싫었다. 학교에 가는 것이 싫었다. 엄마와 계속해서 떨어져 있는 것도 싫었고, 학교에 다니는 것도 싫었다. 같은 반 친구들과도 그다지 친해지지도 않아서 학교에서는 즐거움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아침마다 배가 아프다고 했다. 원래 배는 자주 아팠으니까, 배가 아프다고 하면 엄마도 이해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유치원과 다른지, 학교는 배가 아프더라도 계속 가게 했다. 유치원과 학교가 뭐가 다른 건지 모르겠지만, 어른들에게 학교는 좀 더 중요한 곳인가 보다. 배가 아프다고 꾀병을 계속 부리다 보니, 학교에 지각하는 날이 잦았다. 그렇게 엄마와 헤어지며 억지로 학교를 다녔다. 난 학교가 너무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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