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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Jul 02. 2023

내가 만드는 나를 위한 주말 브런치

집 주변에 브런치 가게가 없다면

나는 프랑스의 한 도시의 외곽에 거주하고 있다. 이곳에 도착하고 서둘러 집을 구하면서, 일하는 연구소와 가까운 곳으로 서둘러 구하다 보니 이곳에 거주하게 됐다. 이곳에 산지도 일 년 반이 넘어가며, 이제는 우리 동네라고 생각되게 모든 게 익숙하고 큰 불만은 없다. 동네는 외곽의 주택가라 해만 지면 아주 조용하다. 조용하다의 다른 의미로 지루하다고도 말하겠다. 시티 센터로 나가려면 트램을 타고, 30분은 가야 한다. 서울에서 지내다 왔기에 트램 30분이 멀다고는 느껴지지 않지만, 외출 후 밤늦게 돌아올 때 사람도, 차도, 아무것도 없이 불 다 꺼진 집들만 보다 보면, 조금은 시끌벅적한 동네가 그리워진다. (집 앞 술집에서 술도 마시고 싶은데, 언제나 트램 막차를 생각하며 늦어도 12시에는 돌아오게 된다.)


주말에 브런치를 먹으려면, 아침 일찍 일어나 시티센터까지 나가야, 아침과 점심사이 브런치를 먹을 수 있으니 피곤한 주말아침 일 년 반 동안 밖에 나가 단 한번 브런치를 먹었다. 어느 날 9시쯤 천천히 일어났다. 씻지도 않은 채로, 여유로운 주말 아침 나를 위한 브런치를 만드는 건 어떨까 싶었다. 굳이 나가서 뭔가 먹는니 있는 재료들로 요리를 해야겠다 싶었다. 팬케이크를 할까 하다가 이왕 하는 거 퐁신퐁신한 일본식 수플레 팬케이크 fluffy pancake를 만들고 싶어졌다. 크림도 있으니 함께 곁들이면 좋겠다 생각했다.


일전에 유튜브를 보며 메모해 뒀던 레시피를 뒤적여 찾아본다. 난 유튜브에 설명란에 레시피 재료들이 적혀있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어차피 웬만한 요리의 요리법 자체는 알고 있기에 재료의 비율 등만 알면 되기 때문에 시간을 소모하여 영상을 보는 것을 좋아하진 않는다. 팬케이크도 일종의 베이킹 아니겠는가. 베이킹의 생명은 비율이다. 베이킹은 과학이다. 비율이 맞지 않으면 절대 제대로 된 모양이 나오지 않는 게 베이킹이다. 레시피노트를 살펴보고


밀가루 27 g, 베이킹파우더 2 g, 우유 15 g, 바닐라엑스트랙 약간, 계란 2개. (팬케이크 두 개 분량)

-[출처] 유투버 Emojoie


재료는 너무나도 간단하다. 수플레 팬케이크는 계란흰자로 머랭을 만들어줘야 한다. 계란을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해서, 노른자는 다른 재료들과 한데 섞어준 후, 흰재에 설탕 25g을 넣고 머랭을 만들어준다. 그런 후, 거품이 죽지 않게 살살 노른자 반죽과 잘 섞어준다. 수플레 팬케이크에 높이감을 주고 싶으면, 반죽이 쉽게 주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틀을 준비해 주는 게 좋다. 마땅한 틀이 없으니, 알루미늄 포일로 간이틀을 만들어본다. 잘될지 걱정이지만 일단 시도해 본다. 모양이 망가져도, 나 혼자 차려먹는 거니 맛만 있으면 된다. 팬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키친타월로 기름을 닦아 아주 얇게 코팅만 되게 해 준다. 불은 약불로 해준다. 알루미늄 포일로 만들 틀을 얹어주고, 틀 안에 만들어둔 반죽들을 부어준다. 그런 후, 팬에 약간의 물을 붓고는 뚜껑을 닫아 찌듯이 익혀내 준다. 시간이 좀 지난 후, 팬케이크를 뒤집어 준다. 일정한 갈색으로 색이 예쁘게 나왔다. 만족스럽다. 반대쪽도 똑같이 물을 살짝 뿌리고 뚜껑을 닫아 쪄내듯이 마저 익혀준다.


크림에 약간의 설탕을 넣어 휘핑해 준다. 팬케이크를 그릇에 옮겨 담고, 크림을 얹는다. 뭔가 허전하다. 과일이 있으면 좋겠지만, 냉동실 속 냉동과일뿐이다. 어쩔 수 없이, 냉동과일이라도 꺼내 그릇에 담아본다. 모네의 지베르니 정원에 갔다가 사 왔던 지베르니 정원의 꽃 꿀을 꺼내본다. 사두고 한 번도 먹지 않았다가 이제야 개봉하게 되었다. (꿀을 잘 안 먹어서...) 커피머신에서 에스프레소를 한 잔 내려준다. 나를 위한 주말 브런치가 완성되었다. 식당에 갔다면 15유로는 내야 했을 거고, 가는데 최소 30분이 걸리는 데- 집에서 간단하게 나를 위한 브런치가 완성되었다.

집 근처에 마땅한 브런치 가게가 없다면, 나를 위한 나만의 브런치를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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