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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Jul 10. 2023

프랑스에서 한국인이 만드는 오코노미야키

반값 세일 소스로 만든 오코노미야키

퇴근 후 나의 취미는 아시아마켓 수경이다. 시내에서 트램으로 30분 거리에 살고 있어서 퇴근 후 저녁에 뭔가를 하기 위해 시티센터까지 나가는 것은 조금 피곤하다. 우리 집 근처에는 동네 바가 하나, 딱 하나 있는데 동네 장사를 하는 곳이라 그런지 모든 손님들이 들어오며 서로 인사하는 그런 곳이다. 주인도 영어를 못하고 굉장히 무뚝뚝하며 (아무래도 불어도 못하는 내가 이방인이겠지..) 프랑스에서 만난 가장 차가웠던 점원이 이 술집의 주인이었다. 돈을 내고도 기분이 썩 좋지 않았기에 한 번 간 이후 다시는 안 가고 있다. (일 년 반이 넘도록-) 그렇기에 퇴근길에 우리 집과 연구소 중간에 위치한 아시아마켓 구경이 그나마 저녁에 내가 즐길거리이다. 아시아마켓 구경은 그날 저녁 메뉴 선정에도 중요한 나의 일상이다.


하루는 아시아마켓을 둘러보는데 선반 위쪽에 30% 주황 스티커가 딱 붙어있는 오코노미야키 소스가 눈에 띄었다. 유튜브나 방송들을 보면, 일본은 식당들도 오코노미야키 가게들이 시판 소스를 쓰는 것 같았다. 그러니 시판 소스를 사서 요리해도 딱히 치트라고 할 수는 없을 거다. 오코노미야키 소스가 눈에 들어오니 바로 근처에 가쓰오부시 봉지도 보였다. 여기에 양배추만 사면 간단하게 오코노미야기를 만들어 술과 한잔 하기 딱이다. 오늘 저녁메뉴가 결정되었다. 내가 딱히 오코노미야키를 좋아하는 건 아니다. 일본에는 겨우 두세 번 가봤고, 현지에서도 오코노미야키는 먹어보지도 못했다. 그저 한국에서 두어 번 사 먹은 게 전부이다. 그래서 어떤 맛이 최상의 오코노미야키인지 기준이 없기 때문에 어찌어찌 만들어도 쉽게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할인하는 오코노미야키 소스, 가쓰오부시 한 봉지, 커다란 양배추 한 통을 장바구니에 넣는다. 베이컨 같은 얇은 고기가 있어야 할 것 같지만 집 냉장고에 남아있는 생 소시지가 생각났다. 케이싱만 벗겨내고 손으로 부숴주면 간 돼지고기처럼 이용할 수 있다. 그러니 굳이 다른 고기를 더 사지는 않기로 한다. 해산물로 오징어라던가 사놓을까 고민도 했지만, 성공할지 확신이 없는 요리에 너무 돈을 쓰지 않기로 했다. 기본만 갖춰도 맛있으면, 그다음에 다른 재료들을 넣어야지-라고 생각한다. 더 이상의 추가재료 없이 장보기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집으로 걸어가며 유튜브로 오코노미야키 반죽에 대해 찾아본다. 내가 가진 재료와 딱 맞아떨어지는 영상은 없었기에 내 나름대로 변형해야겠다 싶었다. 집에 도착하여 먼저 반죽을 만든다. 부침가루 2컵을 볼에 붓고, 전분을 반컵 정도 넣는다. 계란 하나를 깨트리고, 물을 부어 적당한 농도로 만들어 주었다. 베이킹파우더, 소금을 조금 넣고, 다른 사람들은 육수를 이용하거나 혼다시를 넣는데 둘 다 없어서 치킨파우더, 즉 중식육수에 많이 쓰이는 조미료를 넣었다. 반죽이 끝났다. 이제 양배추 반통을 최대한 얇게 채 썰어 준다. 그런 후, 다진 파를 넣고 케이싱 벗긴 생소시지를 손으로 부숴주어 돼지고기 다짐육처럼 만들어 반죽에 넣어 모두 함께 섞어준다. 고기를 넣었으니 후추도 좀 넣어준다.


이제 구울 차례이다. 불을 중 약불로 하고 반죽을 기름 두른 팬에 약 2 cm 높이로 푸짐하게 얹어준다. 천천히 익혀주면서 그동안 소스를 준비한다. 오코노미야키는 마트에서 사 온 것을 그대로 이용할 거고, 예쁘게 마요네즈를 뿌려주기 위해 지퍼팩에 마요네즈를 담고는 모서리 부분을 살짝 잘라 작은 구멍을 내준다. 오코노미야키 한쪽이 잘 익었다. 조심스레 뒤집어 반대편도 마저 구워내 준다. 구워진 오코노미야키를 그릇 위에 옮겨 담고 소스를 가운데 듬뿍 뿌린 후, 숟가락으로 펴 발라준다. 그런 후 지퍼백에 담아둔 마요네즈를 가로, 세로로 예쁘게 쭉쭉 짜준다. 마지막으로 가쓰오부시를 위에 얹어주니 오코노미야키가 완성되었다.

아시아마켓에서 함께 먹기 위해 일본 맥주를 사 왔었다. 굳이 프랑스에서 일본맥주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건 감성을 위한 거다. 오코노미야키 위에서 춤추는 가쓰오부시를 기록에 남기고자 오늘의 저녁을 동영상으로도 찍어본다.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온다.

맥주를 먼저 시원하게 한 모금 마시고는 완성된 오코노미야키를 조심스레 잘라 맛을 본다. 맛있다. 양배추가 너무 부드럽고, 반죽의 간도 딱 좋고, 소스와 마요네즈의 조합도 훌륭한데 여기에 뿌려진 가쓰오부시가 마지막으로 기분 좋은 감칠맛도 주었다. 내가 만들었지만 어쩐지 혼자 먹기 아까운 기분이다.


*반죽은 손 한 뼘 크기의 오코노미야키 세 개를 만들 수 있는 양이었다. 얼마나 맛있었냐면- 저녁으로 먹은 후, 남은 반죽을 야식으로 또 구워 먹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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