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에서 요리를 하며 외로움을 달래다
한국을 떠나 프랑스에 온 지도 벌써 일 년 반이 지났지만 나는 크게 외로움을 느낀 적이 없다. 한국에서 학위를 받고 박사 후연구원으로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연구소에 자리를 얻어 1년 반의 계약으로 왔다. 몇 달 전 계약을 일 년 더 연장하게 되면서 프랑스에서 시간이 조금 더 길어지게 되었다. 연구소는 도시 중심가에서는 조금 벗어나있다. 처음 이곳에 도착하고는 급하게 집을 구하면서 그저 연구실 근처가 좋겠다는 생각으로 직장 근처로 구하다 보니 외곽 지역에 살게 되었다. 우리 집은 주택가에 있다. 정말 주택뿐이다. 식당은 피자집 하나 있고, 빵집 하나, 동네 술집 하나다. 걸어서 15분은 가야 맥도널드와 마트들이 있다. 주변에 아무것도 없다 보니 외식이 쉽지 않다. 한국에 있을 때도 요리를 좋아했었지만 요리할 시간이 없어서 하질 못했는데, 이곳에서는 먹기 위해서는 요리하는 수밖에 없다. 직접 요리하지 않고는 주변에 배달을 하기도 마땅치 않고, 외식을 하려면 집 근처가 아닌 어딘가로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경제적인 이유도 크다. 프랑스는 한국에 비해 장바구니 물가가 저렴하다. 그에 비해 외식은 비싼 편이다. (비싸다고 해도 사실 한국과 비슷하지 않나 싶다.) 장 봐서 요리하는 게 훨씬 저렴하다 보니 외식을 하는 게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보통 아침은 생략하고 점심은 연구소가 있는 대학교 캠퍼스의 식당에서 해결하기에 저녁 한 끼만을 요리한다. 거의 매일 저녁 나를 위한 저녁을 요리하고는 그것들을 내 소셜미디어에 업로드했다. 모든 요리를 올린 게 아님에도 그 수가 거의 300개에 다다르니 이곳에 와서 참 많이도 요리했구나 싶다. 한국에 있는 가족과 지인들은 내게 프랑스에 요리하러 갔냐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내 어린 조카들은 나를 만나러 프랑스에 와서는 내게 이모는 요리사 아니었냐고 하기도 했다.
요리는 내게 그저 먹기 위함이 아니라 그 과정 자체가 즐거운 취미 생활이다. 요리는 내게 노동이 아니다. 나는 요리를 하면서 전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편이다. 퇴근길에 마트에서 장을 보고는 그날 저녁 메뉴를 결정하는데 기분이나 날씨 외에도 그날 누구와 연락했느냐가 메뉴를 결정하기도 한다. 나는 예전부터 사람들이 좋아하는 메뉴를 잘 기억했다. 그런 기억을 바탕으로 누군가를 생각하면 함께 떠오르는 메뉴들이 있다. 우리 가족들에 대해서만 예를 들자면 아버지를 생각하면 콩나물, 엄마는 비빔밥과 칼국수, 친언니는 복숭아, 파김치, 그리고 친오빠는 닭고기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과 매치되는 음식들이 있다. 그러니 엄마와 연락을 하고 엄마 생각이 나면 자연스럽게 비빔밥이나 칼국수, 아니면 그와 비슷한 요리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나에게 요리는 누군가와의 관계를 보여주고 나의 추억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이런 이유로 한 요리들을 먹을 때는 함께 했던 순간들이 생각나면서 비록 지금은 내가 혼자 있지만 나를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세상에 있다는 사실과 함께 나는 혼자가 아니라고 느끼게 된다. 요리를 하면서 나는 한국에서 멀리 떨어진 프랑스에서도 외롭지 않다.
1부에서는 나의 추억이 담긴 요리들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다. 나의 가족, 친구, 직장 동료 등 내 주변의 사람들과 겪었던 추억들을 가지고 내가 어떤 요리들을 하며 추억이 담긴 나를 위한 식탁을 차렸는지 보여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