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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Sep 08. 2023

무엇에도 만족하지 못하는 나

어릴 적 나는 완벽주의자였다고 한다. 어릴 적 기억은 그다지 선명하지 않아 잘 모르지만 엄마가 그렇다고 하셨으니 그런 거다. 그래서 엄마가 고생하셨다고 했으니 진실이라 믿는다. 그림에 색칠을 하다가 조금만 선 밖으로 나가면 바로 울어버렸다 했다. 나는 욕심이 많은 것인지 뭐가 문제인 건지 쉽게 만족하지를 못한다.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제법 관대한 편이지만 그저 나 자신에게만 기준이 조금 엄격하다. 난 항상 뭘 해도 나 자신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내 인생 목표가 내가 내 자신에게 만족하는 거라면 내가 어느정도로 자기혐오가 강한 사람인지 조금은 느껴질 것이다.


대학교에서 중간고사를 봤을 때이다. 내가 제출한 답안지가 맘에 들지 않았다. 망했다. 시험을 보고 나오니 친구들이 어땠냐며 얘기를 한다. 한 친구가 말한다. “쉽던데?” 중간고사 점수를 공지했다며 확인하라 하는데 어차피 망한 거 뭐하러 보나 싶어 보지 않는다. 기말고사까지 보고 학기가 끝난다. 성적이 나온다. 이상하다. 잘 봤다고 한 친구들보다도 내가 성적이 높게 나왔다. 뒤늦게 중간고사 성적을 확인해보니 내가 전체 3등이다. 기말은 1등이다. 이상하다. 주변애들 중 가장 잘 봤음에도 나 혼자만 망했다고 생각하며 좌절했다. 하지만 아무리 A+을 받는다해도 나는 매번 완벽하지 못한 내 답안지에 실망할 뿐이다. 나는 내가 한 일에 만족감을 가지는게 너무 어려웠다.


뭘 해도 만족하질 못 하고 부족하다고만 여기니 행복감을 느낄리가 없다. 난 태생이 부정적인 사람인가 싶었다. 무언가 해도 그보다 나은 상태를 바라본다. 내가 있는 자리가 큰 가치가 있게 느껴지질 않는다. 내가 이정도 애쓴 걸로 되는 거라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것 같다. 내 자신을 보잘 것 없는 존재로 생각하면서 내가 가진 모든게 가치없게 느껴지곤 했다. 남들에 대해 관대한게 어쩌면 남에게 크게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일 지도 모르겠다. 내가 나에게 세우는 기준들이 내가 이룰 수 있는 건지나 모르겠다. 완벽이란게 세상에 있겠는가. 항상 무언가 보다 더 나은 다른 것이 있기 마련인데, 나는 그만둘 줄을 모르는 것 같았다. 이렇게 이룰 수 없는 것을 갈망하며 나는 매번 실망만 하고 좌절할 뿐이었다. 나는 완벽을 꿈꾸지만 난 이를 실현할 능력이 안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나는 최선을 다하거나 노력하기를 그만두기 시작한다. 그렇게 언젠가부터 나는 “적당히”하자-주의의 사람이 되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만족할 수 없고 완벽할 수 없다면, 대체 노력이 무슨 의미 인가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나는 더 이상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아니고, 적당히 하고 그저 결과를 기다리고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이 되었다. 여전히 만족하지 못하는 것은 똑같지만, 최선을 다하던 이전만큼 좌절하지 않는다. 적어도 이루지 못할 이상을 꿈꾸진 않으니까.


일상에서 나는 이것저것 많은 것들을 하는데 노력하고 실망하는 것이 싫어서 결코 애써서 노력하며 뭔가를 하지 않는다. 취미로 그림을 그리지만 그림에 절대 시간을 오래 쏟지 않는다. 잘 그리려 절대 애쓰지 않는다. 먼저 연필로 선을 그리지도 않고 바로 지워지지 않는 펜으로 그려버리곤 한다. 애써 그려서 실망할 바에야 그냥 마구 그려서 핑계라도 갖자는 심정이다. 요리를 좋아하지만 모든 정성을 쏟아 요리하진 않는다. 나의 대부분의 생활, 나의 삶이 그렇다. 나는 쉽게 만족하지 못 하는 사람이라서 더이상 꿈꾸기를 포기했다. 만족하지 못하고 실망하는 것이 지겨워서 스스로 핑계가 될 수 있게 애쓰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나는 이런 내가 싫다.

나는 무엇에도 만족하지 못하는 내가 싫다.

최선을 다해 무언가를 이루고 성취감을 느끼며 발전해나가는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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