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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Sep 11. 2023

매번 다시 우울해지는 나라서

내 우울은 롤러코스터

자신을 사랑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답하기를 망설일 것이다. 한번 도 온전히 나 자신을 사랑해 본 적이 없다. 만 6세의 어린 시절 정신병원에 입원하면서  무엇이 문제였는 지에 대한 설명이 없었던 탓에 만 6세의 어린아이는 스스로를 탓하기 시작했고 자기혐오를 가지고 계속해서 살아왔다. 뒤늦게 크고 나서야 어린 시절 자신의 문제가 분리불안장애였음을 알게 되었지만, 이미 너무 오랜 시간을 나 자신이 잘못되었고 부끄러운 존재라고 생각하고 살아왔기에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하기란 그저 어려운 일이었다.


우울과 불안장애를 계속해서 함께 안은 채 살아가고 있다. 모든 순간이 마냥 우울한 것은 아니다. 삶이 괜찮은 것 같다는 희망을 가지게 되는 그런 날들이 있다. 컨디션이 굉장히 좋고, 에너지도 충분하다. 의욕적으로 일을 해내고 내 삶이 괜찮다고 생각하며 살아가려 하면 어느 순간 우울은 또다시 들이닥친다. 내가 나에게 우울이란 없을 수도 있을 거라는 희망을 잠깐이나마 갖았던 만큼 다시 돌아온 우울은 나를 더 힘들게 만든다. 아무리 애써도 다시 돌아오는 우울은 나의 의욕을 꺾어버리고 나는 절대 온전히 행복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빠지게 만든다. 나는 언제고 계속해서 우울할 것이라고.


약을 안 먹은 게 언제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해질 지경이다. 한 때는 약을 먹는 것 자체에 질려버려서 내 맘대로 약을 끊어버리고는 상태가 더 안 좋아지기도 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이제는 내 맘대로 약을 중단하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는 않는다. 약을 꾸준히 복용하면서 내 상태가 점점 호전되는 것을 실제로 느껴가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예전에 한 유명인의 죽음이 보도된 적이 있었다. 한 없이 빛나면서 방송에서 비치는 모습이 내게는 오히려 과한 에너지로 느껴질 만큼 밝아 보이는 사람이었다. 아마도 내가 팬이 아니었기에 다양한 모습들을 몰랐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그 유명인의 죽음은 상당히 나에게 충격적이었지만, 그의 유서가 공개되면서 그것을 읽고는 내 마음이 크게 흔들렸다. 거기에는 아무리 애써도 제자리로 돌아와 다시 우울에 힘들어하는 삶에 대해 적혀있었다. 이런 유명인조차 이렇게 힘든데, 내 삶이 애쓸 가치나 있는 건가 하는 생각에 한 동안 사로잡혀 크게 영향을 받았다. 어찌 보면 베르테르 효과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때 영향을 받아 내 삶이 크게 흔들렸던 것을 기억하고는 이제는 어떤 유명인의 죽음에 대한 소식을 접하더라도 최대한 그 소식에서 멀어지려고 애쓰고 있다. 자기 방어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자기 방어는 어쩌면 전보다 내가 나를 위하기 시작했다는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매번 다시 우울해지는 나라서 정말 싫은 나지만, 이제는 어쩌면 그런 나를 조금씩 받아들여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매일 먹는 약이라면 먹는 순간 예쁜 통에서 꺼내먹으라며 언니가 사준 무지개 약 케이스이다. 언니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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