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쏨땀, 내 맘대로 레시피
태국의 파파야 샐러드인 쏨땀을 처음 먹은 것은 서울 연남동의 한 태국음식점이었다. 맛집으로 웨이팅이 있는 곳이었는데, 혼자서 한참을 기다리고 맛보는 순간 그 맛에 반해버렸었다. 혼자 먹기가 너무 아까워서는, 주말에 언니집으로 테이크아웃을 해서 가져가서 언니에게도 맛 보여줬다. 언니와 나는 취향이 매우 비슷해서 내가 맛있고 좋아하면 거의 언니도 좋아한다. 100%는 아니라도 90%는 그렇다. 그렇게 우리 모두 쏨땀을 좋아하게 됐다. 그러나 쏨땀의 가격이 그리 저렴하진 않았다. 샐러드라고 하기엔 만원 가까운 가격이 조금 부담스럽기도 했다. 어느 날 연희동의 마트에서 장을 보다가 파파야를 발견한다. 그린 파파야라기엔 조금 숙성되어 있었지만 이걸로 쏨땀을 만들면 어떨까 생각하여 산 후, 유튜브 레시피를 보며 집에서 따라 해보니 그럴듯하게 맛이 나오더라.
프랑스에 와서 언제나 가는 아시아마켓에서 그냥 건너뛰던 냉동 코너를 자세히 들여다보던 어느 날이었다. 채 썬 그린 파파야가 냉동으로 떡하니 있었다. 보는 순간 눈이 동그래졌던 것 같다.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제품이었고, 이거면 파파야 샐러드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가격도 굉장히 저렴했다. 쏨땀을 네 번은 더 만들 만큼 한 팩이 몇 유로 하지 않았다. 바로 한팩 사서 집에 돌아온다.
이번 레시피는 쏨땀이라고 부르기엔 내 나름의 재료들이 들어가기에, 쏨땀을 재해석한 나만의 파파야샐러드라고 부르는 게 맞을 것 같다. 이런 나의 파파야 샐러드는 먼저 사온 냉동 파파야를 해동하는데서 시작된다. 물에 담가 빠르게 해동시켜 준다. 한번 맛을 보니 아삭한 듯 약간 꼬들한 식감이 생생하다. 한국에서 쏨땀을 시키면 사실상 숙주샐러드에 파파야를 넣은 정도로 파파야의 양이 많지 않다. 하지만 나는 파파야가 듬뿍 있기에 숙주 없이 파파야만 가지고 만들기 시작한다. 드레싱이라 해야 할지 소스라 해야 할지, 그 양념은 간단하다. 중요한 것은 라임즙과 피시소스이다. 라임즙을 두 개쯤 짜 넣고, 피시소스를 넣고 설탕을 넣어 맛의 밸런스를 내 입맛대로 맞춰준다. 원래 쏨땀은 고추도 넣고, 건새우도 넣어 감칠맛을 터트려주는 요리이다. 나는 건새우도 없으니 생략하고, 고추도 없기에 매콤함을 위해 한국의 고추장을 선택한다. 고추장을 살짝 넣어 매콤함을 더해준다. 더 맛있어졌다. 이렇게 준비된 양념에 토마토, 깍지콩, 채 썬 당근과 파파야를 버무려 준다. 마지막으로 취향껏 튀긴 양파를 뿌려주었다. 맛을 본다. 맛있다. 정말 맛있다. 굉장히 깔끔하게 감칠맛이 터진다. 마지막에 뿌려준 튀긴 양파가 신의 한 수였다. 언니에게 바로 맛 보여 주고 싶은데 나는 프랑스에 언니는 한국에 있었다. 아쉬웠다.
그런 아쉬움이 해결된 것은 언니가 나를 위해 여름휴가에 프랑스를 방문한 것이었다. 언니가 내가 사는 지역에 와서 머물러서, 언니가 지내는 에어비앤비에 내 파파야샐러드를 만들어 방문했다. 언니에게 꼭 먹어보라고 말하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언니가 언제 먹을지 궁금했다. 얼른 반응을 듣고 싶었다. 그러고 얼마 안 가 언니에게 반가운 메시지가 온다. 성공이다. 언니가 맛있다며 극찬을 한다. 팔라고 한다. 식당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언니까지 이렇게 말하니 내 파파야 샐러드가 정말 맛있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이거 진짜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