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라고 불닭발을 포기하진 말 것

프랑스에서 불닭발 해 먹기

by 이확위

닭발을 많이 먹어보진 못했다. 처음 먹어 본 것은, 매운 음식을 좋아하던 처음 사귄 남자친구였다. 매운 요리를 워낙 좋아해 여기저기 매운 요리들을 먹으러 다니며 그중 그가 꽤나 좋아하던 것이 닭발과 오돌뼈였다. 그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닭발에 오돌뼈를 먹어봤다. 닭발은 처음에는 닭발이라는 그 사실 자체에 약간의 혐오감이 들어서 시도하기가 쉽지 않았으나, 족발에서도 콜라겐이 듬뿍 있는 껍질을 좋아하는 나는 금세 닭발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오돌뼈는 그와는 대비되는 씹히는 식감이 매력적이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가게에 데려갔던 것이라 나름 동네 매운 맛집으로 유명했던 곳이었기에 맛있는 매운맛이었다. 그래서 처음 먹는 나도 맛있게 먹었던 것 같다. 헤어지고 다른 곳에서 먹어봤지만 그때의 그 맛이 계속 기억에 남았다. 그 친구를 생각하면, 함께한 다른 무엇 보다, 처음 먹어본 매운 닭발, 돼지껍질, 김치찌개 같던 김치두루치기 맛집 같은 맛있게 먹은 것만 기억나는 것 보면, 나도 먹을 것엔 정말 진심이구나 싶다.


프랑스에 와서 닭발을 먹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어느 날 아시아마켓을 둘러보다가 냉동코너에 뭔가 네모난 봉지에 담긴 게 눈에 띄었다. 처음엔 뭔지 알아보지 못했는데, 자세히 보니 뼈닭발이었다. 닭발이라니! 냉큼 신나는 마음에 냉동닭발을 사서 집으로 향한다. 집에 가는 길에 유튜브로 닭발 조리법들을 찾아본다. 대부분이 무뼈닭발이다. 몇 개 뼈 있는 닭발을 레시피를 본다. 먼저 소주를 듬뿍 넣고 끓는 물에 닭발이 부드러워질 때까지 삶아내고는 국물을 따라내고 소스에 버무려 볶아내 주면 완성인 듯했다. 프랑스에서 소주는 싸봐야 6유로다. 이걸 닭발의 잡내를 잡기 위해 쓰는 것은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다. 후추를 듬뿍 넣고, 프랑스 답게 허브들을 넣어보기로 한다. 문제는 발톱이었다. 내가 산 닭발이 해동되고 보니, 모든 발에 발톱이 있더라. 처음 보는 모습에 약간의 혐오감이 들었다. 하지만 그저 닭일 뿐이다. 발톱을 제거해줘야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손톱깎이를 이용하라고 했다. 그러나 집에 하나뿐인 손톱깎이를 닭발에게 양보할 순 없지 않은가. 칼을 꺼내 들고 발톱을 하나하나 잘라내기 시작했다. 조금 잔인하다고 생각되어 닭에게 미안했다. 그렇기에 최대한 맛있게 요리해서 잘 먹어주는 게 닭에 대한 에이라 생각했다.

닭발의 발톱을 모두 잘라낸 후, 한 번 씻어주고, 냄비에 물을 붓고는 함께 삶아주기 시작한다. 이탈리안허브 믹스가 있는 것을 듬뿍 넣고 후추를 팍팍 넣어주었다. 그렇게 25분가량 삶아주니 국물은 뽀얀 사골국물처럼 변하고 닭발의 콜라겐이 모두 부드럽게 삶아졌더라. 국물을 거의 다 따라내고 바닥에 약간 자작하게 남을 정도로 놔두고는 이제 양념을 마음대로 제조해 본다. 간장, 설탕, 고춧가루, 다진 마늘, 약간의 액젓으로 감칠맛까지 더해서 모두 부어주고는 섞어내 볶아준다. 닭발을 마무리하면서, 콩나물도 곁들여주고 거기에 미니 주먹밥까지 만든다. 닭발이 완성되고는 한 상 차려낸다. 그럴듯한다. 사진을 찍어 보내니 닭발까지 만들어 먹냐며 놀랍다는 반응들이었다.

바로 만든 닭발보다, 락앤락에 담아두어 한 번 식은 닭발을 데워먹는 게 닭발에 소스가 완전히 스며들어 더 맛있더라. 냉동실에 닭발에 저장해 두고는 (왜인지 모르지만 항상) 한 밤중에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으니 그 맛이 일품이었다. 너무 맛있어서 한 통을 다 먹고 전자레인지로 또 다른 통도 데워 먹어해치우기도 했다.


요즘 한국 닭발집들이 가격이 결코 저렴하지 않다. 양도 그렇게 넉넉하지 않은 편이다. 어렵지 않으니, 약간의 혐오감만 이겨낸다면 집에서도 닭발을 듬뿍 요리해 저장해 두면 편히 야식을 즐길 수 있다. 물론 무뼈닭발을 구한다면 한결 수월할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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