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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Sep 15. 2023

식당에서 새우를 많이 안 줘서 내가 구웠다

버터갈릭소스 새우구이

난 새우를 좋아한다. 사실 한국에 있을 때 까지도 내가 이렇게 새우를 좋아하는지 몰랐다. 프랑스에 오고 나서 아시아마켓에서 장보기를 즐긴다. 거의 나의 일상취미 일과이다. 그런 아시아마켓을 가면 냉동코너 두 칸이 각종 냉동새우들이다. 다른 재료에 비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 그런 새우를 한 번 사서 냉동고에 넣어두니 요긴하게 쓰게 되더라. 그러다 보니 언젠가부터 냉동고에 새우가 빠지지 않고 항상 구비되어 있게 됐다. 그러면서 새우 요리를 자주 해 먹기 시작했다. 새우버거, 새우탕, 새우스캄피, 새우 팟타이, 파스타, 새우볼 튀김, 잡탕밥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얼마 전 여름휴가 때 들렀던 스페인의 한 휴양도시에서 새우구이를 먹었다. 프랑스보다 물가가 저렴한 스페인임에도 25유로짜리 메뉴였는데 새우는 4개만 구워주더라. 평소 집에서 새우를 워낙 풍족하게 먹던 나는 메인인 새우의 양이 턱없이 부족하게만 느껴졌다. 휴가지에서 돌아오고 마트를 둘러보다가 생새우를 발견하고는, 평소와 다르게 냉동새우가 아닌 머리까지 모두 달린 통새우를 이용해 새우구이를 하기로 한다. 똑같은 맛을 내진 못 하겠지만 새우를 통으로 맛있게 구워낼 자신은 있었다.

내가 생각한 메뉴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새우와의 조합인 버터갈릭이다. 새우에 칼집을 내어 나비처럼 펼쳐주고, 내가 준비한 버터 갈릭 소스를 듬뿍 얹어준다. 소스 조합은 너무나도 간단하다. 버터를 크림 상태처럼 살짝 녹여주고는 다진 마늘, 파슬리, 약간의 파프리카파우더를 섞어주는 거다. 팬을 달구고는 이렇게 소스가 얹어진 새우를 잘 익혀준다. 너무 간단하지만 구워지면서 이미 맛있는 냄새가 주방에서 퍼져나간다. 이미 성공적인 요리임을 먹기 전부터 직감한다.


새우를 요리하는 동안 오븐에 감자튀김을 굽기 시작한다. 오븐 요리는 오븐에 넣어두고 다른 것을 맘껏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참 편한 요리법이다. 어릴 때는 냉동 감자튀김을 다시 튀겨야 하는 줄 알고 매번 수고스럽게 튀기곤 했다. 패스트푸드 점에서 항상 그렇게 하는 것을 지켜봤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수입 감자튀김의 포장지를 살펴보면 거의 대부분 오븐에 굽는 방법이 안내되어 있다. 그 후로는 포장지에 적혀있는 온도로 오븐에서 구워내며 편하게 감자튀김을 집에서 즐기고 있다. 포장지에 안내된 대로 조리하니 튀긴 것처럼 바삭한 감자튀김이 완성된다. 역시 제품 설명란은 전문가들이 쓰는 것이니 믿고 따르면 되는 거다.


새우는 금세 다 익었다. 잘 익은 새우와 바삭하게 구워진 감자튀김을 그릇에 담고, 레몬을 잘라한 접시를 완성해 낸다. 새우는 머리부터 먹는다. 머릿속에 고소한 내장이 들어있어 좋아한다. 맛있다. 그런 후, 이제 껍질을 까기 시작한다. 귀찮다. 하지만 이 귀찮음 뒤에 맛을 위해 이 정도는 이겨내야 한다. 껍질을 벗겨내고 새우를 먹는다. 잘 구워졌다. 오버쿡 되지 않아서 건조하지 않다. 탱탱한 새우와 버터갈릭 소스에 살짝 넣은 파프리카 파우더가 좋은 선택이었다. 귀찮을 때는 새우 다리만 제거하고는 껍질째 먹어보기도 한다. 바삭한 껍질의 식감이 또 다른 맛을 선사한다. 하지만 역시 귀찮아도 껍질을 제거하여 탱탱한 살만 맛보는 게 맛있어서 열심히 껍질을 깐다. 식당에서 사 먹었던 메뉴보다는 화려함은 부족할지라도 그 맛은 뒤지지 않는 나의 넉넉한 새우구이 한 접시였다.


* 접시에 담은 것보다 더 많은 새우가 아직 팬 위에 있어서 한 접시 비우고 새우를 더 가져다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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