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이 버거 맛집이 되는 순간, 새우버거

새우버거를 안 팔아서

by 이확위

프랑스에 오기 전, 프랑스에 대한 나의 인식은 미식의 나라이자 자기 문화에 고집스러움이 강한 나라였다. 그래서 프랑스에 와서 느낀 의외의 모습은 여기... 버거가 정말 흔하다. 굉장히 많은 가게들에서 일상적으로 파는 메뉴가 바로 버거다. 일반적으로 다양한 메뉴를 파는 가게라면 모두 버거 한 종류쯤은 있다고 생각해도 거의 맞을 것 같은 느낌이다. 보통 버거의 가격은 (비싼 가게는 안 가봐서 모르겠지만) 15유로 정도 되는 것 같다. 버거를 시키면 보통 기본으로 감자튀김은 제공이 되는 편이다. 버거만 하나 딱 나오기는 패스트푸드점이 아니고서야 너무 볼품없지 않겠는가. 워낙 사람들이 감자튀김을 찍어먹는 소스가 취향대로이다 보니, 버거를 시키면 제일 먼저 일회용 소스들이 담긴 그릇을 가져다준다. 케첩, 마요네즈, 머스터드, 소금, 후추들이 담겨 있는 것 말이다. 그렇게 기다리다 보면 버거가 담긴 접시와 감튀그릇을 가져다주곤 한다. 이렇게 한 끼를 먹으면 20유로 미만으로 배부르게 해결할 수 있다.


얼마 전 우리 연구실 넘버 2가 그룹 바비큐에서 다른 사람과 대화 중에 자기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맥도널드에 가본 적이 없다고 하더라. 순간 미국 프랜차이즈에 대한 반발심인가 싶으면서 프렌치의 고집인 건가-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 뒤 그녀가 말하길 같은 가격이면 다른 더 좋은 버거들이 많은데 굳이 거길 가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는 거였다. 지금까지 막연하게 맥도널드 버거가 싸다고 생각하고 있던 나는 다시 생각해 보니 그녀의 말이 맞다는 걸 알았다. 맥도널드의 버거가 버거만 9~13유로 정도이다. 맥도널드는 감자튀김이 기본이 아니니 내가 추가해야 한다. 그러면 가격은 또 올라간다. 결국 일반 식당 버거와 거의 같은 가격인 거다. 프렌치의 고집으로 맥도널드를 안 간 게 아니라 현명한 소비자였던 것이다. 패스트푸드 점이 당연히 더 저렴할 거라 생각했던 내가 바보였다. 생각 없이 카드 긁는 나의 바보 같은 소비였던 것이다. (게다가 프랑스 맥도널드 맛도 별로다. 차라리 프랑스 버거킹을 가라. 아니 그보단 파이브가이즈를 가라.)


프랑스에서 파는 버거라 하면 일반적인 소고기 패티의 그 버거이다. 어쩌다 치킨 버거가 있기는 하지만 거의 소고기 패티 기본의 전형적인 기본 버거에 다른 재료들의 조합이 달라지는 거다. 치즈의 나라다 보니 넣어주는 치즈가 가끔 독특한 경우도 있다. 얼마 전 간 버거집에서는 내가 있는 지역의 치즈를 넣어서 팔기도 하더라. 그 치즈가 냄새가 쿰쿰하고 (그게 매력이지만) 상당히 강한 편이라, 그걸 버거로 먹으면 어떨지 조금 궁금하기도 했다. 이런 프랑스라서 외식을 할 때 한국에서보다 버거를 먹은 적이 많다. 프랑스에 와서 한국에서 평생 먹은 감자튀김보다 감자튀김을 많이 먹은 것 같다. 프렌치프라이의 나라니까.


집에 항상 있는 냉동새우를 가지고 뭘 요리할 까 고민하던 날이었다. 생각해 보니 프랑스에서는 새우버거를 먹어본 적이 없다. 아니 먹을 기회도 없었다. 메뉴판에서 새우버거를 본 적이 없으니까 말이다. 이 나라 사람들은 새우버거를 안 먹는 건가? 궁금해도 알 길이 없다. 나중에 프랑스애에게 물어봐야겠다 생각했다. 오늘의 메뉴는 새우버거라고 맘을 먹는다. 어떤 조합으로 만들까 고민을 한다. 집에 있는 재료들을 뒤져보니, 루꼴라와 아보카도가 보인다. 머릿속으로 맛의 조합이 그려진다. 새우를 다져서 새우패티를 만들고, 드레싱에 살짝 버무린 루꼴라와 아보카도를 곁들이고 여기에 스리라차마요를 넣어주면... 맛이 그려졌다. 앗 그런데 버거 빵이 없다. 다음에 버거번을 사 와서 만들기로 한다.


마트에서 버거를 위한 버거번을 사 왔다. 빵의 나라답게 마트에 버거빵만 그 종류가 다양하다. (마트에 식빵만도 20종류 가까이는 있는 나라다) 빵을 사들고 집에 돌아와 먼저 새우패티부터 만들기 시작한다. 냉동 새우를 해동하고 껍질을 제거한다. 칼집을 넣어 내장을 제거한 후, 다져준다. 하지만 너무 잘게 다지지 않고 일부는 조금 씹힐 수 있도록 대충 다져내 준다. 간단하게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해준 후, 튀김은 역시 밀계빵 (밀가루, 계란, 빵가루)이다. 튀기기 직전, 미리 다른 재료들을 준비해 준다. 아보카도를 반으로 갈라 씨를 빼내고, 껍질을 벗겨낸 후 으깨준다. 여기에 레몬즙을 뿌리고, 소금과 후추로 간단히 간을 한다. 루꼴라도 준비해 준다. 뭔가에 버무려주려다 그냥 싱싱한 루꼴라 그대로 맛보기로 한다. 소스도 미리 만들어 준다. 약간의 매콤함을 위해 마요네즈에 스리라차소스를 넣어 잘 섞어준다. 이제 패티를 튀길 시간이다. 튀겨야 하니 기름을 넉넉히 부어야 하지만, 혼자 먹을 새우패티 하나 튀기자고 기름을 쓰기는 낭비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조금 넉넉히 둘러주고, 그냥 구워낸다. 그래도 제법 만족스럽게 튀김 모양새가 나왔다.


이제 조립할 시간이다. 살짝 오븐에서 구워서 데워준 빵 위에 먼저 아보카도 으깬 것을 얹었다. (나중에 생각하니 조립 순서가 잘 못 됐다.) 그 위에 새우패티를 얹고, 루꼴라를 올려준 후에 소스를 뿌려내 준다. 버거를 만드는 동안 오븐에서 구워진 감자튀김도 곁들여준다. 감자튀김엔 난 역시 케첩이 좋다. (요즘은 마요네즈, 케첩 반반을 좋아하는 중이긴 하다.) 아보카도를 맨 밑에 둔 게 조금 실수였던 것 같아. 수분감이 버거를 먹기가 쉽지 않다. 다음에는 새우 패티 위에 얹어야겠다고 생각한다. 버거를 손으로 먹기 쉽지 않아 나이프로 잘라 한 입에 가득 넣어본다. 음~맛있다. 우리 집이 버거 맛집이 되는 순간이다. 만족스러운 맛이다. 새우를 듬뿍 다져 넣었더니 새우 맛이 풍부해서 스리라차마요네즈 소스에도 새우 맛이 죽지 않고 존재감을 발휘한다. 혼자 맛보는 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대접했다면 "이 집 버거 잘하네" 소리를 들을지도 모르겠다. 새우버거가 안 팔면 어떠냐, 내가 잘 만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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