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대로 만들고 오코노미야키라 부른다

내 맘대로 반죽하기

by 이확위

퇴근 후 즐겨 찾는 아시아마켓에 갔다. 특별히 사고 싶은 게 있어서 가는 게 아니다. 그냥 아시아마켓 둘러보기는 퇴근 후 나의 일상이자 취미이다. 저녁에 할 일도 없으니 집에 들어가기 전 시간을 때우고 둘러보며 저녁 메뉴도 정하는 그런 거다. 평소처럼 한국, 일본 제품 코너를 둘러본다. 30%라고 적힌 커다란 주황색 스티커가 붙은 제품들이 눈에 띈다. 타코야키와 오코노미야키 소스다. 세일하는 소스를 보고 나니 근처의 가쓰오부시도 눈에 들어오며 저녁 메뉴로 오코노미야키에 시원한 맥주가 갑자기 당겼다.


일본에서도 많은 식당들이 오코노미야키를 만들 때 소스는 시판 소스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인기 많은 그 브랜드 제품은 아니지만, 이 소스를 이용해도 맛있겠거니 싶다. 소스 앞에 서서 유튜브로 오코노미야키 레시피를 찾아보며 다른 재료는 뭐가 필요한지 한 번 살펴본다. 반죽을 만들고 양배추를 넣고 원하는 고기나 해산물을 얹어 구워내고, 오코노미야키 소스와 마요네즈를 뿌린 후 가쓰오부시를 얹어내면 완성인 듯하다. 나머지는 다 수우러할 것 같아 성공의 관건은 아무래도 반죽일 것 같다. 일단 주요한 재료인 양배추, 오코노미야키 소스, 가쓰오부시를 사서 집으로 돌아간다. 집에 가는 길에 레시피를 더 찾아본다.


모든 재료는 집에 있는 것으로 대체해 맛을 어찌어찌 내보는 게 오늘의 목표다. 사실 오코노미야키를 제대로 먹어본 적이 없다. 한국에서 맛집이라는 가게 두어 번 가 본 것이 전부라 어떤 게 진짜 일본의 오코노미야키인지 모른다. 오히려 그렇기에 요리하는데 부담이 없고 자유롭다. 정해진 기준점 없이 그냥 내가 맛있게 요리하면 되니까 말이다. 그러니 오늘의 요리는 일본의 오코노미야키 스타일의 내 맘대로 음식이라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먼저 반죽을 만들어 본다. 부침가루 2 컴을 볼에 붓고 전분 반컵을 넣는다. 계란 하나를 깨트려 넣어주고 물을 부어 농도를 맞춘다. 베이킹파우더, 소금을 넣는다. 유튜브의 다른 사람들은 육수를 이용하거나 일본의 혼다시 조미료를 넣더라. 결국은 감칠맛이란 얘기니 중식 치킨 파우더가 있어 큼직하게 한 스푼 넣어준다. 내 맘대로다. 그런 후 다진파를 넣어준다. 베이컨이나 다른 얇은 고기가 있으면 좋겠지만 나는 돼지 생소 세지가 있다. 케이싱을 벗겨내고 소시지의 돼지고기 다짐육을 손으로 뭉개서 반죽에 넣어준다. 고기가 들어갔으니 후추도 넣어준다. 이렇게 나만의 반죽이 완성된다. 벌써부터 궁금하다. 이제 구울 차례이다. 제법 두툼하게 구워낼 거라 중 약불로 서서히 익혀서 타지 않고 속까지 익게 만들어줘야 한다. 앞 뒤로 천천히 구워낸다. 생각보다 크기가 커졌다. 욕망의 오코노미야키다. 다 구워진 반죽을 접시에 담고 세일가에 사 온 오코노미야키를 듬뿍 뿌려 윗면에 잘 발라준다. 그 후, 마요네즈를 뿌려야 하는데 예쁘게 뿌리기 위해 지퍼백에 담고는 모서리를 살짝 잘라내 구멍을 만든 후 뿌려준다. 마지막으로 가쓰오부시를 살포시 얹어준다. 완성이다.

가쓰오부시가 살랑살랑 흔들리는 모습에 제법 그럴싸해 영상으로도 찍어본다. 먹음직스럽다. 조금 크지만 말이다. 반죽이 윗면은 바삭하게 구워지고 속은 촉촉하다. 잘라서 먹어보니 맛있다. 내 맘대로 했지만 간도 너무 좋고, 좋다. 오코노미야키 전문점이 아닌 곳에서 이걸 오코노미야키라고 판다면 누구라도 사 먹을 것 같다. (전문점은 당연히 더 높은 기준으로 평가해야 하므로) 일본인과 결혼한 언니에게 사진을 보낸다. 내가 만든 거냐며 대단하다고 한다. 오늘도 한 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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