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와 간장계란밥

간장은 장조림 간장

간단한 간장계란밥 한 그릇에는 돌아가신 외할머니와의 추억이 있다. 어릴 적 부보님이 출장을 가시면 주로 외할머니가 오셔서 우릴 보살펴 주셨다. 그렇게 어린 나이는 아니라서, 그냥 밥을 챙겨주셨다는 게 맞을 것 같다. 할머니는 손맛이 좋은 분이시지만, 우리 삼 남매가 뭔가 하나를 잘 먹으면 그걸 좋아한다 생각하시곤 그것만 계속해주시곤 했다. 보살펴주러 먼 길을 오신 할머니가에 그저 해주시는 대로 조용히 먹으며 감사해했다. 그러다 너무 질리거나 하면, 간장 계란밥으로 라도 간단히 끼니를 때우려 했다. 왜 그걸 먹냐고 하시면 먹고 싶다고 얘기했다. 그럴때면 하시는 말씀이 간장은 장조림 간장이라도 넣으라는 거였다. 그래야 더 맛있다고. 간단한 한 끼라도 우리가 더 맛있게 먹길 바라는 할머니의 마음, 사랑이었다.

지금도 가끔 간단하게 한 끼를 해치우고 싶을 때 계란 간장밥을 먹곤 한다. 계란은 무조건 반숙이다. 어릴 때부터 나는 항상 반숙파였다. 간장계란밥을 먹으려는데 문득 얼마 전 만들어 둔 장조림이 생각났다. 외할머니의 한 마디가 머릿속에 들리는 듯했다. 할머니의 말씀처럼 간장은 장조림 간장을 넣어 간장계란밥을 준비한다. 참기름도 넉넉히 뿌리고 고소한 참깨도 뿌려준다. 간단하지만 언제나 만족스러운 간장계란밥 완성이다. 장조림 간장으로 할머니에 대한 추억과 함께 맛도 레벨업된 한 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