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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Oct 31. 2022

새언니와 타코

새언니에게 집에서 타코를

새언니는 요리를 좋아하지 않는다. 스스로 요리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한 듯하다. 요리를 좋아하지 않기에 새언니에게는 요리가 노동이다. 하지만 내게는 요리는 즐거움이자 취미이다. 그렇기에 명절이나 가족들이 모일 때면 내가 요리를 도맡아 하곤 한다. 언젠가 가족들이 모여서 그날도 내가 요리를 했다. 새 언니는 내가 해준 요리를 잘 먹는다. 이런 건 어떻게 만드냐는 말을 자주 해주었다.



새언니가 말했다. 남자 친구네 집에 처음 놀라갔더니, 여동생이 오븐에 립을 굽고 있어서 놀랐다고 했다. 립은 패밀리 레스토랑에서나 먹는 거라고 생각했었다면서. 그러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걸로, 새언니가 임신했을 때 내가 만들어 준 타코가 정말 맛있었다고 했다. 그날이 생각났다. 밤에 야식으로 타코를 만들었다. 밤늦게는 잘 안 먹는 새언니였지만 오빠가 맛있다며 불러서 방에서 나와 함께 먹었던 것 같다. 나에게는 그저 즐거움을 위해 만들었던 건데 누군가에겐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는 게 조금 뿌듯했다.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남을 위한 요리는 즐겁다.


비록 혼자지만 타코를 해 먹는다. 집에 있는 시즈닝들을 섞어서 고기와 함께 볶아준다. 어니언 파우더, 칠리파우더, 파프리카 파우더, 갈릭파우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큐민을 넣고,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다. 큐민만 들어가도 바로 확 멕시칸 같은 향이 난다. 토마토를 잘게 다지고, 양파를 조금 썰어 넣고 라임즙, 소금, 후추로 간단하게 신선한 토마토살사를 만든다. 아보카도가 있다면 으깨서 라임즙을 뿌려주고, 없다면 생략한다. 양상추를 잘게 다져 푸른 잎을 준비해둔다. 또띠야는 귀찮으니 전자레인지에 살짝 돌려 부드럽게 해 준다. 사워크림은 있을수록 좋다. 또띠야를 바닥에 깔고, 원하는 재료들을 얹어서 한 입 베어문다. 타코를 먹을 때는 지저분해도 괜찮다. 지저분하면 닦으면 그만이다. 이렇게 맛있다면 얼마든지 닦아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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