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소고기 김밥

그냥 햄을 바라던 어린 시절

엄마는 햄을 좋아하지 않으신다. 싫어하신 다는 게 맞을 거다. 그래서 소시지와 햄이 들어가는 부대찌개도 성인이 된 후 친구들과 함께 처음 먹어봤다. 소풍 가는 날이면 김밥을 싸주시는데 햄은 절대 넣지 않으셨다. 엄마의 김밥은 언제나 소고기 김밥이었다. 난 수줍음이 많고 남의 눈에 띄길 좋아하지 않는 아이였다. 이름이 특이해서 새로운 곳에 가서 이름 불리는 것조차 부끄러워하는 아이였다. 모두가 햄 김밥을 싸온 가운데 혼자 소고기 김밥을 꺼내는 게 나는 싫었다. 친구들은 “우와 고기 김밥이다.”라며 부러워하기도 했지만 난 다르게 보인 것 자체가 싫었다. 그렇다고 내가 안 먹었다는 건 아니다. 엄마의 소고기 김밥은 언제나 맛있었으니까. 그저 다른 친구들의 보통의 햄이 들어간 김밥을 부러워했었다는 거다.

오히려 성인이 된 지금은 엄마 생각에 소고기 김밥을 사 먹어 보기도 하지만, 밖에서 사 먹는 소고기 김밥들은 고기 재료부터가 엄마가 해주시던 것과 달라서 그 맛이 나지 않았다. 얼마 전 냉장고에 남은 소고기가 있었다. 엄마의 소고기 김밥이 생각났다. 마침 아시안 마켓에서 사뒀던 김밥 재료들이 모두 있어서 엄마가 넣으시던 재료 그대로 준비하여 김밥을 만들었다. 단무지, 계란, 당근, 오이 (엄마는 항상 시금치가 아닌 오이를 넣으셨다), 그리고 양념한 소고기.

누군가는 김밥이 손에 많이 간다고 하지만, 나는 손이 빠른 편이라 제법 금방 김밥을 만드는 편이다. 밥에 참기름, 소금, 깨를 넣어 간을 한다. 김밥에서 사실 제일 중요한 건 밥이다. 밥에 간만 충분하다면 어떤 재료라도 맛있다. 그런 다음 각각 재료들을 따로 볶으며 약간씩 간을 해준다. 모든 게 다 간이 잘 되어있는 상태로 다 같이 먹으면 당연히 간이 맞다. 마치 맛있는 거 더하기 맛있는 거가 되는 거다. 모든 재료의 간만 잘 맞게 준비하고 김밥을 만다. 너무 욕심내지만 않으면 터질 일은 없다. 완성이다.

추억의 엄마의 김밥 정도의 맛은 아니지만, 해외에서 먹는 김밥으로 이 정도면 만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