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들과 고추장찌개

오빠의 주문 메뉴

어릴 적 집에는 한 요리책 시리즈가 있었다. 한식, 양식, 베이킹 등 여러 권으로 나뉜 책이었다. 어느 날 오빠가 요리책을 펼쳐보더니 엄마에게 고추장찌개를 해달라고 했다. 그때까지 단 한 번도 고추장찌개를 먹어본 적이 없었다. 엄마는 오빠의 요청에 요리책을 슬쩍 보시고는 그날 저녁에 고추장찌개를 해주셨다. 그날의 맛이 딱히 기억에 나지 않는 것을 보면, 내게 너무 매웠거나 그다지 즐기지 못했나 보다.

된장찌개가 조금 재미없게 느껴지고 뭔가 찌개가 먹고 싶던 흐린 어느 날, 엄마에게 메뉴 요청을 하던 오빠가 생각났다. 고추장찌개를 해보기로 한다. 고추장만으로는 감칠맛이 적어서 고추장:된장을 3:1 비율로 넣고 냄비에 볶다가 물을 붓는다. 냉장고에 있는 채소들도 듬뿍 넣는다. 부족한 감칠맛을 국간장과 액젓으로 해결하고 두부를 잘라 넣어 한 소금 끓여준다. 매콤함을 원한다면 청양고추를 잘라 넣어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이 나라에서 아직 청양고추 같은 고추를 구하지 못했고, 더 중요한 것은 난 매운 걸 못 먹는다. 취향에 맞게 맵기를 조절하자. 흰쌀밥과 함께라면 한 그릇은 순식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