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라면이 아닌 진짜 새우탕

우리 집의 별미 새우탕

어릴 적 집에서 대하 철이면 엄마는 새우탕을 만들어 주곤 했다. 나는 흔한 요리로 생각했지만 밖에 나와보니 새우탕을 먹어 보질 못했다. 엄마의 새우탕은 꽃게탕의 새우 버전 같은 맛이다. 다른 지역은 모르겠지만, 엄마는 꽃게탕에도 약간의 된장을 넣어 진하게 끓여주시곤 했다. 엄마의 새우탕은 꽃게탕과 비슷하지만 꽃게탕에서 나는 꽃게의 단맛이 덜하여 좀 더 칼칼하고 개운한 맛이었다.

냉동새우를 항상 냉동실에 가지고 있는데, 어느 날은 평소와 다른 게 먹고 싶었다. 그때 어린 시절 먹었던 우리 집의 새우탕이 생각났다. 비록 냉동새우가 새우 머리가 제거되어 있어서 충분한 국물이 나올까 우려스러웠지만 양념으로 커버할 수 있을 거라 자신했다.

우선 냉동된 새우를 해동했다. 껍질이 있는 새우를 사뒀던 나 자신을 칭찬한다. (다양하게 사용하기 위해 가능한 껍질 있는 냉동 새우를 사자!) 기본 육수로 멸치, 다시마를 사용해도 좋지만 간단하게 선물 받은 코인 육수를 사용했다. 코인 육수는 가루 낸 천연육수재료들을 동전 모양으로 뭉쳐져서 시판되는 거였다. 요리를 잘 못하는 동료가 한국에서 가족이 충분히 보내줬다며 내게 한 팩 선물해줬다. 요리를 좀 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재료를 사용하는 게 다소 자존심 상할 수도 있지만, 혼자만을 위한 요리에 시간 절약을 위해서라면 시판 재료도 용서할 수 있다.

새우는 금방 익으니까 끓는 육수에 먼저 양념을 한다. 엄마처럼 된장을 한 스푼 넣고, 고춧가루를 넣는다. 국간장으로 남은 간을 하고 약간의 액젓으로 감칠맛을 추가한다. 한국인이라면 당연히 넣어야 할 다진 마늘도 듬뿍 넣는다. 그런 후 준비해 둔 채소들을 잘라 넣는다. 무가 들어가면 시원한 맛이 난다. 다행히 이곳에서도 작은 무를 팔아서 무를 잘라 넣어 무가 푹 익게 끓인다. 그 후에 새우와 함께 갖은 채소들을 넣는다. 다른 건 몰라도 호박은 항상 넣었던 엄마처럼 호박을 듬뿍 잘라 넣는다. 한국이라면 애호박이겠지만 이곳에서는 기본이 쥬키니 호박이라 마지못해 쥬키니 호박을 잘라 넣는다. 항상 있는 양파도 잘라 넣어준다. 푹 끓여주고 마지막에 후추를 살짝 넣어둔다. 한국이라면 쑥갓을 넣겠지만 안타깝게도 이 나라에서는 구할 수가 없다. 그래도 시원 칼칼한 엄마의 새우탕 완성이다.

한 냄비 가득 끓여 새우탕이 남았다면 다음 끼니에 칼국수 면을 삶아서 새우탕에 곁들여 먹어보자! 혼자라도 남기지 않고 한 냄비를 모두 비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