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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Nov 02. 2022

엄마 여기는 미나리가 없네요

엄마의 미나리 낙지볶음

어릴 때는 미나리를 싫어했다. 없어서 못 먹는 지금과는 다르게 말이다. 엄마가 미나리를 쓰는 요리는 내가 못 먹는 매운탕 외에는 낙지볶음 하나였다. 엄마는 낙지볶음에 항상 미나리를 듬뿍 넣으셨다. 엄마는 요리에 고집이 있는 사람이었다. 낙지가 있는데 미나리가 없다면 낙지볶음을 안 하는 정도로 말이다. 어린 시절엔 초록색 미나리만 빼고 낙지를 골라먹곤 했다. 시간이 지나며 미나리의 맛을 알게 된 후에는 밖에서 사 먹는 낙지볶음에 미나리가 없어 엄마의 낙지볶음이 그리워지곤 했다.


아시아 마켓을 쇼핑하는데 잘라진 낙지, 한국어로 낙지라고 적힌 냉동 상품을 발견했다. 바로 ‘오늘 저녁은 낙지볶음이다!’라고 내적 환호성을 질렀다. 그러곤 바로 ‘미나리가 있으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선가 고수가 미나리과라는 말을 들었던 게 생각나서 미나리 대신 고수를 넣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고수를 손에 들었다. 그러다가 잘 못 넣어 낙지를 버릴 수도 있단 생각에 차마 실행하지 못하고 고수를 다시 내려놓았다.



낙지 크기로 양파, 당근, 쪽파 (대파가 없으므로)를 잘라 준비해둔다. 낙지가 손질되어 잘라진 낙지라 딱히 손이 가는 게 없었다. 양념을 만들어본다. 고춧가루, 고추장, 설탕, 간장, 다진 마늘을 넣고 맛을 본다. 기름을 두르고 채소와 낙지를 넣고 볶아주다가 양념을 넣고 볶아준다. 마지막에 참기름을 아주 소량 첨가해서 후루룩 한번 더 볶아내 준다.  미나리는 없지만 맛은 있는 낙지볶음이다.



아시아 마켓에서 사 왔던 막걸리도 함께 준비한다. 낙지볶음이 매콤해서 맵지 않은 파전까지 준비했다.



엄마, 미나리는 없지만 막걸리가 있네요.

저는 잘 먹고 잘 지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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