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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Nov 05. 2022

엄마의 부추 육개장

혀가 기억한 엄마의 맛

많은 집들이 엄마만의 시그니처 요리 한 두 개 정도는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 엄마의 몇 가지 요리 중, 오징어 조림이 있다. 진미채 조림이 아니라, 마른오징어를 물에 불려 반건조 오징어처럼 만들어준 후 하나 한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아마도 간장, 고춧가루, 약간의 설탕 등으로 조려낸 것 같다. (엄마에게 여쭤봐야겠다)


친구와 엄마의 이런 요리들에 대해 얘기했던 적이 있다. 안타깝게도 이 친구의 어머님은 친구가 초등학생 시절 병환으로 세상을 떠나셨는데 친구는 엄마만의 감자요리가 있었다고 했다. 친구는 다른 곳에서 감자조림을 먹기 전에는 엄마의 감자조림을 감자조림이라고 불러왔는데 친구 집이나 다른 식당에서 보니 감자조림이라 불리는 요리는 완전히 다른 요리였다고 했다. 어머님이 돌아가신 후 친구는 그 감자요리를 그 어디서도 먹어보지 못하고 한 편으로는 잊었다고 했다. 그러다 어느 날 고등학생 시절 이모 댁에 놀러 갔는데 이모가 내놓은 반찬이 바로 엄마의 그 감자요리라 눈물이 났다고 내게 말했다. 아마도 그 감자요리는 친구 어머님네 가족만의 요리였던 것 같다.


얼마  갑자기 날이 추워져서 따뜻한 국물이 먹고 싶었다. 냉장고를 뒤지니 소고기가 있었다. 채소들과 소고기를 넣어  매콤 칼칼한 고깃국을 끓여야겠다고 생각했다.  날은 특별히 정해진 레시피는 없었다. 먼저 고기를 육수를 냈다. 그런 , 양파와 채소를 조금 넣고, 국간장, 고춧가루, 약간의 조미료로 굴소스도 넣어보고  맘대로 맛있다고 느껴지게끔 만들었다. 그러다 문득 냉장고에 남아있는 부추가 생각났고  어울릴 거란 생각에 부추를 잘라 넣었다. 그러곤 맛을 봤는데, 깜짝 놀라고 말았다. 엄마의 부추 육개장과 똑같은 맛이었다. 나도 모르게 엄마의 부추 육개장이 맛있는 맛으로 자리 잡혀 있어서 자연스럽게도  혀는 나를  엄마의 육개장으로  요리를 이끌고 있었던 것이다.



엄마의 부추 육개장은 다른 육개장들과는 다르다. 다른 육개장과는 완전히 다른 맛이라 이걸 육개장이라 해야 하는지도 사실 애매하다. 고사리나 국물을 탁하게 할 어떤 재료도 들어가지 않아 매콤하지만 맑게 시원한 맛이다. 어머니만의 요리가 있다면 시간이 될 때 요리법을 배워보자.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혹시나 더 이상 함께하지 못하는 시간이 왔을 때 함께 했던 추억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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