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그림 그리기가 취미가 되고 한 달 가까이 지나면서 그림 재료들을 이것저것 사기 시작했다. 라인을 그리는 펜으로 피그먼트잉크펜을 잔뜩 샀다. 물에 번지지 않아서 애용하는 펜이다. 수채색연필도 새로 구매했다. 색연필처럼 색칠하고 물을 묻히면 수채화처럼 변하는 거다. 큼직하게 그리고 싶어 이전보다 큰 스케치북도 구했다.
그림 도구들은 어느 정도 갖춰줬다. 그림은 주로 음식을, 내가 먹은 음식을 그렸다. 그렇게 한 달 가까이 그리다 보니 새로 그릴 것들이 부족해지더라. 매일 먹는 게 비슷하다 보니 그려야 할게 반복되면서 재미가 없어지더라. 그래서 그림 그릴 소재를 위해 안 가본 식당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원래 맛있는 것을 좋아하지만 맛집을 찾아다니거나 하지는 않았었다. 그러다 이렇게 일상 속에서 새로운 그림 소재가 필요해지면서 그림 그릴 소재를 위해 퇴근 후나 주말에 맛집을 찾아가게 되었다. 매번 새로운 그림을 그리고 싶은 마음에 아무리 맛있는 곳도 또 가지 않고 계속 새로운 곳을 찾았던 것 같다. 만약 같은 곳을 가더라도 다른 메뉴를 시켰다. (다른 그림을 그려야 하니까 말이다.)
이렇게 시작은 그림이었으나 어느새 맛집 탐방이라는 또 다른 즐거움이 생겼다. 새로운 식당에 가보면서 전에는 먹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요리들도 맛보며 그 안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당시에 하루에 3~4개의 그림을 그리던 시기로 그림에 열정이 상당했다. 점심시간에도 그리고, 퇴근 후, 새벽까지 그리기도 하였다.
그렇게 한 달 가까이 그림을 그리고 나니 그림 스타일이 조금씩 전과 달라지는 것 같았다. 처음 낙서그림보다는 조금 더 디테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나만의 스타일이라던가 하는 것은 없지만, 그래도 느리게 점점 나만의 그림이 되어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