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여행드로잉을 시작하다

by 이확위

어반스케치라는 글로벌 커뮤니티가 있다. 사진이 아닌 스케치로 도시의 순간을 그려내는 거다. 언제나 해보고 싶었지만 한국 모임이 주로 토요일 오전에 있지만 나는 이때에도 대학원 연구실에 나가야 했기에 참석을 못했다. 매번 참석한 사람들의 그림을 구경하며 언젠가는 나도 저 커뮤니티의 일원이 돼야지-라고 생각하곤 했다.


2018년, 독일 뮌헨으로 학회 일정이 잡혔다. 학회보다 조금 일찍 독일에 도착하게 계획해서 짧게 근교 도시도 방문하기로 했다. 여행의 기회가 되는 만큼, 전부터 하고 싶었던 그림으로 여행을 기록하는 여행드로잉을 하기로 맘을 먹는다. 짐을 싸면서, 그림그릴 새로 산 저널링스케치북, 수채고체물감, 물붓, 피그먼트 펜을 모두 챙긴다. 비행기 안에서 뮌헨 대성당의 사진을 보며 그림을 그린다. 한동안 그림을 그려오면서 어릴 적보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누가 쳐다보더라도 크게 신경 쓰지 않게 되어서 남들이 있는 곳에서도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었다. 누가 보던 상관없어졌다. 잘 그릴 필요도 없다. 내가 좋으니까 그리는 거다. 그렇기에 남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졌다. 음료를 가져다주던 외국인 승무원이 내 대성당 그림을 칭찬해 줬다.

독일에서 짧은 여행이나 학회 동안이나 먹고 본 것들을 스케치북에 그리고 기록한다. 어반스케치처럼 현장에서 바로바로 그리고 싶지만, 그럴 시간이 나지는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사진으로 찍은 것들을 시간이 될 때 옮겨 그린다. 조금 아쉽지만 이게 최선이다. 일단 나는 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온 것이지 놀러 온 것이 아니니 말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그림을 그리고 기록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한 장 한 장 채워지는 게 뿌듯하고, 넘기며 보니 뮌헨에서의 모든 기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나서 단순히 사진으로 찍는 것보다 더 오래 머릿속에 남을 것 같았다.


뮌헨에서 돌아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여름휴가로 결정한 나 홀로 홍콩 여행이 계획되어 있었다. 독일에서 그림 그리는 것이 너무 즐거웠기에, 이번에도 그림 재료들을 모두 챙겨갔다. 휴가지만 항공편과 숙소 외에는 정해둔 게 없었다. 완전히 자유 여행이었다. 시간도 내 맘대로 쓰는 것이니, 볼 것을 보고 중간중간 카페에서 쉬면서 그림을 그렸다. 해피아워에 맥주를 마시며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그러다 그게 너무 재밌어서 4시간 동안 맥주를 마시며 그림을 그리다가 취기가 살짝 오른 기분 좋은 상태로 숙소로 돌아와 또 계속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혼자지만 할 일이 있으니, 여행 내내 외롭거나 하는 기분은 느낄 새가 없었다.

이런 여행 드로잉은 여행 당시에도 재밌지만 완성되면 집에 돌아와 추억으로 한 장씩 넘겨보는 재미가 있다. 빼곡하게 채워져 가는 저널링북을 보면 뿌듯한 마음도 든다. 독일 뮌헨과 홍콩의 여행을 시작으로 어딘가 여행을 갈 때면 언제나 드로잉 재료들을 챙겨간다. 나의 여행 필수품이 되었다. 여행을 한층 즐겁게 만드는 나의 한 가지 방법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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