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혀둔 베이스기타를 꺼내 들다

by 이확위

대학원에 들어갔다. 연구실에 들어가서 아침부터 밤까지 실험실에서 하루종일 시간을 보냈다. 일상이 없었다. 몇 년이 될지 모르는 학위기간 동안 연구를 하고 학위를 받는 것 외에도 뭔가를 배우고 싶었다. 그러다 생각난 게 베이스였다. 홍대 근처였기에 베이스 레슨을 쉽게 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집에 연락해서 베이스를 가져다 달라 부탁했다. 하드케이스에 담긴 베이스를 보자 보기만 해도 무거워서 하드케이스에서 소프트케이스로 베이스를 옮겨 담았다. 하드케이스는 필요 없다고 내팽개쳐두고 소프트케이스에 단긴 베이스를 처음으로 등에 메고 집으로 돌아온다. 소프트케이스에 담겼는데도 베이스만 메고 가니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무거웠다. 이 무거운 악기를 과연 칠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다.


베이스 레슨은 인터넷을 통해 쉽게 구했다. 시간당 5만 원이었다. 비싸다. 하지만 1주일에 한 번이고, 혼자 하는 것보단 낫겠지 싶었다. (그 당시는 통장 잔고가 여유로웠다.) 첫 베이스 레슨이 있던 날, 토요일 저녁 베이스를 짊어지고 이동했다. 베이스선생님은 인디에서 활동 중인 싱어송라이터였다. 나중에 이름을 알고 검색해서 노래를 들어보니 내 취향이 아니라 안 들었다. 아이패드에 악보를 그려주고는 처음에는 간단하게 핑거링 연습을 했다. 쉬워 보였지만, 두 손가락으로 같은 세기의 소리를 내는 게 쉽지 않았다. 선생님이 할 때는 동일한 소리로 둥둥 둥둥하는 게 내가 쳐보니 두둥두둥 절름발이 같은 소리가 났다. 처음 하는 베이스는 재밌었다. 수업을 마치고 질문이 있냐는 물음에 베이스가 너무 무거운데 계속 치다 보면 익숙해지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답하길 "베이스는 계속 무거워요"였다.


그렇게 베이스 레슨을 처음 시작했다. 이론보다는 간단한 곡들 커버를 시작했다. 처음 했던 곡이 U2의 With or without you였다. 4개의 코드만으로 8비트로 둥둥둥둥둥둥둥둥하고 계속 치면 되는 거였다. 처음으로 음악에 맞춰 치는 게 재밌었다. 하지만 막상 다시 베이스를 짊어지고 집에 돌아오면, 베이스를 방 한편에 두고는 열심히 연습하지는 않았다. 그러다 보니 나의 실력 향상은 매우, 아주 더뎠다. 레슨 했던 내용을 한 주 후에 동일한 걸 또 하기도 했다. 그렇게 매주 5만 원을 내면서 레슨은 꾸준히 받았다.


레슨이 도움이 됐냐고 묻는다면, 연습을 하지 않는다면 레슨을 받는 것만으로 실력이 늘지는 않는다 하겠다. 다만 나의 경우, 매주 레슨을 하러 가서 일주일에 한 시간은 계속 베이스를 만졌다. 그렇게 완전히 베이스를 손에서 놓지는 않아서 몇 년 동안 베이스를 계속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혼자서도 꾸준히 잘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레슨이 없어도 잘하겠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내가 나를 알기에 돈을 써서 레슨을 다니면서 베이스를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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