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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Oct 09. 2023

냉장고 파먹기로 준비한 일주일 일상 전투식량

왜인지 모르겠지만 아직도 가난한 일상이다. 여름휴가와 생일맞이 놀고 온 옥토버페스트의 여파가 일상에 나타나서 돈을 아끼는 생활을 하는 중이다. 원래는 토요일 다음 주를 위한 장을 볼 계획이었으나, 통장 잔고를 본 이후 맘을 바꿨다. 사뒀던 재료들을 이용해 다음 주 식단을 준비하기로 했다.


집에 도착하여 먹을만한 것들이 뭐가 있는지 살펴본다. 호박자투리, 버섯 약간, 파, 사뒀던 소고기, 계란, 그리고 말린 재료로 미역, 냉동실속 고사리와 건취나물, 검정콩이 있다. 이걸로 반찬들을 많이 준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메뉴를 짜본다. 미역과 소고기로 미역국을 끓이고, 소고기 반절로는 고사리와 파를 이용해 육개장을 끓이기로 한다. 소고기 약간은 남겨 다져내어 소고기 볶음고추장을 만들어 나물들을 준비한 후 비빔밥으로 먹으면 좋을 것 같았다.

일요일 아침 미리 미역과 건나물들을 불려두었다. 낮잠을 자고 오후 느지막이 일어나서 요리를 시작한다. 먼저 미역국을 끓인다. 소고기를 잘라서 참기름에 볶다가 불려둔 미역을 넣는다. 국간장을 넣고 어느 정도 간이 배어들게 볶아주고는 물을 붓고 다진 마늘을 넣고 푹 끓여준다. 미역국 두 번 먹을 분량이 나왔다. 미역을 좋아하니 미역은 아주 듬뿍이다.


그다음으로는 남은 소고기를 약간 자투리만 잘라 따로 보관하고 (볶음고추장용) 덩어리채 물에 넣고 육수를 내준다. 육수가 끓여지는 동안 한편에서 나물들을 삶는다. 건고사리와 건 취나물은 10시간 가까이 물에 불려주었다. 이제 끓는 물에 20분간 삶아주면 부드러워진다. 그렇게 삶아지면 찬물에 헹구고 물기를 쫘악 짜서 준비해 준다. 끓는 고기 육수에 잘라둔 파를 데쳐내 준다. 고기 육수가 준비되면 고기도 건져내 준다. 잘라준 고기, 데친 파, 먹기 좋은 크기로 준비한 삶은 고사리를 그릇에 담고, 고춧가루, 국간장, 다진 마늘, 약간의 육수로 조물조물 준비해 둔다. 양념이 배어들 시간을 좀 더 주는 거다. 그런 후, 끓여둔 육수에 버무려둔 재료들을 넣고 끓인다. 어느 정도 끓여지면 간을 본다. 고기양이 적었으니 육수가 진하지 않다. 다 방법이 있다. 치킨파우더를 찬장에서 꺼내든다. 듬뿍 한 스푼을 넣는다. 다시 좀 끓이고 맛본다. 음~파는 맛이다. 여기에 풀어둔 계란 2개를 넣어 저어주면 육개장이 끝났다.

다른 반찬들을 준비한다. 삶아준 건취나물에 멸치액젓, 다진 마늘, 참기름, 다진파를 넣고 조물조물 버무려준다. 맛을 본다. 오래간만에 먹는 나물이 맛있다. 자투리 호박도 잘라서, 양파와 함께 볶아내며 새우젓으로 간을 해줘 호박볶음도 완성한다. 약간의 버섯도 잘게 잘라주고는 볶아 준비한다. 버섯은 소금으로 간해준다. 불려뒀던 검은콩을 거의 30~40분 익혀내고는 간장, 국간장으로 간을 하며 한번 더 익혀주고, 식힌 후 물엿과 설탕, 참깨를 넣어 콩자반도 완성한다. 냉동실의 잔멸치도 꺼내 먼저 볶아주며 비린내를 좀 날려내 주고, 간장을 넣어 볶아준 후, 한 김 식혀 물엿을 넣고 버무려준다. 짭짤 달콤한 단짠 멸치볶음 완성이다. 거의 열흘 전에 독일에서 사 왔던 미니 가지가 아직도 싱싱하다. 잘라서는 고추장, 간장, 약간의 설탕, 참기름에 함께 볶아줘서 밥반찬을 만든다. 마지막으로 자투리 소고기를 잘게 다지고, 다진 파, 다진 마늘, 간장에 고추장을 함께 볶아 볶음고추장을 완성한다. 냉장고에 한가득 다음 주 반찬이 가득 찼다.

저녁은 가지볶음, 호박볶음, 버섯볶음, 건취나물, 볶음고추장에 참기름을 넣어 함께 비벼 비빔밥을 만들었다. 남아있던 레드와인을 곁들이니 너무 맛있다. 어른 같은 식사였다.


장을 보지 않았지만, 냉장고에 남아있던 재료들과 선반에 저장 중이던 마른 재료들로 훌륭한 일주일 식사가 모두 준비되었다. 가끔은 새로 장을 보기보다 집에 있는 재료들을 살펴보며 식사를 준비해 보자. 생각보다 많은 재료에 놀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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