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합주를 경험해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혼자 방구석에서 치는 것보다 합주실에서 함께 사운드를 맞춰가는 그 즐거움이 훨씬 크다는 것을. 그러니 계속 방에서 혼자 치며 지내면 어느 순간 다시 합주가 하고 싶더라. 바로 전에 밴드 멤버가 싫어서 관뒀었는데, 이번에는 잘 맞는 멤버들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새로운 밴드를 또 찾아다녔다. 조금 떨어진 곳에 가서 합주를 한번 맞춰보고는 연락을 준다고 헤어지고는 거절연락을 받았다. 내 실력이 조금 많이 부족했던 거다. 그러다 다른 밴드를 찾았다. 아직 보컬이 없다고 했다. 나정도로도 괜찮다고 했다. 그렇게 합류하게 되었고, 처음 멤버를 구인하던 멤버들이 보컬을 구하면서 오디션을 몇 번 보더라. 우리가 함께 모인 날 전날 오디션을 했던 사람들 녹음한 노래를 들려주는데, 그중 한 명이 독보적으로 좋았다. 넬의 김종완 스타일의 보컬이었다. 모두가 이 사람으로 하자고 했다. 그렇게 마지막 보컬이 합류해서 우리는 남보컬, 기타, 베이스, 키보드, 드럼의 5인조 밴드가 되었다. 밴드 이름은 리더인 기타가 정했는데 썬킹이라고 했다. 맘에 들지 않았지만 뭔들 어떠냐는 생각이어서 아무 말하지 않았다.
밴드 멤버들은 모두 굉장히 순했다. 서로가 서로를 굉장히 배려하는 사람들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싫어했던 밴드 생활동안 내 실력은 가장 발전했었다. 아무래도 그 당시 자작곡에 연주를 하면서 베이스라인도 직접 만들어서 쳐야 했고, 멤버의 압박도 있어서 합주에 더 집중하고 전보다는 조금 더 연습했던 것 같다. 이곳의 멤버들은 모두 순해서, 누가 틀려도 크게 뭐라 하는 게 없었다. 그저 다시 해볼까? 정도였다. 어려움이 없이는 발전이 없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합주를 하면서도 멤버들이 그렇게 술을 크게 즐기지는 않아서 항상 가볍게 마시고 즐거운 정도로 마무리하곤 했다. 딱 좋았다. 부담이 없었다.
그렇게 부담 없이 합주를 즐기던 중, 코비드가 터졌다. 잠깐 못할 줄 알았던 게 일 년이 넘어갔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프랑스로 떠나는 게 정해졌다. 코비드로 일 년 넘게 합주는커녕 만나지도 못하다가 이별을 하게 되었다. 내가 프랑스로 오고, 반년 정도 더 지나서야 한국에서는 합주 같은 것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됐었다. 멤버들이 다시 모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다시 돌아올 때를 위해 베이스를 새로 뽑지 않고, 기타를 새로 뽑고 기타 치던 리더가 베이스를 배워서 친다고 하더라. 고마웠다. 내가 언제 돌아갈 줄 알고 그러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일단 그들의 결정이니 고맙다고 했다.
내가 일 년 반이 지나고, 계약을 연장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그들도 이제 제대로 베이스멤버를 뽑기로 맘을 바꾼 것 같았다. 좋은 친구들이라 여전히 함께들 하고 있더라. 최근에는 첫 공연도 열었다. 공연 전 나에게도 소식을 알려왔다. 그렇게 오래 함께하지 못했는데도 계속 나를 챙겨주는 게 고맙고 함께하지 못해 아쉬웠다. 그들과의 즐거웠던 합주를 생각하며 프랑스에서도 조금 더 베이스 연습에 시간을 쏟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