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를 하며 스트레스를 받다

by 이확위

새로운 밴드를 시작하기로 했다. 기타를 새로 모집했다. 한 분이 오셨는데, 직장인 밴드 경험도 10년이 넘고 실력도 좋은 분이셨다. 그분이 기타로 낙점이 되면서 밴드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밴드를 시작하고서 점점 새로운 멤버가 자기주장이 꽤나 센 분이란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회식에서도 술을 조금 과하게 드시더라. 무엇보다 음악적 취향이 나랑 너무 안 맞더라. 요즘 새로운 곡은 전혀 안 듣는 것 같고, 예전 올드 락만 듣는 것 같더라. 그래서 내게는 다소 올드하고 촌스럽게 들리는 사운드를 좋아하더라. 이게 바로 음악적 견해의 차이로 밴드가 해체하는 사유 같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그렇게 싫은 감정까지 들지는 않았다. 처음에 합주곡을 고민하다가 리더인 보컬(겸 세컨드기타)이 자작곡이 있다는 걸 알고 그 곡을 함께 들어보았다. 새 기타가 좋다면서 자작곡으로 해나가자고 했다. 자작곡에서는 간단히 가이드 격으로 만들어진 상태라 그걸 들으면서, 베이스 라인 같은 것은 내 맘대로 해야 했다. 연습을 몇 번 하다 보니 대충 반복적으로 내가 치는 라인들이 있어서 그렇게 베이스를 쭉 쳤다.


나는 처음 밴드에 합류할 때부터 어디까지나 취미이고 즐겁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다른 멤버들은 더 진심인지, 노래를 멜론 같은 곳에 등록한다는 얘기도 하고 공연일정을 잡자는 얘기도 하면서 너무 본격적인 밴드 생활 얘기를 하더라. 그러다 보니 내가 이곳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원래도 연습을 엄청나게 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필요한 만큼은 하고 갔다. 어느 날은 잘 안쳐졌다. 새 기타 멤버가 연습 안 하냐며 타박을 하고 뭐라 하더라. 기분이 상했다. 함께하는 합주이니 충분한 연습이 중요하긴 하다. 하지만 나는 그들만큼 이 밴드 활동에 대단한 열정을 가지고 하지 않고, 처음 합류 때부터 그 점을 분명 얘기했었다. 그랬는데, 새로운 멤버가 들어오더니 나보고 뭐라 그러는 거다. 기분이 조금 상했다. 그렇다고 그다음 합주를 위해 더 대단히 연습하거나 하진 않았다. 그저 평소보다 소리가 조금 더 안정적으로 쳐졌던 것 같다. 그랬더니 바로 그렇지, 연습하니 다르잖아~라는 소리를 하더라. 연습은 전혀 차이가 없던 나는 속으로 그를 비웃었더랬다. 점점 합주하는 시간이 부담스러웠다. 무엇보다 싫은 것은 합주 후의 회식이었다. 이 새 멤버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코드가 나랑 너무 안 맞았다. 듣기 불편한 얘기도 많았다. 회식에서 술을 거하게 마시는 그를 보면서, 술이 싫어지는 정도까지 왔다. 그러면서 먼저 회식에 빠졌고, 이후에는 합주가 점점 싫어지더라. 사람이 싫어 밴드가 싫어졌다. 처음으로 밴드에서 맞지 않은 사람을 만났다. 함께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연구가 바빠진다는 핑계를 대면서 밴드를 그만뒀다. 거짓말을 한 것처럼 되는 것이 싫어서 그 후에 정말 연구에 더 집중하며 시간을 보냈다. 다른 밴드를 하고 싶었지만, 한동안 그러지 않고 연구에 집중했다. 연구에 집중한다는 내 탈퇴의사를 진실로 만들고 싶어서였나 보다. 내 베이스 소리가 좋다고 한 보컬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에서였을 거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