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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Feb 03. 2024

프랑스에서 미니족 삶아 먹기

최근에 2년 만에 한국에 다녀왔다. 먹고 싶은 것들은 거의 다 먹었지만 돌아와서 보니, 족발을 안 먹었더라. 족발이 먹고 싶다어 유튜브로 족발을 찾아보다 보니 알고리즘으로 계속 족발이 뜨더라. 그런 날들을 보내다가 하루는 아시아마켓 정육코너를 둘러보는데, 전에는 눈에 안 들어오던 미니족이 눈에 띄는 거다. 아무리 봐도 미니족이다. 점원에게 물어본다. 포크인지 비프인지. 포크라고 해서 3kg를 달라고 한다. 가격이 너무 저렴해서 놀랐다. 6유로라니!!! 족발을 할 거니 간장과 정향을 추가로 산다. 유튜브에서 봤던 레시피들에서 색을 내기 위해 노두유를 사용해서 노두유를 사기 위해 다 살펴봤지만 노두유가 없더라. 필수 재료는 아니니 괜찮겠다 싶어 장보기를 마치고 집으로 향한다.


족발을 살펴본다. 털이 좀 남겨진 부분들이 있어서 먼저 족발을 손질한다. 이렇게 털이 남아있는 걸 보면 고기들이 동물이었다는 생각에 조금 미안한 맘이 든다. 그렇다고 육식을 안 하는 건 아니지만…


집에서 제일 큰 냄비를 꺼내고 손질한 미니족을 모두 담는다. 미니족을 가볍게 5분 정도 삶아주고는 깨끗하게 다시 헹궈주고 다시 냄비에 담는다. 물을 붓고 간장, 설탕, 정향, 후추를 넣어준다. 색을 내기 위해 냉장고에 있던 춘장을 조금 넣어주었다. 그렇게 계속 삶아주니 점점 색이 나오더라. 여기에 예전에 파리에서 사 왔던 삼계탕 용 한약재를 추가로 넣어본다. 혹시라도 날 잡내 제거에 도움이 될까 해서다.

색이 맛깔나게 나온 족발을 하나 꺼내 맛을 본다. 쫄깃하지만 따뜻해서 부드러운 껍질이 맛이 좋다. 미니족은 이런 쫄깃함이 많아서 좋다. 3kg라 양이 넉넉히 있어서 혼자 먹기 아까우니 사람들에게 나눔 하기로 한다. 한국인 지인 두 명에게 주기 위해 락앤락통에 담고, 그러고도 남은 것은 통에 담아서 한글학교 수업에 갈 때 챙겨갔다. 무말랭이와 주먹밥까지 준비해서 점심 도시락 겸 사람들과 나눠먹기 위해서다.

한글학교 수업 전에  선생님들에게 시간 되는 분들은 점심에 족발 함께 먹자고 메시지를 보내둔다. 수업 끝나고 선생님들에 오시고 함께 족발을 먹는다. 다들 여기서 족발을 만들 생각을 했냐며 대단하다고 말해준다. 너무 쉬운 요리였기에 칭찬이 민망하다. 사람들에게 족발 가격을 얘기하니 다들 싼 가격에 놀라더라. 다음에 직접 해 먹어봐야겠다고 하는 분도 있었다. 싼 가격에 어렵지 않은 요리로 사람들과 함께 만족스럽게 나눌 수 있었다. 한국이라면 족발을 쉽게 먹을 수 있으니 사람들이 이 정도로 만족하지 못했을 거지만 여기는 프랑스고 다들 한국식 족발은 맛보지 못한 지 한참이라 모두 반가워했고 좋아했다. 프랑스기에 느낄 수 있는 보람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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