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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Feb 21. 2024

프랑스인들과 김치 담그기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주말에 이곳의 한글학교에서 교사로 봉사를 하고 있다. 다양한 문화 아뜰리에 (클래스)들도 시도하고 있는데 그중 가장 활발히 하고 있는 것이 바로 한식 쿠킹 클래스다. 2023년 봄에 처음 떡볶이 클래스를 시작하고 반응이 좋아서 한 두 번 더 한 후에는, 지역 커뮤니티와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한 달에 한 번 정규 클래스를 진행하고 있다. 날짜가 정해지면, 메뉴를 고민하면서 정한다. 최대한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메뉴로 선정한다. 내가 한국에 가기로 결정이 되면서, 일 년간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3월까지밖에 할 수 없게 되었다. 이제 겨우 3번의 기회가 남아있기에 한번 한 번이 더 소중한 경험이 되게 되었다.


1월 메뉴로 고민을 하다가, 많은 사람들이 김치 담그기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김치는 안 하냐는 문의가 종종 있었다고 했다. 김치를 미루던 것은 배추를 절여야 하는 게 일이라서, 많은 사람들을 위한 배추를 다 절일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 곧 떠난다고 하니,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포기김치가 아닌 맛김치를 담그는 것이었다. 아뜰리에 장소에 전날 미리 와서 배추를 절여두면, 다음날 바로 김치 담그기를 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렇게 김치 담그기를 1월 한식 쿠킹 클래스 메뉴로 선정했다. 김치만 만드는 건 조금 부족할까 싶어, 김장김치와 함께 먹을 수육과 칼국수도 맛보게 하겠다고 홍보를 했다. 우리 아뜰리에가 가격이 꽤 저렴한 편이라서, 조금이라도 돈을 더 벌 생각으로, 배추/무/ 배추+무, 선택할 수 있게 하였다. 두 가지를 다 하려면 추가로 5유로를 더 내게 하였다. 보통 쿠킹아뜰리에가 많아야 10명이었는데, 김치는 14명이나 신청을 하였고, 그중 절반의 사람들이 무와 배추를 모두 한다고 했다. 김치의 힘이다.

전날 아뜰리에 장소에 배추를 잔뜩 들고 가서는 잘라서 소금물 15%에 맞춰 절여두었다. 다음날 아침 출근길에 퇴근 후 아뜰리에를 위해 김장 재료들을 잔뜩 챙기느라 짐이 한 보따리였다. 끙끙 거리며 출근을 하고는 퇴근 후 아뜰리에 장소로 갔다. 사람들이 도착하자 미리 준비해 둔 레시피노트를 나눠준다. 재료들을 하나하나 설명하고, 찹쌀풀 만들기부터 한다. 찹쌀풀이 완성되고는 이제 다른 채소들을 미리 썰어두고, 김치 담그기를 보여준다. 한 명이 새우 알레르기가 있다고 하여, 새우젓을 제외하고 액젓을 추가하여 함께 맛볼 김치를 만든다. 내 김치는 간단하다. 찹쌀풀, 고춧가루, 설탕, 다진 마늘, 생강, 액젓, (새우젓), 파, 무채를 넣고 버무린 후 절여둔 배추와 섞어주면 된다. 이렇게 보여주고는 한 사람씩 각자 하도록 안내했다. 모든 양념의 양을 레시피노트에 적어둬서 그대로 따라 하게 했지만, 한 스푼이어도 사람마다 뜨는 게 달라서인지, 같은 맛이 나지 않았다. 배추를 버무리기 직전, 양념 맛을 봤냐고 묻는다.


나: "Did you taste it?" (양념 맛보셨어요?)

프랑스인들: "Yes I did. I think it's good." (네, 괜찮은 것 같아요)

나: "May I try this?" (제가 맛 좀 봐도 될까요?)

내가 맛을 보면, 다들 어딘가 밸런스가 안 맞는다. 그러면 내가 양념을 이것저것 더 넣어서 만든 후 다시 말한다.

나: "Try this again, It might be better than before"(다시 맛보세요. 전보다 나을 거예요)

프랑스인들:"Yes it's true. it's way better" (진짜네요. 훨씬 나아요)


한 사람도 빠짐없이 14명의 사람들의 김치 양념이 그랬다. 그들은 다 자기 김치 양념이 맛있다고 했다. 그러나, 내가 맛을 보고 수정해 주면, 다들 이게 훨씬 낫다고 했다. 아직 김치에 대한 맛의 기준점이 덜 잡힌 것이다. 이렇게 알려줬건만 이 사람들이 집에서 과연 혼자 다시 이 맛을 재연할 수 있을까 걱정스러웠다.

배추김치를 먼저 담그고, 무는 배추김치 담그는 동안 절이는 시간을 가져서, 무 김치 담그는 사람들은 조금 늦게 시작하였다. 사람들 김치 양념을 도와주면서 동시에 김장을 마치고 김치와 먹을 수육과 칼국수를 만들기 시작했다. 수육은 삼겹살에 된장 풀고, 양파, 파를 넣어 그냥 1시간 넘게 팔팔 끓이는 게 전부였다. 칼국수도 간단했다. 멸치, 다시마로 육수를 내고는 양파, 당근, 호박과 국수를 넣고 국간장으로 간을 하는 게 전부였다. 김장을 마치고, 간단하게 설거지들을 마친 후 모두 테이블에 둘러앉아, 내가 처음 만든 김치와 함께 수육과 칼국수를 먹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가져온 술도 꺼내서 마음껏 대화하며 즐기기 시작했다. 6시에 시작하여 8시까지의 쿠킹 클래스였는데, 8시부터 먹기 시작하니 10시까지 사람들이 가지 않고 즐겼다. 모두가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낸 듯하여, 기분이 좋았다.

집에 돌아온 후, 인스타그램 DM으로 너무 즐거웠다는 메시지도 받았고, 며칠이 지나고는 김치가 너무 퍼펙트하게 익었다는 메시지, 그다음 다른 행사에서 만난 사람도 김치가 너무 맛있게 잘 익었다는 인사들을 받았다. 사람들이 제대로 김치를 즐기게 되어 뿌듯했다. 이렇게 즐거운 쿠킹 클래스가 이제 곧 프랑스를 떠나니 몇 번 기회가 남지 않았음이 안타깝다. 기회만 있다면 난 더 잘할 수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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