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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Feb 21. 2024

프랑스에서 3유로로 감자탕 만들기

퇴근길에 자주 하는 게 아시아마켓 둘러보기다. 그 옆에 큰 프렌치마트도 있지만 내가 워낙 한식을 많이 요리하다 보니 아시아마켓을 더 자주 가는 것 같다. 아시아마켓에 정육코너가 있는데, 어느 날 둘러보는데 아무리 봐도 돼지등뼈 같이 생긴 거다. 보는 순간 감자탕이 생각났다. 그렇게 며칠을 감자탕에 대한 생각을 하며 요리를 할까 말까 고민했다. 그러다가, 마음먹고 퇴근 후 정육코너에 간다. 돼지등뼈 같은데 확실히 하기 위해 돼지인지 소인지 묻는다. 돼지라 한다. 돼지등뼈가 맞다. 넉넉하게 2킬로를 달라고 한다. 세상에나 가격이 3유로가 조금 넘는다. 가져다. 감자탕에는 감자와 시래기를 넣어야 하는데 시래기는 프랑스에 없다. 대신 배추를 산다. 이런, 배추가 2.9유로다. 그래도 산다. 감자도 서너 개 골라 장바구니에 담아서 집에 돌아온다.

집에 오는 길에 유튜브로 감자탕 레시피들을 살펴본다. 뼈에서 핏물 제거를 해야 한다는데, 너무 귀찮다. 그러다 한 글에서 신선하면 굳이 핏물 뺄 필요 없이, 한번 살짝 삶아 헹궈서 끓이면 된다고 한다. 이대로 하기로 한다. 대충 유튜브 몇 개 보면서 레시피를 익혀두고는 집에 가서 요리를 시작한다. 먼저 등벼를 하나하나 깨끗하게 씻어 뼛가루가 없게 잘 준비한다. 집에 있는 제일 큰 냄비를 꺼냈는데, 겨우 뼈가 다 들어간다. 그런 후, 물을 붓고 한번 끓여내고는 찬물에 고기를 깨끗하게 씻는다. 등뼈 상태가 좋다. 신선하고 살도 많다. 물을 붓고 다른 양념 없이 한 시간 가까이 후추, 파, 양파를 넣고 함께 끓여줬다. 한 시간이 지난 후, 감자와 양념을 넣어야 하는데 냄비가 넘칠 것 같아 절반은 덜어서 따로 보관해 둔다. 그런 후, 준비한 감자를 넣고, 된장을 풀고, 고춧가루, 다진 마늘, 간장, 국간장으로 양념을 한다. 마지막에 최종적으로 양념을 할 거라 너무 강하지 않게 양념을 한다. 그렇게 조금 끓이다가 기다랗게 잘라둔 배추를 넣어 끓인다. 팔팔 끌힝고 충분히 맛이 다 우러나고 모든 재료가 다 익자, 한국에서 언니가 가져다줬던 들깨가루를 듬뿍 넣는다. 맛을 본다. 오! 정말 맛있다. 내가 만들었지만 파는 감자탕 맛이다. 그렇게 완성이 되고는 한 그릇 혼자 먹었지만 아직도 한참이 남았다. 이 많은 걸 어쩌나 싶어, 한국 지인들에게 연락해 본다. 감자탕 같이 먹겠느냐고 말이다. 또한 인스타그램 스토리에도 먹고 싶은 사람 연락하라고 해서, 다른 한국인 지인에게도 나눔을 하게 되었다.

아침 출근길에 감자탕을 포장해서 챙겼다. 퇴근 후, 바로 짐을 들고 먼저 나눔 하기로 한 한국인 지인과의 약속 장소에 갔다. 감자탕을 나눠주며 길거리에서 간단하게 근황토크를 했다. 그런 후, 지인들 집으로 향했다. 나 포함 세 명이 함께하기로 했는데, 떡볶이도 만들어둬서 감자탕까지 데우고는 맥주, 소주, 와인까지 있는 한 상이 차려졌다. 확실히 감자탕은 혼자보단 함께하는 음식 같다. 혼자 먹을 때보다 훨씬 맛이 좋았다. 나는 이미 한 번 집에서 먹었던 거라 그다지 입맛이 돌지 않아 떡볶이 위주로 먹었던 것 같다. (같은 음식 계속 잘 못 먹는 편이다.) 지인들이 감자탕이 파는 것 같다며 아주 잘 먹어서 뿌듯했다. 프랑스에 와서 본업인 연구는 참 안되는데, 취미는 요리는 정말 잘 된다. 주객전도의 느낌이 나지만, 그래도 뭐라도 잘 되는 게 있으니 삶을 계속 살아갈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모든 게 안 되는 것보단 나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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