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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Feb 21. 2024

외국인들에게 보자기는 힙하다

한국으로 돌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아서,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한글학교에서 하는 문화 아뜰리에를 할 기회도 몇 번 남지 않았다. 그중 해보고 싶은 것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보자기 아뜰리에"이다. 몇 년 전인가 보자기가 외국에서 인기라는 글을 보았다. 분명 어느 정도 국뽕효과가 들어간 글이었을 것이다. 대부분의 외국인들은 보자기의 존재 자체를 모르니까 말이다. 그때 보자기에 대해 처음 생각을 해봤던 것 같다. 생각해 보면 보자기는 요즘 시대의 흐름에 맞는 물건이다. 일단, Eco-friendly 친환경적이다. 재사용이 가능하지 않은가. 게다가 외국인들에게만큼은 일반적이지 않고, 새로운 느낌의 물건이므로 제법 힙한 아이템인 거다. 보자기 아뜰리에를 생각하고 유튜브로 보자기 포장에 대해 검색하니 무수히 많은 포장법이 나오더라. 대충 살펴보니 그다지 어려워 보이지 않아 유튜브로 배워서 충분히 가르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한글학교 교장선생님과 얘기를 나누고는 겨울에 한국에 다녀오면서 보자기를 세 종류 사서 프랑스로 돌아왔다.

한 시간 정도의 문화 클래스로 생각하고 네 가지 매듭정도를 가르치면 될 것 같았다. 보자기를 가지고 혼자 연습을 해보았다. 그럴듯했다. 사진을 찍어 홍보 포스터를 만들었다. 나름 뿌듯하게 느껴져 친언니에게 사진도 보냈다. 언니가 예쁘다고 칭찬해 주었다. 언니가 그렇다면 그런 거다. 자신감이 솟았다. 그런데 홍보를 했음에도 신청자가 적었다. 겨우 세명이었다. 하지만 관심을 가지고 와주는 사람들이 있으니 그대로 진행하기로 한다.

보자기 포장을 할 때는 보통 빈 상자를 이용해서 하는데, 상자를 준비하는 것도 돈이기에 학교에 많이 있는 책을 쌓아서 사용했다. 세 명이라 오손도손 하는 아뜰리에가 되었다. 내가 맨 앞에 있고 세 명이 쭉 앉아있었다. 허전함에 한국 전통 음악으로 가야금이나 대금 연주곡들을 배경으로 틀었다. 분위기가 그럴듯했다. 먼저 보자기에 대해 공부해 온 내용들을 설명해 준다. 내가 불어를 못해 이 날은 영어로 클래스를 진행했지만, 보자기에 대한 정보들은 프랑스어로 번역한 자료를 프린트해서 준비했다. 설명 후에는 첫 번째 포장법부터 만들어본다. 다들 곧잘 따라 한다. 두 번째 포장도 한다. 그렇게 네 가지를 다 포장해 본다. 다들 매우 만족스러운 눈치이다. 하나하나 포장할 때마다 너무 예쁘다며 자신들이 만든 것을 모두 사진에 담곤 했다. 세명이지만 모두 좋은 사람들이 와서 아뜰리에가 잘 진행되고 기분이 좋았다. 시간도 남았고, 다들 확실히 익혔는지 확인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내가 매듭이름을 말하면, 다들 바로 직접 만들게 했다. 약간의 내 도움을 제외하면 모두 아주 잘 진행했다 다들 고맙다고 인사했다.

한 시간의 짧은 아뜰리에가 끝나고, 마음이 풍요로운 기분이었다. 처음엔 사람이 적어 아쉬웠지만, 세 사람의 만족스러워하는 모습과 그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들이 내 마음에 와닿았다. 사람이 많으면 어떻고, 적으면 어떻겠는가. 중요한 것은 그 순간을 즐기는 그 마음이면 충분한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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