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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Feb 22. 2024

반찬을 만들고 돈을 받았다

내가 있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는 한인들을 위한 네이버카페가 온라인상의 가장 큰 커뮤니티이다. 한인자체가 그리 많은 도시가 아닌지라 활발하지는 않다. 주로 행사가 있을 때 안내글이 올라오거나 물건 나눔이나 판매 글이 올라오곤 한다. 그럼에도 괜스레 며칠에 한 번 정도는 들어가서 새로운 소식이 없나 확인하곤 한다. 얼마 전도 평소처럼 카페에 접속했다. 누군가 “한식 반찬 해주실 분 구해요”라는 글을 올렸다. ‘어? 나 할래.’라는 맘으로 바로 클릭을 했다. 요리하는 게 취미이고 어차피 거의 매일 한식을 요리하는 만큼 원하는 걸 만들면서 내 것도 만들면 요리하는 시간도 딱히 드는 것 없이 재미로 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었다. 바로 연락을 했다.


30~50유로 정도의 예산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그 안에 재료비가 포함되는 거다. 3가지 정도 반찬이나 국이나 메인메뉴를 하는 거라고 했다. 사실 생각해 보면, 재료비가 별도도 아니고 재료비가 포함된 상태로 30~50에 2인분씩 3개 메뉴를 만드는 건 딱히 돈이 되는 건 아니었다. 특히 30유로라면 거의 봉사활동이라 해야 할 거다. 그래도 이 당시 컨디션도 그다지 좋지 않고, 하루하루가 지루한 나날이었기에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싶었다. 그렇게 반찬배달을 하고 싶다며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요리들을 올리는 SNS 계정도 보내면서 여기 올린 것들이 전부 스트라스부르에서 요리한 것들이 요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상대로 사진들을 보더니 바로 반응이 왔다. 바로 다음 주말부터 요리를 해주기로 결정을 하였다.


주중에 메뉴를 물어봤다. 일요일에 중간 지점에서 만나 반찬을 전달하기로 했기에 일요일 전에 장을 봐야 했기 때문이다. 메추리알조림, 오징어볶음, 콩나물불고기를 요청했다. 양은 2인분씩이면 된다고 했다. 가격을 문의하기에, 50유로를 얘기했다. 오징어도 사야 하고 콩나물불고기의 고기도 사야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곳에서 콩나물은 한국처럼 싸지도 않으니까 말이다.) 금요일에 미리 장을 봐두고 일요일 늦지 않게 일어나서 요리를 했다. 막상 요리를 하려니 조금 귀찮음이 느껴졌다. 재미로 하는 것과 돈벌이로 하는 것은 역시 다른 일이다.


먼저 메추리알을 삶았다. 가장 귀찮은 메추리알 껍질 까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하나하나 까는 게 귀찮아서 대충 하려 하면 흰자가 벗겨지며 노른자가 드러나서 망치곤 했다. 차분히 맘을 가라앉히고 하나하나 껍질을 깠다. 가장 시간이 많이 소요된 작업이었다. 메추리알을 간장, 설탕, 물, 다시마를 섞은 물에 넣고 조려주었다. 간단히 끝났다. 그다음으로는 콩불을 준비했다. 종종 요리해 먹기에 워낙 쉬웠다. 신선한 콩나물은 조금 먼 아시아마켓에 팔아서 집 근처 아시아마켓에서 통조림 콩나물을 사용한 게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맛은 충분히 좋게 완성되었다. 마지막으로 오징어볶음을 한다. 냉동 오징어 사 온 것을 미리 해동시켜 뒀었다. 말려들지 않게 칼집을 넣었는데, 익히다 보니 칼집을 잘못 넣어서 오징어가 동그랗게 말려버렸다. 아쉬웠다. 하지만 맛은 잘 나와서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완성된 반찬들을 모두 지퍼백에 담았다. 락앤락 통에 담자니, 세 통이나 줘야 해서 내가 집에서 써야 할게 부족할 것 같아서이다. 환경호르몬을 생각하여 조금 식은 후에 지퍼백에 담아 잘 잠갔다. 추가로 감자탕을 서비스로 넣었다. 너무 많이 만들어 혼자 다 먹기 버거웠기 때문이다.  

12시에 중간 지점에서 만나기로 하여, 11시 15분쯤 집을 나선다. 걸어가면서 어쩐지 반찬냄새가 나는 기분이었다. 왜 이렇게 냄새가 나나 했는데, 트램을 타고나서 콩불이 담긴 지퍼백이 살짝 열려 국물이 새고 있음을 확인했다. 다행히 바깥으로 새지 않아서 가지고 있는 휴지로 서둘러 닦았다. 다행이다. 옷에까지 흘렸으면 너무 짜증 나는 상황이 연출될 뻔했다. 그렇게 사고를 수습하고 무사히 약속장소에 도착했다. 약속 시간쯤 한국인 여성분과 외국인 남자가 다가왔다. 반찬을 주문한 분이셨다. 물건을 전달하니 바로 현금으로 50유로를 주셨다. 차분하니 친절했다. 간단히 인사하고, 바로 트램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가끔 쿠킹클래스를 하면서, 약간의 돈을 받긴 하지만 (거의 봉사활동이라 불릴만한 돈) 이렇게 좀 더 본격적으로 돈을 받고 요리를 한 것은 처음이었다. 즐거웠다. 일요일에 그냥 쉴 수 있는 날에 50유로(대략 7만 원)를 벌다니! 큰돈은 아니지만 기분이 좋았다. 본업은 연구원이지만 요즘 연구도 잘 되지 않고, 나중에 요리를 해서 돈을 벌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 보았다. 어차피 큰 부자가 될 생각은 없으니… 먹고 살 정도는 벌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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