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쿠킹클래스로 떡볶이를 무사히 마치고 2주가량이 지났다. 떡볶이 때의 즐거웠던 기분에 이런 클래스를 더 하고 싶던 나는 틈틈이 핸드폰에 클래스를 할 만한 메뉴들을 적어놓았다. 혹시라도 기회가 있을 때 준비되어 있다면 좋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스트라스부르 한글 교장선생님과 다시 만났는데, 교장선생님이 지난번 떡볶이 클래스가 아주 좋았다면서, 그 이후로 다른 쿠킹 클래스는 또 안 하는지 문의가 제법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반가운 마음에 바로 다른 쿠킹 클래스에 대한 아이디어도 있다며 내가 적어두었던 메모장을 보여주었다. 그때 적어둔 메뉴들은 다음과 같았다.
1. 김치요리 클래스
- 배추김치를 활용한 다양한 김치요리를 소개.
- 외국인들에게 김치를 생으로만 먹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김치를 먹는 방법을 배울 수 있게 도와줌.
- 김치찌개/ 김치전/두부김치/김치볶음밥
2. 한국식 집밥 한 상
- 국, 쌀밥, 단백질, 채소 요리를 곁들인 말 그대로 한국 집밥 한 상 차리기
- 흰쌀밥/소고기 미역국 or 소고기 뭇국/떡갈비/오이무침/ 나물
3. 한국의 김밥
- 김밥 마는 테크닉 알려주기
- 원하는 재료를 넣어 다양한 김밥을 싸서 집에 싸가지고 가게 함
- 치즈김밥/참치김밥/소고기김밥/김치김밥
4. 한국식 채식(비건) 요리
- 야채 전 (파전, 부추전, 호박전)/ 두부강정/ 나물/ 비건 잡채
아이디어들을 보더니, 교장 선생님은 한국식 집밥과 비건요리가 맘에 든다고 하셨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이 두 가지를 모두 진행하면 좋겠다고 했다. 그렇게 바로 날짜까지 정해졌다. 먼저 집밥 클래스를 5월에 하고, 비건 클래스를 한글학교 종강전 6월에 하기로 결정했다. 2주 정도 남아있기에 서둘러 홍보자료도 만들어야 하고, 레시피노트도 준비해야 했다. 메뉴를 확정하기 위해 교장 선생님과 미팅 후 집에 돌아가면서, 장을 봤다. 장을 보며 고민을 했다. 소고기 미역국 또는 소고기 뭇국을 하려 했었으나, 아무래도 외국인들이 미역국의 미역을 낯설어할 것 같았다. 소고기뭇국은 한국 중고교생이 급식에서 싫어하는 메뉴 중 하나라고 언뜻 들은 게 기억났다. 고민하며 마트를 둘러보는데 배추가 보였다. 우리 엄마의 소고기배추된장국이 생각났다. 이거면 좋을 것 같았다. 그렇게 마트에서 장을 보며 메뉴를 정하고 집에 돌아왔다.
내가 정한 메뉴는 다음과 같다. 흰쌀밥에 소고기배추된장국, 미니떡갈비 그리고 숙주나물, 오이무침, 배추된장나물이다. 하나하나 요리하기 시작한다. 미니 떡갈비는 간단하다. 다진 소고기를 준비하고, 다진 마늘, 다진 파, 간장, 설탕, 참기름을 넣어 잘 버무려주고 치대 준 후에 모양을 잡아 팬에 구워내면 된다. 배추된장국은 속소기로 육수를 내고, 여기에 된장을 풀어준 후, 배추를 넣고, 다진 마늘을 넣은 후 한 소금 끓여내면 완성이다. 우리 엄마는 여기에 항상 청양고추 한 개 정도를 잘라 넣어 향을 추가했었다.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청양고추를 구할 수도 없고 혹시나 사람들이 매워할 수 있으니 생략하기로 한다. 나물 3종류는 오이무침, 숙주나물, 배추된장나물로 정했다. 한국 나물의 양념들을 좀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길 원했기 때문이다. 오이무침을 통해 고춧가루가 들어간 매콤한 양념을, 숙주나물로 가장 기본적인 소금, 참기름 양념을, 그리고 배추된장나물로 된장을 이렇게도 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이렇게 메뉴들을 하나하나 요리해 내고 상을 차리고는 사진을 찍어보았다. 김치가 있다면 더 좋았겠다 싶기도 했지만, 누가 봐도 한국 집밥스러운 음식들이었다.
며칠 후, 홍보자료 포스터가 완성되었다. 맘에 완전히 들지는 않았다. 이전 떡볶이 포스터에 비해 눈에 띄지 않는 느낌이었다. 집밥이란 느낌도 크게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담당자의 일이니 그냥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메뉴를 기반으로 2시간 동안 쿠킹클래스를 진행할 생각을 하니, 너무 금방 만들 요리들 뿐이었다. 뭔가가 더 필요할 것 같았다. 고민을 하다가 닭갈비를 추가하기로 한다. 닭갈비를 시험 삼아 집에서 만들며 레시피를 정리해 본다. 이 정도면 클래스를 2시간 채우기에 딱 좋을 것 같다.
홍보가 시작되고, 최종 신청자는 8명이라고 전달받게 되었다. 8명 중에는 내가 알고 있는 베트남인 지인도 포함되어 있었다. 떡볶이보다 적은 인원에 아쉬움이 조금 생겼다. 더 많은 인원이면 좋을 텐데, 홍보의 부족인 걸까? 인원이 확정되고, 미리 사야 할 것들을 리스트에 정리하고 하루 전날 장을 본다. 이번에는 나물을 직접 만들어서 가져가고, 미리 재워서 내가 다 익힌 닭갈비를 사람들이 챙겨가는 형태로 집에 음식을 가져갈 수 있도록 준비했다. 어쩌다 보니 고기가 많아지면서 (닭고기와 소고기) 재료비가 예상보다 많이 나왔다. 재료비를 빼면 수익금 자체는 크지 않을 것 같았다. 돈을 벌기 위해 이걸 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수익금이 나서 어려운 한글학교 형편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 싶은 마음이었다.
클래스가 있는 토요일 아침에 전날 재워둔 닭갈비를 모두 익힌다. 아무래도 몇 시간 뒤에 있는 클래스에서 사람들이 챙겨서 집에 가져가야 하니, 생고기로 가져가기보단 구워서 나눠주는 것이 안전하다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미리 챙겨둔 재료들을 들고 트램을 타고 이동한다. 이번에도 역시나 무거웠다. 하지만 지난번의 떡볶이 때만큼은 아니었다. 이번에도 무거운 짐이 가장 어려운 난관이었다. 차가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12시 반에 쿠킹 클래스가 시작될 예정이라, 그보다 조금 일찍 클래스가 있을 교실을 준비했다. 지난번처럼 맨 앞에 책상을 정렬해 두고 필요한 재료들을 순서대로 정리했다. 인덕션과 조리할 기구들도 잘 정렬시켰다. 준비가 끝나고 마침 참가자들이 하나 둘 들어오며 인사를 했다. 이번에는 교장 선생님이 아닌, 지난 클래스 이후 나의 열정에 감탄했다는 다른 선생님이 불어 통역을 맡아주시기로 했다. 참가자들이 모두 도착했고, 준비한 레시피 노트들을 나눠주며 오늘 할 것들에 대해 설명을 했다. 요리 진행 순서는 다음과 같았다. 먼저 국을 끓이기 시작한다. 그런 후, 닭갈비를 재워둔 다. 닭갈비에 짧지만 양념이 배어드는 시간 동안 세 가지나물들을 준비한다. 이후, 떡갈비를 만들어서 구워주면서 닭갈비도 익힌다. 요리가 완성되면 내가 준비해 온 흰쌀밥까지 곁들여서 모든 음식들을 즐기며 한국의 집밥을 경험하는 것이다.
먼저 소고기로 육수를 끓인다. 육수가 나는 동안 닭갈비 양념을 시작한다. 양념 비율을 설명해 주며 섞는 것을 보여준다. 양념을 계량할 때 매번 알려주는 것은 가루를 먼저 계량하고 그 후 액체를 계량해서 설거지거리를 줄이라는 거다. 닭갈비를 양념해서 재워두고는 하루정도 재워둬서 숙성하는 게 훨씬 부드럽고 맛있다고 설명해 준다. 그러면서 오늘 집에 가져갈 닭갈비는 어제 재워두고 오늘 익혀서 더 숙성되었던 것이니, 지금 바로 만든 것과 나중에 맛을 비교해 보라고 말해주었다. 그 사이 소고기 육수가 났다. 여기에 된장을 풀고 배추를 넣어 국을 끓인다. 국이마저 끓는 동안, 도마 위에서 오이를 썰어서 오이무침을 만들어준다. 미리 데쳐온 숙주에도 양념을 해서 버무려준다. "조물조물"이란 말을 알려준다. "조물조물 조심스럽게 버무리려 주세요". 통역해 주는 선생님이 조물조물을 설명하며 손으로 조물조물 버무리는 모양새를 하며 말을 설명한다. 나물에 생마늘을 넣어야 해서 사람들에게 먼저 물어보았다. 생마늘을 넣는데 그게 싫다면 넣지 않아도 된다고. 그러자 모두들 자기들은 괜찮다고 했다. 다행이었다. 마늘이 생략되면 맛이 다르지 않겠는가. 마지막 나물로 데쳐온 배추에 된장에 달콤함으로 물엿을 추가하며 버무려내었다. 삼색채소가 완성되었다. 마지막으로 떡갈비를 준비한다. 소고기다짐육에 간단하게 양념을 하고는 둥그렇게 미트볼 모양으로 만들어 가운데를 살짝 눌러준다. 그런 후, 팬에 닭갈비도 익히고, 미니 떡갈비도 구워낸다. 모두 잘 익었고, 이제 시식/식사 시간이다!
사람들이 모두 접시를 하나씩 들고, 나물, 밥, 국, 고기들을 떠갔다. 하나둘 맛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맛이 괜찮냐고 물어보자 다들 이번에도 "très bon (아주 좋아요)"라고 말하더라. 한 그릇을 비우고는 다시 앞에 나와 반찬들을 더 챙겨갔다. 클래스를 진행하느라, 신경을 못 썼던 나를 위해 신청해서 찾아와 준 베트남 친구에게 다가가서 얘기를 나눈다. 다 맛있다며 좋아해 주었다. 서로 간단하게 근황토크도 했다. 사람들이 즐기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이번에도 역시 어려운 것은 없었다. (짐을 들고 올 때만 빼고는-)
모두들 음식을 다 맛봐서 이제 나물들을 만들 시간이었다. 한 명씩 준비된 재료 앞을 지나가며 양념을 제조하고 나물을 버무려서 하나씩 챙겨가게 했다. 그런데 첫 번째 사람부터 너무 헤매고 있더라. 레시피노트가 숙지가 안 돼서인지 시간이 너무 소요되어서, 결국 내가 앞에서 지퍼백에 바로 양념을 넣어주면서 그 사람에게 어떤 비율로 넣는지 따라 말하게 했다. 그런 후, 직접 조물조물 나물을 버무리게 했다. 그렇게 한 바퀴 쭉 돌아가며 모든 사람들이 집에 챙겨갈 나물 3종과 닭갈비를 챙겼다. 성공적인 마무리였다.
이번에도 가르치는 게 즐거운 쿠킹 클래스였다. 사람들이 즐기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았고, 내가 계획한 대로 클래스가 매끄럽게 진행된 것도 기뻤다. 시간도 정확히 2시간 안에 잘 마무리되어 모든 게 계획대로였다. 아쉬운 점이라면, 국그릇이 마땅한 게 없어 작은 그릇에 국을 조금씩 떠줘서, 사람들이 국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사람들이 간 후, 요리들을 하나하나 맛을 봤는데 전부 맛이 괜찮았다. 한국의 맛이었다. 가능하다면 사람들에게 한국처럼 접시 하나에 반찬 하나씩 담아내어 집밥 상차림 모양새로 차려주고 싶었는데, 그렇지 못해 접시 하나에 뷔페처럼 담아내어 맛보게 한 점이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다. 하지만 다들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웃으며 내게 인사하고 떠나갔으니 그 아쉬움은 그저 약간의 아쉬움일 뿐이다. 전반적으로 이번에도 역시 성공적인 클래스였다. 통역해 준 선생님도 너무 재밌었고 음식도 모두 맛있다며 좋아해 주셨다. 한국인이 맛있다면 된 거다-
소고기배추된장국
-재료: 소고기(기름기 약간 있는 부위), 배추, 된장, 국간장 or 소금, 고추 (옵션)
1. 냄비에 물을 붓고, 고기를 잘라 넣는다.
2. 고기 국물을 중불에서 끓이기 시작하고, 거품이 나면 숟가락으로 제거한다.
3. 20분 가량 끓은 후, 된장 두 스푼을 풀어주고, 다진 마늘 한스푼, 잘라둔 배추를 넣는다.
4. 20분 가량 더 끓여준 후, 간을 보고 마지막으로 국간장으로 간을 한다.
5. 취향에 따라 잘라둔 고추를 넣어 약간의 매콤함을 추가한다.
숙주나물
-재료: 숙주, 소금, 참기름, 다진 마늘, 참깨
1. 끓는 물에 숙주를 넣어 데친다.
2. 데친 숙주를 찬물에 헹군 후, 손으로 물기를 꽉 짜준다.
3. 다진마늘, 소금, 참기름을 넣고 손으로 버무려 준 후, 참깨를 뿌려 마무리한다.
배추된장나물
-재료: 배추, 된장, 설탕 or 물엿, 참기름
1. 끓는 물에 잘라둔 배추를 데친다.
2. 찬물에 헹군 후, 손으로 물기를 꽉 짜준다.
3. 배추에 된장 2: 설탕 1 비율을 섞어서 버무려준다.
4. 마지막에 약간의 참기름을 추가한다.
오이무침
-재료: 오이, 간장, 설탕, 고춧가루, 고추장, 식초, 참깨
1. 오이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준다.
2. 양념을 만든다. (간장 2, 설탕2, 고춧가루1, 고추장1, 식초1)
3. 오이를 양념에 버무려준다.
미니떡갈비
-재료: 다진소고기 250g. 간장 3T, 설탕 2T, 참기름 0.5, 다진마늘 2T, 다진파 2T
1. 다진 소고기에 다진마늘, 다진파를 넣고, 간장3:설탕2:참기름0.5 를 넣는다.
2. 손으로 조물조물 버무려준 후, 동그랗게 미트볼 모양으로 만들어서 살짝 납작하게 준비한다.
3. 기름을 두룬 팬에 떡갈비를 구워낸다.
*양념때문에 쉽게 탈 수 있으니, 중약불을 유지해준다.
닭갈비
-기본재료: 닭고기, 간장, 설탕, 고추장, 고춧가루, 다진마늘, 카레가루, 양배추, 양파, 당근, 파, 고구마
-양념: 간장 1:설탕1:고추장1:고춧가루1:다진마늘1: 카레가루0.5:후추
1. 닭고기를 잘라 기름 두른 팬에 익혀준다.
2. 양념을 준비한다. (간장 1:설탕1:고추장1:고춧가루1:다진마늘1: 카레가루0.5:후추)
3. 양념을 넣고 볶으면서, 잘라둔 양파, 양배추, 당근, 고구마 등의 채소를 넣어 약불에서 함께 볶아준다.
4. 볶으면서 약간의 물을 부어주며 늘어붙지 않게 주의해준다.
5. 마지막에 참기름을 살짝 둘러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