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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Feb 29. 2024

한식 쿠킹 클래스의 시작은 떡볶이!

2023년 4월, 떡볶이 아뜰리에

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시범 삼아 쿠킹클래스를 한 번 해보기로 했다. 메뉴는 떡볶이로 정해졌다. 교장 선생님의 의견이었다. 작년에 김장 담그기를 한 번 했다고 했다. 그 이후에 많은 학생들에게서 떡볶이를 배우고 싶다고 들었다고 했다. 그렇게 떡볶이로 메뉴가 정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담당자는 홍보포스터를 만들어 보내왔다. 예상보다 퀄리티가 좋았다. 미술을 전공으로 하는 사람이 만들어서인지 그럴듯했다. 이제 나만 잘 준비하면 되는 거다.

쿠킹 클래스 프로그램을 어떻게 짤지 고민했다. 메뉴는 떡볶이로 단순했지만, 뭔가 사람들이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하고 싶었다. 사람들이 요리에 참여할 수 없다는 점이 조금 아쉬움으로 남아서, 그들이 만족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도 되었다. 밀키트를 만들어가긴 하지만, 모두가 조리할 수 있는 쿠킹 클래스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 클래스로 완전한 만족감을 주긴 다소 어려워 보였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대신 떡볶이의 모든 것을 경험하게 하자는 거였다.


내가 짠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았다.

1. 사람들이 도착하면, 먼저 준비된 레시피를 나눠준다. 불어/한국어로 2개의 언어로 제공한다.

2. 그런 후, 미리 레시피대로 준비한 떡볶이를 맛보게 한다. 레시피 그대로 한 것이 입맛에 맞는지 확인하게 하고, 먼저 맛을 생각하며 무엇이 들어갔을지- 맛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한다.

3. 이제 조리를 시작한다. 요리를 하면서 사리들을 다양하게 추가한다. (파, 양배추, 라면, 계란, 치즈 등)

4. 마지막으로는 볶음밥까지 맛보게 한다.

5. 그런 후, 사람들이 떡볶이 재료로 원하는 것들을 챙겨가게 하고 직접 양념을 제조해서 챙기게 한다.


이대로 잘 진행한다면 충분히 좋은 아뜰리에가 될 것 같았다. 매일매일 신청자가 몇 명인지 물어보곤 했다. 처음 하는 일이라 조금 두근거리는 마음이었다. 최종적으로 인원은 11명이 되었다. 그중 어린이도 2명이 포함되어 있었다. 어린이가 있다고 하니, 간장으로 궁중떡볶이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프로그램을 조금 변경했다.


떡볶이를 두 종류를 모두 만드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하고, 레시피도 추가한다. 계획은 끝났고 이제 장보기를 할 시간이다. 미리 장 볼 것들을 리스트업을 했다. 사람들이 밀키트를 챙겨가야 하므로, 11명을 위한 재료를 모두 준비해야 해서 양이 계속해서 늘어났다. 전날 재료별로 모두 정리를 했다. 모든 재료들을 싹 준비하여 가방에 넣으니 커다란 장바구니 두 개가 꽉 차더라. 트램을 타고 아뜰리에 장소로 가야 하는데 잘 갈 수 있을지 조금 걱정이 되었다. 토요일 한글학교 수업 후 하기 때문에, 토요일 아침에 모두 들고 바로 가야 했다. 그래도 이때까지는 들고 갈 수 있겠지-라는 생각 정도였다. 마지막으로 자기 전에는 다음날 할 것들을 미리 쭉 노트에 정리해서 그 순서대로 아뜰리에를 진행하는 것을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이제 준비는 끝났다. 실전의 시간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떡볶이를 먼저 만들었다. 사람들이 요리하기 전에 맛볼 떡볶이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다른 사리는 넣지 않고 기본 떡볶이를 만들고, 절반은 로제 떡볶이로 만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이들을 위한 궁중떡볶이까지 만들었다. 떡볶이까지 짐가방에 챙기니 짐이 정말이지 한 가득이었다. 이제야 이걸 들고 이동해야 한다는 사실에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짐을 들고 집을 나선다. 1분을 쭉 걷기도 힘들었다. 너무 무거웠다. 트램 타는 곳까지 6분을 걸어갔다. 몇 번이나 쉬었는지 모른다. 양손에 짐가방을 들었더니 손바닥들이 아파왔다. 트램에서 한숨 돌리며, 내린 후 걸어가야 할 8분이 걱정되었다. 그렇게 겨우겨우 힘겹게 물건들을 모두 챙겨서 한글학교에 도착했다. 오전시간 (10시-12시)에 유아반 수업을 했다. 이날 떡볶이 재료를 넉넉히 챙겨 와서 아이들에게 간장떡볶이를 해서 나눠주기도 했다. 아이들이 자그마한 손으로 포크를 들고 떡볶이를 콕콕 찍어 잘도 먹었다. 그 모습에 뿌듯했다.

쿠킹 클래스 시간에 맞춰 빈 교실을 세팅한다. 맨 앞에  책상을 쭉 줄지어 이어 붙이고는 재료들을 사용할 순서대로 정리해 둔다. 시간이 되자 참가자들이 하나둘 오기 시작한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사람들이 모두 시작하고, 교장 선생님도 들어오신다. 내가 불어를 하지 못해, 오늘 통역을 맡아주시기로 했다. 감사했다. 사람들에게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하고, 레시피를 나눠준다. 그러고는 앞에 미리 만들어 온 떡볶이들을 준비해 두고는 먼저 맛을 보라고 했다. 사람들이 하나 둘 나와 접시에 떡볶이를 담기 시작했다. 맛이 어떠냐 물었다. 다들 엄지를 들어 올리며 "Très bon (아주 좋아요)"라고 연신 말했다. 레시피대로 만든 요리이므로 오늘은 준비한 레시피대로 진행하겠다고 말한다. 먼저 떡볶이 양념을 섞어 만든다. 그런 후, 팬에 물을 붓고, 양념을 풀어준다. 떡을 넣고, 어묵을 잘라 넣는다. 그런 후 조금 끓기 시작한 후에는 아까 맛본 것이 다른 사리가 들어가지 않은 기본 떡볶이이고, 오늘은 다양한 사리들을 넣겠다고 한다. 하나하나 넣기 전에 이것 넣을까요? 하며 그들의 의견을 물었다. 양배추도 넣고, 파도 넣었다. 그렇게 푹 끓여가며 떡볶이를 익히고, 라면 사리도 넣고 계란까지 넣었다. 그들에게 사리 중 개인적으로 계란을 좋아한다고 말해주었다. 그렇게 완성된 떡볶이에 프랑스이므로 치즈가 한국보다 저렴하기에 맘껏 넣을 수 있다 하면서 하지만 치즈는 이탈리아 치즈인 모차렐라라고 미안하다며 가벼운 농담을 곁들여 치즈를 뿌린다. 완성된 떡볶이를 다시 맛보게 한다. 이번에도 다들 아주 좋아했다. 사람들이 떡볶이를 다 즐긴 후, 남은 양념에 볶음밥까지 완성해 내서 한국의 디저트를 맛보게 했다.

진행이 더뎌서 예상보다 시간이 좀 늦어졌다. 그래서 아까 맛본 간장 떡볶이는 레시피대로 만든 거니, 시간 없는 분은 가셔도 된다고 했지만 모두 남아서 간장떡볶이를 배우고 싶어 했다. 간장 떡볶이는 더 간단했다. 소고기와 채소들을 준비해서 적당한 크기로 자르고, 떡과 함께 볶아준다. 소스는 간단하다. 간장, 설탕, 참기름이 전부이다. 그렇게 소스까지 붓고 계속 볶아내 준다. 이 소스에 마늘만 넣어서 다른 볶음 요리에 응용해도 좋다고 설명해 준다. 다들 마지막까지 떡볶이를 배우기 위해 엄청 집중하고 있었다.


요리 시연과 맛보기 시간이 끝나고, 이제 사람들이 밀키트를 준비해 갈 시간이었다.  여기에서 확실히 사람들의 호불호를 알 수 있었다. 절반가량의 사람들이 어묵을 원치 않았다. 아무래도 이들에게는 낯선 재료인가 보다. 그리고 대부분 그 외의 재료들은 다들 모두 좋아했다. 가져온 그릇에 재료들을 섞어 담고, 내가 준비한 지퍼백에 양념을 만들어갔다. 남은 재료들을 모두 남김없이 챙겨갔다. 그런 후, 이제 끝났다고 인사를 하는데 몇몇 사람들이 남아서 정리를 도와주겠다고 했다. 도움 받는 게 미안하기도 해서 거절했더니 영어로 "정말 괜찮아요? 한국인들이 이런 걸 거절 잘하는 걸 알아요. 혼자 괜찮겠어요?"라고 몇 번이고 재차 물어봤다. 그래서 결국 "도와주면 정말 고맙죠"라고 말하며 도움을 받았다. 역시 도움을 받으니 한결 수월하게 모든 걸 치울 수 있었다. 치우면서 대화도 나눌 수 있었다.


이렇게 처음 클래스에 참석했던 그녀와는 일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알고 지내고 있다. 처음 만난 순간부터 친절했던 그녀는 여전히 친절하다. 쿠킹 클래스를 하면서 연구실에서 일하며 지낼 때는 만나지 못했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였다. 처음으로 내 계획으로 시작한 클래스였는데, 시간이 예상보다 더 걸렸다는 것 외에는 내가 하고자 한 것들은 모두 해냈으니 "거의" 100점이라 할 수 있는 성공이었다. 다른 한글학교 선생님들이 이렇게 활발하게 진행된 아뜰리에, 클래스는 지금까지 없었다고 했다. 클래스가 끝난 후, 다른 한 선생님에게 연락이 왔다. 내가 한글학교에 와서 이런 클래스들을 기획하고 진행하면서 한글학교에 생기가 도는 것 같다면서 나의 열정에 감탄했다며, 앞으로 내가 하고자 하는 클래스들이 있다면 자신이 불어를 다 도와주며 함께 하겠다는 거였다. 이렇게 긍정적이 평가들을 받으니 내가 잘했나 보다는 생각이 들면서 내심 뿌듯해졌었다.


첫 쿠킹 클래스를 생각하면, 밀키트에 대한 아이디어는 내가 생각해 냈지만 열악한 환경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던 것 같아 정말 좋은 아이디어라 생각된다. 처음이었기에 긴장하기도 해서, 계획도 정말 세세하게 세웠고,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도 많이 했다. 그렇게 준비했었기에 실수 없이 모든 것을 준비한 대로 진행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떡볶이 클래스를 하며 힘들었던 것은 모든 재료를 직접 들고 가면서 무거웠던 기억 그 하나이다. 그 외에는 모든 게 다 재미있었다. 일회성으로 처음 시험 삼아했던 것이라 이게 끝이라는 게 너무 아쉬웠었다.



<간장 떡볶이>

*기본재료: 떡볶이떡, 파프리카, 양파, 소고기, 버섯(옵션)

*양념: 기름, 간장 3, 설탕 2, 참기름, 물, 깨

*만드는 법

1) 팬에 기름을 살짝 둘러준다.

2) 썰어둔 양파, 파프리카, 고기를 볶아준다.

3) 떡볶이떡을 넣고 함께 볶아준다.

4) 간장과 설탕을 넣고 물을 살짝 부어준다.

5) 소스가 걸쭉해지면 불을 끄고 참기름을 살짝 돌려준다.

6) 접시에 옮겨 담고, 깨를 뿌려 완성한다.

*** 레시피 활용하기

- 양념은 다양한 요리에 응용할 수 있다. 고기와 채소만 볶을 때, 다진 마늘만 추가해도 훌륭한 볶은 요리가 완성된다. 쌀밥과 함께 볶음 요리를 만들어보자.

- 기름을 두른 팬에 떡볶이를 먼저 겉이 바삭해지게 구워내서 꺼내두고, 채소들과 소스를 버무린 후, 바삭해진 떡볶이떡을 넣고 버무리면 조금 색다른 식감으로 간장 떡볶이를 즐길 수 있다.


<떡볶이>

*기본재료: 떡볶이떡, 어묵, 삶은 계란(옵션), 양배추(옵션), 치즈(옵션), 라면(옵션)

*양념: 고춧가루 3T, 고추장 1T, 설탕 2T, 간장 1T, 카레가루 1T, 후춧가루 약간

*만드는 법

1) 팬에 물을 붓고 끓인다.

2) 양념 재료들을 모두 섞은 후, 끓는 물에 풀어준다.

3) 떡을 넣는다.

4) 중 약불로 10분가량 끓인 후, 어묵을 넣는다. (양배추를 넣는다면 이때 함께 넣어준다.)

5) 떡볶이 양념이 걸쭉해지고 떡에 소스가 진득하게 묻기 시작하면 껍질을 깐 계란을 넣어 소스에 버무려준다.

6) 원한다면, 라면사리를 넣고, 마지막에 치즈를 위에 뿌려 치즈를 녹인다.

***레시피 활용하기

- 떡볶이를 만들며 5단계에 크림을 넣어 섞어주면 로제 떡볶이가 된다. (물 대신 크림을 넣어 처음부터 끓여줘도 된다.)

- 이 소스에 라면을 넣어 만든 것을 라볶이라 부른다. 라면사리를 첨가해 보자.

- 취향에 따라 마지막에 치즈를 뿌려 녹이면 치즈떡볶이가 된다.

- 다 먹은 떡볶이 소스는 훌륭한 볶음밥 재료이다. 떡볶이 소스에 쌀밥을 넣고 볶아주며 수분을 날려주자. 김가루와 참기름을 추가하면 더욱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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