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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Feb 28. 2024

프랑스에서 1년간 한식 쿠킹 클래스를 하다

프랑스에 연구원으로 일하러 오고 1년이 지났을 즈음, 내가 있는 스트라스부르의 한국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스트라스부르 한글학교”의 유아반 보조교사를 구한다는 공지를 봤다. 프랑스에서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었던 나는 이력서를 바로 준비하여 메일을 보냈다. 꽤나 적극적으로 나 자신을 어필하면서 면접 후에 바로 뽑히게 되었다. 그렇게 2023년 1월부터 한글학교의 유아반 보죠교사로 매주 토요일 일하게 되었다. 한글학교에는 종종 단체 행사가 있었다. 메인 행사는 설날, 종강식, 그리고 추석이나 한글날을 축하하는 자리들이었다. 내가 한글학교의 일원이 되고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설날 행사가 있었다. 이때는 사람들과 함께 만두를 빚고 떡국을 만들어 먹는다고 하더라. 함께 요리하는 행사니까 내가 얼마나 기대감을 갖고 참석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막상 행사가 시작되고 보니, 행사가 열리는 곳이 학교 강당인데 전기를 쓸 곳이 몇 곳 없었다. 50명의 사람이 만두를 빚는데, 전기 인덕션을 연결할 수 있는 곳은 4곳 남짓이었고, 또 한쪽에서는 잡채 만들기도 하면서 전기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았다. 더욱 문제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인덕션 중 일부는 성능이 너무 안 좋아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물이 끓지를 않더라. 물이 끓지 않으니 떡국이나 만두 찌는데도 어려움이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소요되면서 사람들은 굶주려갔고, 분위기는 (적어도 내게는) 처참해지고 있었다. 어찌어찌 행사를 마쳤다. 난 실망감이 컸다. 이곳에서 한국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위해 내가 좋아하는 요리를 살려서 쿠킹 클래스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환경이 너무 열악했다. 쿠킹클래스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전혀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꿈꾸던 것을 포기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어쩌다 쿠킹 클래스를 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을까를 잠시 고민해 봤던 것 같다. 그러다 문득, ‘밀키트를 같이 준비하는 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이 들자마자 정말 좋은 아이디어 같다는 느낌에 자려고 누웠던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노트북 앞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고는 쿠킹 클래스 제안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내 아이디어는 심플했다. 학교의 교실에서, 인덕션 하나만 있으면 내가 사람들에게 요리를 시연할 수 있다. 그러면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재료 준비, 양념 제조를 해서 밀키트를 만들어서 집에 가져가서 직접 조리하는 거다. 불 사용이 제한 적인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거다. 제안서를 완성해 내고는 뿌듯함을 느꼈다. 뿌듯함을 안은 채 잠에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바로 다른 한글학교 선생님들에게 이거 어떻냐며 내 제안서를 보내보았다. 다들 좋은 아이디어라 칭찬해 주었다. 이 기세로 바로 한글학교 교장선생님에게 연락을 하였고, 최종적으로 좋다는 확답을 받았다. 이후에 교장 선생님을 만나 구체적인 얘기를 나눴다. 메뉴선정이 우선이었는데, 교장 선생님이 말하길 떡볶이를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그렇게 떡볶이로 메뉴가 결정되면서 프랑스에서 내 쿠킹클래스가 시작되었다.


떡볶이 쿠킹 클래스는 일회성이었다. 나는 물론 더하고 싶었지만, 우선 한 번으로 계획된 것이었다. 하지만 이것이 성공하자, 교장선생님은 내게 더 할 수 있냐고 제안을 하셨고, 여름 바캉스기간 동안 두 달이 남은 기간이었기에 한 달에 한 번씩 하여 두 번의 쿠킹클래스를 더 진행하였다. 그런 후, 프랑스의 바캉스 시즌이 되었다.


이곳은 바캉스 시즌에는 거의 다들 휴가를 떠나고 워낙 쉬는 곳들이 많으니 이런 클래스와 같은 것은 안 한다. 무엇보다 한글학교 자체도 방학기간이다. 9월 개학을 기다리는 와중에 교장선생님에게 어느 날 연락이 왔다. 이곳 지역의 기관과 함께 한식 쿠킹 클래스를 1년간 정규클래스를 진행하고자 하는 얘기를 논의 중에 있다면서, 이 기관에서 쿠킹클래스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제대로 할 수 있다는 거였다. 그러면서 내게 그걸 맡아줄 수 있겠냐고 제안해 주셨다. 난 당연히 찬성이었다. 너무 좋은 기회였다. 지난 세 번의 쿠킹 클래스가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그 과정 하나하나가 즐거웠기에 내겐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 그렇게 2023년 9월부터 한 달에 한 번씩 한식 쿠킹 클래스를 진행했다. 1년간의 과정을 등록하는 게 아니라 한 달에 한 번씩 홍보자료를 올리면 그것을 보고 참석자들이 신청하는 원데이 클래스의 형태였다. 매 달 한 번씩 있는 원데이 클래스인 거다. 9월 학기 시작부터 시작하여 매달 진행 후, 2024년 6월까지 하고자 했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갑작스럽게 한국에 돌아가게 되면서 2024년 3월에 마지막 클래스를 진행했다. 하지만 9월 전에 했던 클래스들을 합쳐보니, 1년을 채운 셈이란 걸 알았다.


그렇게 나는 프랑스에서 10번의 쿠킹클래스를 진행했다. 총참여자는 백 명이 넘는다. 쿠킹 클래스의 메뉴들은 프랑스인들, 외국인들이 한국 드라마나 영화 등을 보고 한국 문화를 접하며 궁금해했을 법한 메뉴들을 위주로 정하였다. 뿐만 아니라, 채식주의자, 비건인 사람들을 위해 비건 메뉴로만 채운 날들도 있었다. 단순히 메뉴 하나를 알려주는 게 아니라 최대한 다양한 요리를 알려주고, 활용법들을 알려주며 한식에 대해 맛의 기준을 알려주고 싶었다. 사람들을 위한 것도 있었지만,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냐는 것이었다. 단순히 메뉴 하나를 만드는 것은 내게 전혀 흥미롭지 않았다. 사실상 봉사활동과 다름없는 일이었기에 나의 즐거움 없이는 해나갈 수가 없었다. 내가 즐거울 수 있는 것들로 채워가니 사람들도 즐거워하더라.


연구원으로 일을 위해 온 프랑스였지만, 이 일 년간의 한식 쿠킹 클래스는 그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지금까지 해왔던 쿠킹 클래스의 하루하루들을 보여주며 내가 했던 경험들을 간접적으로나마 여러분과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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