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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Mar 05. 2024

한국의 다채로운 비건메뉴로 프랑스인들 사로잡기

2023년 6월, 비건 아뜰리에

프랑스는 7, 8월은 바캉스 기간으로 대부분 긴 휴가를 떠난다. 관공서 서류들도 이때 신청을 하면 뭐든 다 늦고, 모든 게 예약을 잡기도 힘든 시기이다. 그러니 당연히 한글학교도 방학에 들어간다. 방학 전에 할 수 있는 마지막 쿠킹 클래스였다. 두 번의 쿠킹 클래스가 모두 잘 진행되고 사람들 반응도 좋았었기에, 방학이 끝나면 더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바캉스 전의 마지막 클래스 주제는 “한국 비건 요리”였다. 스트라스부르에 채식주의자가 많다고 주변 친구에게 전해 들었다. 학교 식당에서 샐러드, 디저트는 다양한 메뉴에서 고를 수 있고, 보통 메인 메뉴는 하루에 세 가지인데 그중 하나는 꼭 베지테리안 메뉴이다. 비건까지는 아니다. 그래도 한국에서 학식에서 채식 메뉴를 따로 선보이지 않는다는 걸 생각해 보면, 이곳의 채식 인구가 더 많기도 하고, 확실히 다양성을 더 생각하는구나 싶기도 했다.


한 때 해외 유투버들의 브이로그를 한참 보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 느낀 건, 다들 먹는 게 그게 그거더라. 그린 스무디 먹고, 아보카도 먹고… 생각해 보면 한식의 채식 요리는 상당히 다양하다. 그리고 한식의 많은 요리도 비건요리에 해당하기도 하고, 완전 비건이 아니더라도 비건 요리로 충분히 변형하여 요리해도 비슷한 맛을 낼 수 있는 정도이다. 우리가 딱히 비건이라 생각을 못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래서 비건인 프랑스인들에게 한식의 다채로운 비건 메뉴를 보여주고 싶었다. 비건이지만 충분히 맛있는 것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맨 처음 생각했던 메뉴는 다음과 같았다.

-       야채 전

-       두부강정

-       콩나물볶음

-       상추겉절이

-       비건잡채 (고기 대신 버섯)

이 메뉴로 요리를 해서 사진을 찍어보니 그럴듯했다. 홍보 포스터가 준비되었는데, 이번에도 포스터가 맘에 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난 포스터 담당이 아니고 전문가도 아니다. 난 내가 맡은 요리만 잘하면 되는 거다. 클래스가 다가오면서 메뉴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 보았다. 고민을 하다가 야채 전을 감자를 갈아서 만드는 감자전으로 메뉴를 변경했다. 시간상 나물까지는 굳이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 나물은 제외하기로 했다. 어차피 홍보자료에는 메뉴에 대해서 알리지 않았기 때문에 클래스 직전까지 고민하고 장을 보며 준비할 수 있었다.

신청자는 전보다 줄었었다. 7명 남짓해서 아쉬움이 많았다. 미리 장을 봐서 준비하고 클래스 당일이 되었다. 참석자들이 오는데, 모두 처음 보는 얼굴들이었다. 비건이라 확실히 비건인 사람들이 찾아온 것 같았다. 한글학교와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들도 한국 비건 요리에 관심이 가서 찾아왔다는 사실이 내심 조금 뿌듯함도 느끼게 했다. 그중 한 분은 보기만 해도 건강한 에너지가 넘치는 분이셨는데, 내게 자신은 줌바 강사라고 하면서 수업 들으러 오라고 하시기도 했다. 그렇게 새로운 참가자들이 참석한 쿠킹 클래스가 시작되었다.


먼저 감자전을 위해 감자를 갈았다. 하나하나 직접 강판에 가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혼자 갈다가 너무 힘들어서 지원자를 받아서 진행했다. 감자를 갈고, 전분이 가라앉길 기다리며 다른 요리를 진행했다. 비건 잡채를 준비한다. 재료들을 하나하나 손질하기 시작한다. 양파, 당근, 파프리카, 버섯을 모두 채를 썰어 준비한다. 보통은 재료 하나하나 나눠서 볶아주지만, 사람들에게 보다 쉽게 알려주기 위해, 단단한 재료부터 먼저 볶으며 다른 재료들을 하나하나 추가해 가는 모습으로 설명해서 알려준다. 당면은 일찌감치 물에 불려두었다. 그런 후, 끓는 물에 당면을 삶아내어, 팬에 옮겨 담고 간장, 설탕, 참기름으로 양념해서 버무려낸다. 다른 메인 메뉴로는 두부강정이 있다. 두부 강정은 간단하다. 두부를 잘라서 표면에 전분가루를 입혀주고는 팬에 기름을 두르고 바삭하게 구워낸다. 그런 후, 내가 여러 조합을 해보며 내 입맛에 맞게 알아낸 양념치킨소스용으로도 적합한 양념소스 재료를 한데 섞어 냄비에서 한번 부르르 끓여주고 구워낸 두부를 소스에 버무리면 완성이다. 바삭하게 먹어야 하는 감자전을 마지막으로 구워내었다. 사람들에게 하나하나 나줘줄 수 있게 작은 사이즈로 구워냈다. 개인적으로 감자전을 작게 구워내는 것을 선호한다. 그래야 바삭한 테두리가 더 많기 때문이다. 구워낸 감자전을 바로 시식하게 했다.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먹었다. 감자전은 기본적으로 감자를 갈아서 간을 하고 구워낸 것이니, 어차피 모두 익숙한 맛일 것이다. 다만 식감이 그들의 감자요리와 조금 다를 뿐이다. 다들 맛있다며 잘 먹었고, 그다음으로 파를 썰어 부침가루를 이용해 간단 파전을 만들어서 맛보게 했다. 나는 보통 부침가루를 사용하지만, 사람들을 위해 레시피 노트에 부침가루를 만드는 방법을 적어서 제공했다. 두부 강정과 잡채도 모두 맛보게 했다. 두부강정이 집에서 할 때처럼 바삭하게 구워지지 않아서 아쉬웠지만, 잡채는 맛있게 잘 되었다. 잡채는 대부분 좋아하는 것 같다.

쿠킹 클래스를 마치고 2시간 안에 마쳤다. 이번에도 역시 반응은 좋았다. 하지만 인원이 처음 떡볶이부터 조금씩 줄어든 게 맘에 걸렸다. 아무래도 떡볶이만큼 사람들이 배우고 싶은 메뉴가 아니었나 보다. 열심히 준비했는데, 그만한 결과를 내지 못한 듯해 아쉬움이 남았다. 뿐만 아니라, 이제 바캉스 시즌이라 더는 할 수 없다는 마음에 안타까우면서도 다음에도 이런 기회가 과연 있을까 싶어, 마지막일지도 모를 쿠킹 클래스란 생각에 아쉬움이 더 크게 남았던 것 같다.



감자전

-기본재료: 감자, 소금, 기름

-만드는 법:

1) 감자를 강판에 갈아준다.

2) 물기를 짜서 건더기만 따로 건져낸다. 짜낸 수분을 버리지 않고 그릇에 모아 둔다. 시간이 지나면 전분이 가라앉는다.

3) 가라앉은 전분과 따로 모아둔 건더기들을 함께 섞는다.

4) 소금간을 해준다.

5) 팬을 달구고 기름을 넉넉하게 둘러준 후, 바삭하게 감자전을 구워낸다.


 파전

-기본재료: 파, 부침가루, 기름

-만드는 법:

1) 파를 자른다.

2) 부침가루에 물을 넣어 농도를 맞추고, 잘라둔 파를 넣는다.

3) 팬을 달구고 기름을 넉넉하게 둘러준 후, 바삭하게 구워낸다.


두부강정

-기본재료: 두부, 전분, 기름

-양념재료: 케찹8, 고추장1, 물엿 4, 설탕2, 다진마늘2, 간장1

-만드는 법:

1) 양념재료를 모두 냄비에 넣고, 물을 2T정도 넣어준 후, 한번 부르르 끓여준다.  

2) 두부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3) 두부 표면에 전분가루를 입혀준다.

4) 기름을 둘러준 팬에, 두부 겉이 바삭해지게 구워낸다.

5) 끓여둔 소스를 묻혀 완성한다.


비건 잡채

-기본재료: 양파, 당근, 파프리카, 버섯

-양념재료: 간장, 설탕, 참기름, 식용유

-만드는 법:

1) 채소들을 모두 썰어서 볶으며 소금간을 해준다.  (따로 볶거나, 단단한 거 먼저 볶으며 나머지를 추가하며 볶아낸다.)

2) 불려둔 당면을 끓는물에 삶아낸다.

3) 팬에 식용유, 간장, 설탕을 넣어서 불을 올리고, 채에 받친 당면을 넣고 볶아내준다. (참기름만 하는 것보다 기름을 섞는 것이 덜 느끼하다.)

4) 간을 보고, 간이 충분하다면 참기름과 모두 볶아놓은 채소들을 넣고 함께 섞어준다.

5) 참깨를 뿌려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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