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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Mar 13. 2024

한국 치킨은 프랑스에서도 통한다

2023년 10월, 양념치킨 아뜰리에

프랑스에 살면서 나는 종종 집에서 한국식 치킨을 만들어 먹는다. 이곳에서 이런 치킨을 먹을 곳은 그나마 KFC 정도인데, 다들 알겠지만 KFC와 한국식 치킨은 다르다. KFC는 보통의 한국 치킨보다 짜기도 하고, 양념치킨이 아니지 않나. 그러니 나는 나를 위해 치킨을 종종 튀기곤 했다. 그러다가 친구를 초대해 함께 치킨을 튀겨 축구 경기를 보기도 하고, 연구실 동료들과의 포트럭 파티에 한국식 치킨을 가져가기도 했다. 그렇게 한국 지인, 외국인들에게 내 치킨을 몇 번 맛 보였는데 모두가 좋아했다. 그래서 쿠킹 아뜰리에를 하면서 한 번은 한국 치킨을 메뉴로 진행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다만 기름에 튀겨야 하는 양이 만나는 게 조금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초벌 튀김을 해간다면 보다 간편하게 해낼 수 있을 것도 같았다. 조금 모험이었지만, 치킨 쿠킹클래스를 하기로 마음먹는다.

홍보포스터를 제작한다. 9월부터 시작한 정규 쿠킹클래스의 포스터는 내가 직접 담당하고 있다. 나는 미술 전공도 아니고, (나는 연구원, 화학자이다.) 별다른 툴이 있는 것도 아니다. 파워포인트를 이용하여 포스터를 만들다 보니 퀄리티는 부족하지만, 필요한 정보는 충분히 전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베스트는 아니지만, 워스트도 아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내가 포스터를 준비한다. 예전에 만들었던 양념치킨 반반 사진을 사용하여 포스터를 만든다. 치킨 사진을 큼지막하게 박아둔다. 치킨 홍보에 다른 게 무엇이 필요하겠는가. 홍보를 시작한 후, 레시피를 점검한다. 치킨을 튀기고, 양념을 만들어야 한다. 양념 레시피를 다시 확인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내가 맛보며 하나하나 재료를 첨가하여 만들었기에 확실히 정리해야 했다. 양념치킨 소스를 점검하기 위해 재료들을 계량하고 넣어 맛을 본다. 부족한 맛을 채우기 위해 재료들을 더 넣어가며 레시피를 체크한다. 간장마늘소스도 마찬가지다. 소스 레시피가 완성되니 레시피노트는 금방이다. 내가 불어를 못하니 불어 레시피 노트를 위해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지만, 사람들이 각자 일로 바쁘니 부탁을 하더라도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부탁하는 것 자체게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런 일들을 겪다 보니, 그냥 부탁하지 않고 조금 부족하더라도 번역기를 이용하기로 마음먹는다. 이번에도 구글의 도움을 받았다.


이번 쿠킹 클래스를 위해서 장 볼 것은 많지 않았다. 닭고기를 얼마큼 사느냐가 제일 큰 문제였다. 외국인들이 닭가스살을 선호한다고들 하기에, 닭다리살이 아닌 닭가슴살을 준비했다. 쿠킹 클래스를 하는 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치킨을 튀긴다. 미리 초벌로 튀겨가면 사람들이 다시 튀기는데 시간이 절약될 것이라 여겨져서 이다. 얼른 튀긴 것을 통에 담고, 양념 소스를 위한 재료들까지 모두 챙겨 출근한다. 하루 종일 연구실에서 일을 한 후, 서둘러 퇴근하며 짐을 들고 아뜰리에, 쿠킹 클래스 장소로 향했다. 사람들이 시간에 맞춰 하나둘 오기 시작했다. 더 많기를 기대했지만 (10 명 이상) 아쉽게도 사람은 8명 정도였다. 그래도 전(3명)보다는 나았다.


사람들에게 치킨 튀기기를 알려준다. 먼저 순살일 경우 알맞은 크기로 자르고, 간단하게 소금, 후추로 밑간을 해준다. 튀김가루에 취향에 따라 파프리카 파우더, 양파가루, 마늘 가루 등을 넣어 향을 추가할 수 있다고 알려준다. 그런 후, 튀김가루에 물을 넣어 걸쭉한 반죽을 하나 만들고, 다른 한편에는 그대로 마른 가루를 준비한다. 닭고기를 젖은 반죽을 입힌 후, 그 위에 마른 가루를 덧입힌다. 그런 후, 먼저 안까지 다 익게 튀겨내고 건진 후, 잠시 뒤 다시 한번 온도를 올려 바싹 황금빛까지 튀겨내면 치킨은 완성이다. 다만 불이 약해서 기름이 원하는 온도까지 충분히 올라가질 않아 치킨을 튀기는데 애를 먹었다. 평소에는 더 잘할 수 있는데 그렇게 안되니 답답한 마음이었다. 치킨이 되는 동안, 양념 소스를 만들어본다. 간장마늘 소스도 만들고, 양념치킨 소스도 만든다. 하나하나 내가 맛을 보며 찾아낸 레시피이다. 튀겨진 튀김을 소스에 버무려서 후라이드, 간장마늘, 기본양념치킨 세 종류의 치킨을 맛보게 한다. 미리 집에서 만들어온 치킨 무까지 곁들이게 한다. 외국인들이라 치킨무가 낯설어 잘 안 먹을 거라 생각했지만 웬걸, 다들 너무 좋아하더라.

사람들이 먹고, 일부 치킨은 집에 싸갈 수 있게 안내했다. 원래는 더 많이 싸갈 수 있게 하려 했지만, 생각보다 다들 먹은 양이 많아서 넉넉히 싸줄 수 없었다. 나는 한편에서 치킨을 계속 튀겼다. 클래스가 끝나고 다른 한국 지인들과 만나 치킨 파티를 하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마지막 뒷정리까지 마치고 사람들과 헤어진 후, 내가 튀긴 치킨 3종을 들고 지인 집으로 갔다. 마침 축구 경기가 있어서 축구를 보며 치맥을 즐겼다. 오래간만에 사람들과 함께 즐긴 치맥이었다.

쿠킹 클래스에서 치킨이 평소에 집에서 혼자 할 때에 비해 치킨이 바삭하게 잘 나오지 않아서 조금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내가 만든 소스를 참 좋아했다. 다들 튀겨서 소스에 버무려 그릇에 담기 무섭게 계속 가져가 먹었다. 한국 치킨은 프랑스에서도 통하는 거다. 하긴, 이곳에서 KFC조차 한국보다도 맛이 없고, 한국 치킨이라고 파는 곳이 몇 곳 있다고 들었는데 먹어본 지인 말로는 한국의 맛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니, 이들도 내가 만든 이 한국의 맛은 거의 처음 맛보는 걸지도 모른다. 맥주까지 곁들여 제대로 치맥을 보여줬어야 하나 싶어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사람들이 한국 치킨이 맛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만으로 값진 쿠킹 클래스가 아니었나 싶다. 이 중에 몇 사람이나 집에서 이 치킨을 튀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한국의 맛을 충분히 보여줬고, 그 맛으로 이들을 만족시켰다는 것만으로 뿌듯함을 느낄 하루였다.



치킨 만들기

-기본재료 : 닭고기, 튀김가루 (혹은 치킨가루), 소금, 후추, 기름

-만드는 법

1. 순살의 경우 닭고기를 먹기 좋은 사이즈로 잘라준비한다.

2. 닭고기에 소금, 후추로 밑간을 해준다.

3. 튀김 가루에 물을 넣어 걸쭉한 반죽을 준비한다. 한켠에는 그대로 마른 가루를 준비한다.

4. 닭고기에 젖은 반죽을 겉에 묻혀준 후, 그 위에 마른 가루를 입혀준다.

5. 기름이 달궈지면 닭고기를 넣어 튀겨내준다. 먼저 140~150 정도의 낮은 온도에서 속까지 익게한다. 순살을 경우 4분 정도, 뼈있는 윙/봉의 경우 7분 익혀준다.

6. 한번 튀겨낸 닭을 건져내고 잠시 후, 170도로 기름 온도를 올려 황금색이 되도록 바삭하게 튀겨내 준다.


양념치킨

-양념재료 :케찹 8, 고추장 1, 물엿 (or 꿀) 4, 설탕2, 마늘 2(다진마늘 1 or 마늘가루 2), 간장1, 물5

-만드는 법

1. 양념 재료들을 모두 한데 섞는다.

2. 냄비에 넣고, 보글보글 끓여주어 소스가 걸쭉하게 되면 완성이다.

3. 잘 튀겨낸 치킨을 소스에 버무려준다.


간장마늘치킨

-양념재료 : 간장 3, 설탕2, 꿀 2, 마늘가루 1, 마른고추(옵션), 물5, 전분물

-만드는 법

1. 전분물을 뺀 양념 재료들을 모두 섞는다.

2. 냄비에 넣고 끓여준다. 끓기 시작하면 전분물을 넣어 걸쭉한 농도로 완성한다.

3. 잘 튀겨낸 치킨을 버무려준다.


치킨무

-기본재료 : 무, 소금, 식초, 설탕, 물

-만드는 법

1. 무를 최대한 얇게 슬라이스해서 준비한다. (1mm정도)

2. 무에 소금을 살짝 뿌려 잠시 절여둔다. (시간이 지나면서 삼투압에 의해 물이 빠져나온다.)

3. 식초 :설탕 :물=1 :1 :1 비율로 섞은 후, 무 위에 부어준다.

4. 냉장고에서 3일정도 보관 후 먹는다.

이전 06화 다시 시작하는 쿠킹 클래스! 이번엔 김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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