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한국 술자리 아뜰리에
12월이다. 크리스마스 바캉스 전에 클래스를 하려니 조금 이른 12월 초에 쿠킹클래스를 진행하기로 했다. 메뉴를 고민하다가, 연말이니 조금 파티스러운 것을 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한국 바비큐를 할까 하는 생각을 하던 차에 갑자기 떠오른 것이 "한국 술자리"였다. 한국은 술자리가 안주문화이니 다양한 안주와 술의 페어링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뿐만 아니라 한국만의 술문화, 예절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술게임과 같은 걸 함께하면 연말 분위기에 맞게 즐겁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술게임도 하고, 안주도 먹으며 놀아야 하니 이번 클래스는 요리 자체를 보여주기에는 시간이 너무 소요될 것 같았다. 그래서 결정한 것이, 요리는 내가 준비해서 가고- 그 자리에서 한국의 술자리 예절, 한국 술들과 어울리는 안주에 대한 소개, 술게임-이렇게 세 파트로 나눠서 진행하는 거였다.
한국의 술이라 하면, 먼저 소주가 있고 그다음 맥주, 막걸리 정도일 것이다. 각 술들에 어울릴 수 있는 안주들을 생각해내야 했다. 막걸리라면 당연, 전이다. 파전을 하면 될 것 같다. 맥주는 치맥으로 치킨이 답이지만, 치킨을 하기는 버거울 것 같았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떡볶이에 튀김이다. (최근 아시아마켓에 한국식 냉동 고구마, 단호박 튀김이 들어온 것을 봤던 기억이 났다.) 여기에 소주안주로 매콤한 제육볶음이면 될 것 같았다. 메뉴가 조금 허전해서 조금 더 고민해서 생각한 게 두부김치였다. 그런 후, 한식 같지 않지만 한국에서 처음 시작된 안주 콘치즈가 생각나서 콘치즈까지 준비하기로 한다. 그렇게 메뉴가 정해지고는 포스터를 만들었다. 홍보를 시작한 후, 프랑스 지인들에게 연락이 왔다. 프랑스에서는 술이 있는 자리를 홍보할 때는 술에 대한 위험을 알리는 주의문구를 반드시 삽입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수정된 포스터를 만들어 다시 홍보를 진행했다.
홍보가 시작하고 사람들이 꽤 관심을 보였다. 이제 사람들에게 알려준 한국 술예절들에 대해 알아봐야 했다. 내가 한국에서 학교에서 있었기에 사회생활을 하지 못해 제대로 된 술예절을 몰랐다. 인터넷의 글들을 찾아보고 유튜브에서 영상 등을 통해 한국의 술 예절, 주도에 대해 알아보았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까다로웠다. 뭘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게 예절이라니까, 알려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익혔다. 그런 후, 술게임도 알아보았다. 나는 술게임을 정말 싫어한다. 단 한순간도 술게임을 재밌게 한 적이 없다. 술을 마시게 하기 위한 게임이란 것 자체가 싫다. 게다가 순발력도 없어서 술게임을 하면 지는 경우가 많아 억지로 마셔야 한다. 이런 모든 게 싫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가르쳐야 하니 술 게임을 배우기 위해 유튜브에 들어간다. 코로나 시즌을 겪으면서 신입생들이 제대로 오티나 엠티를 가지 못하면서 술게임을 잘 배울 기회가 없었나 보다. 대학교들의 공식유튜브 채널들에서 술 게임을 알려주는 영상들이 제법 있더라. 거기서 난생처음 보는 다양한 술게임들을 익혔다. 그 내용들을 정리해서 자료를 준비했다. 클래스에서 사람들에게 나눠주기 위함이었다.
한글학교에서 다른 선생님들을 만나면, 한국 술자리 아뜰리에를 한다고 알리며 놀러 오라고 했다. 술게임을 하거나 그런 자리에서는 분위기를 띄워줄 사람들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한국인들도 추가되면서 인원은 계속 늘어나 거의 15명이 되었다. 술자리 아뜰리에를 위해 요리는 내가 미리 해가서 그곳에서 데우거나 아니면 현장에서 만들어야 했기에 준비할 것들이 있었다. 인원은 15명이지만, 술안주로 배울 채울 정도로 많이 먹지는 않을 테니, 그렇게 많이 준비할 필요는 없어서 큰 부담은 없었다. 미리 김치를 볶아둬서 두부김치를 준비했고, 제육볶음도 미리 볶아가서 현장에서 데우기로 했다. 콘치즈도 마요네즈에는 미리 버무려가고, 현장에서 치즈만 뿌려 녹일 수 있도록 준비했다. 떡볶이도 미리 만들었다. 도착해서 해야 할 것들을 미리 리스트를 만들었다. 제육볶음을 데우고, 콘치즈에 치즈를 뿌려 오븐에서 치즈를 녹여주고, 냉동튀김을 오븐에 구워내 주고, 두부김치를 위한 두부를 따뜻하게 데우고- 전을 바삭하게 구워낸다.
6시에 시작하는 클래스에 약 10분 일찍 도착하여 서둘러 준비를 했다. 6시쯤부터 사람들이 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에게 각자 마실 술을 챙겨 오라고 안내했기에 각자 챙겨 온 술을 꺼내더라. 약 15분에 걸쳐 모든 요리를 완성해서 테이블에 세팅을 마친다. 먼저 한국 술 에전에 대해 설명해 준다. 원래는 요리를 마저 준비하고 내가 미리 만들어둔 자료를 나눠주고 통역을 해주는 선생님께 설명을 부탁하려 했다. 그런데 요리를 하며 지켜보니, 통역해 주는 선생님이 한국의 술 예정을 잘 모르셔서 계속 자료를 보며 하시다 보니 진행이 더디고 분위기가 안나더라. 그래서 도와주던 다른 분께 요리를 맡기고 내가 직접 나섰다.
먼저 술을 따를 때 자세를 보여줬다. 두 손으로 잡거나, 한 손으로는 잔을, 다른 손으로 바닥을 잡거나, 팔을 잡거나 허리를 감싸거나 하는 다양한 자세를 알려준다. 그런 후, 마실 때는 윗사람의 반대방향으로 몸을 돌려서 마시는 모습을 보여준다. 소주를 따르면서 병에 외오리를 만드는 것도 보여준다. 모두 신기해하고 재밌ㅇ 했다. 나는 보통 마구 흔들어 회오리를 만들곤 했지만, 이날을 준비하며 찾아보니 6시-1시-12시 방향으로 재빠르게 탁탁탁 돌리면 회오리가 생긴다더라. 그대로 따라 해보니 회오리가 쉽게 잘 만들어졌다. 그렇게 사람들에게 회오리를 직접 만들어보도록 소주병을 건네주기도 하였다.
간단한 한국 술 예절들에 대해 설명을 마친 후에는 술안주와 술의 페어링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모든 안주를 상위에 차렸다. 사람들이 "와우~"하는 소리를 낸다. 떡볶이와 고구마튀김, 파전, 두부김치, 어묵탕, 콘치즈, 제육볶음을 모두 상 한가운데 차린다. 사실 술에 어울리는 안주에 대한 것은 내 의견이 많이 반영되었다고 하겠다. 사실 페어링에 정답은 없는데 말이다. 지극히 내 개인적인 취향대로 준비한 설명이었다. 보통 튀김은 맥주와 함께 먹는다고 말해준다. 기름진 것이 맥주와 잘 어울린다고 말이다. 파전은 막걸리가 국룰임을 알려준다. 그런 후, 매콤한 요리들은 주로 소주와 잘 어울리고, 국물요리는 요리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보통은 소주임을 알려주었다. 그러자 사람들이 그럼 어떤 요리는 보통 무엇과 마시는지 하나하나 자세히 물어보곤 했다. 프랑스 사람들은 질문을 잘한다.
그렇게 간단한 설명을 마친 후에는 술게임을 하며 술을 마시기 전에 먼저 배들을 채울 수 있도록 음식을 맛보는 시간을 갖게 했다. 사람들이 음식을 덜어가서 맛보기 시작했다. 의외로 두부김치가 아주 인기가 좋았다. 사람들이 두부김치가 너무 맛있다 했다. 외국에서 한식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겐 역시 김치가 최고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안주를 먹으며 술을 한두 잔씩 원하는 것들로 마시기 시작했다. 술은 사람들에게 가져오라고 했다. 누군가는 소주를 사 오기도, 누군가는 막걸리를 사 오기도 했고, 대부분은 와인을 챙겨 왔다. 그렇게 술 또는 물을 마시며 모두 어느 정도 배를 채운 후, 이제 술게임을 할 시간이 되었다.
이 술게임을 준비하기 위해 여러 유튜브를 봤다. 그런데 막상 하려니 사람들이 너무 어려워할 것 같았다. 제일 먼저 가장 쉬운 눈치 게임을 한다. 한국어, 영어, 프랑스어로 말하는 숫자가 뒤섞였다. 각자 자기가 편한 언어로 숫자를 말한다. 눈치게임인데도 조금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아무래도 낯설어서 그런 듯했다. 간단한 4박자로 손뼉 치며 하는 게임들을 해보려 했지만, 이 날 도와주기 위해 온 젊은 한국 분이 자기 외국인 친구들도 이걸 너무 어려워했다고 했다. 그래서 쉽게 369 게임을 해본다. 속도가 계속 느려서 박진감이 안 느껴지는데도 중간에 실수들로 계속 걸렸다. 조금이라도 더 어려운 게임은 완전 무리겠다 싶었다. 중간에 벌칙에 걸렸을 때 다른 한국인들과 나와 함께 노래를 같이 불러주곤 했다. 사람들이 따라 하진 못하지만 즐거워했다.
동구밖~과수원~샷
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 할 거야~
술게임은 맛보기로만 보여준 후 그만하기로 했다. 그냥 서로 대화하며 술과 남은 안주들을 먹는 시간을 가졌다. 원래 이 아뜰리에는 6시에 시작하여 8시에 끝나는 거였다. 8시에는 아무도 가지 않았고, 9시쯤 되니 일부 사람이 갔지만 대부분 10시까지 남아서 시간을 보냈다. 그 후에는 모두 함께 치우는 것을 도와주었다. 너무 피곤했는데 고맙게도 우리 집 근처에 사는 참가자분이 태워다 준다고 했다. 덕분에 편하게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술 아뜰리에는 전부터 해보고 싶던 거였다. 술 게임도 더 많이 준비했는데, 사람들이 충분히 게임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쉽긴 했다. (개인적으로 술 게임을 좋아하진 않지만 말이다...) 그래도 다양한 안주들을 모두 즐겼고, 다들 모든 요리가 맛있다고 했다. 2023년의 마지막 아뜰리에도 무사히 마쳤다. 역시나 이번에도 성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