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김치 담그기 아뜰리에
2024년이 되었다. 이미 12월에 1월에는 한식 쿠킹클래스에서 김치 담그기를 해보자며 얘기를 이미 마쳤었다. 다. 1월이 되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 내가 한국으로 돌아가는 게 정해졌다. 3월에 프랑스에서의 계약이 끝나는 상태였기에 12월부터 다음 갈 곳을 찾기 위해 지원서도 여기저기 넣고 운 좋게 인터뷰 기회도 좀 있었다. 그러다 한국에서 좋은 오퍼를 받았고, 이런저런 요소들을 고려한 끝에 그곳에 가는 것이 지금으로선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오퍼를 수락했다. 그렇게 갑작스럽게 정해진 탓에, 지난 9월부터 시작하여 6월까지 매달 한 번의 쿠킹클래스를 하는 1년의 정기 클래스를 모두 마칠 수 없게 되었다. 문제 될 것은 없었다. 처음에 이것을 수락할 때부터, 내 계약이 24년 3월까지라 그 이후에 스트라스부르에 머물지/ 다른 곳으로 가게 될지 확실치 않다고 분명히 전달했고, 내가 할 수 있는 날까지만 하면 후에는 다른 이를 구해서 이어나가겠다고 했었다. 그러니 문제 될 것은 없었다. 다만 이 즐거운 쿠킹클래스의 기회가 이제 딱 세 번 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날 아쉽게 했다. 남은 기회가 몇 번 없는 만큼 최선을 다해 준비해서 사람들이 즐겁게 배워가게 해야겠다 다짐했다.
사람들과 김치 담그기를 준비하는데 가장 어려운 점은 절인 배추를 준비하는 점이다. 김치 담그기를 문의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었다고 했고, 최소 10명은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고 있는데 그 사람들을 위해 배추를 미리 다 절여놓는 것은 배추를 사 오는 것부터 절여두는 것까지 모두 조금 벅찬 일이었다. (무엇보다 나는 차가 없어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 고민 끝에 내가 찾은 해결방안은 통배추로(물론 반으로 자르긴 하겠지만) 김치를 담그는 게 아니라 배추를 잘라서 맛김치로 담그는 것이었다. 그러면 1인당 챙겨갈 배추의 양도 줄일 수 있을 것 같아서 절여두기도 한층 수월할 것 같았다. 먼저 한글학교 교장선생님에게 아뜰리에 장소에 하루 미리 가서 밤새 배추를 절여둘 수 있는지 확인을 했다. 가능하다고 했다. 그럼 계획대로 진행할 수 있겠다 싶었다. 계획을 세우고, 홍보용 포스터를 만들었다. 구글에서 무료 김치이미지를 구해 포스터를 완성한다. 사람들이 얼마나 올지 궁금했다. 경제적 상황이 여의치 않는 한글학교를 조금이나마 더 돕고자, 돈을 더 받을 수 있는 방법으로 5유로를 더 내면 두 가지김치를 만들 수 있게 홍보하기로 했다. 먼저 사람들에게 배추/무(깍두기) 중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 물어보고, 두 가지를 다 하고 싶다면 +5유로를 내게 하는 것이었다. 레시피는 미리 준비되어 있었다. 1월에 김장 담그기를 할 것을 미리 계획했었기에 그전에 내가 먹을 김치를 담그면서 레시피를 확인하고 미리 준비해 뒀었다. 이제 참석인원이 정해지면, 사람 수에 맞게 김치 담글 재료들을 장 보면 되는 거였다. 김치만 만들어서 가져가기에는 아쉬우니 갓 담근 김치와 함께 맛볼 수육과 칼국수도 준비하기로 했다.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안내가 됐다.
금요일에 아뜰리에를 하는데 그 주 화요일에 이미 12명의 신청자가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중 절반의 사람이 배추/무 모두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이왕 사람 받는 거 15명까지 받자고 하고 바로 다음날쯤 15명 최종 인원이 확정되어 모집을 마감했다.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사람 수가 많아 긴장되기도 했다. 김장 재료들을 한 번에 장보기도 어려워 두 번에 걸쳐 장을 봐왔다. 목요일 퇴근 후에 배추를 들고 아뜰리에 장소로 갔다. 혼자 다 사 오지 못한 배추를 교장선생님이 조금 더 사 오셨다. 김치를 적당한 크기로 모두 잘라 소금물 염도 15% 정도에 푹 담가두었다. 다음날이면 충분히 절여져 있을 것이다.
금요일 아침에는 아뜰리에를 위해 가져갈 김장 재료들이 많아서 짐이 한가득 이었다. 다행이라면, 최근 버스 노선이 연장되면서 내 연구소에서 아뜰리에 장소 근처까지 바로 가는 버스가 생긴 것이었다. 하지만 버스에서 내려 걸어가는 10분의 시간이 참으로 힘들었다. 끙끙 거리며 물건들을 모두 챙겨 아뜰리에 장소에 도착했다. 내 목표는 1시간 안에 김장을 마치고, 그 후에 만든 김치로 보쌈과 칼국수를 먹는 것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오기 전에 미리 된장수육을 불 위에 얹는다. 칼국수를 위해 멸치, 다시마 육수도 만들기 시작한다.
6시가 되니 사람들이 모인다. 금세 15명의 참석자가 모두 모여 바글바글해졌다. 사람들이 도와주며 필요한 채소들을 씻고 손질을 함께 했다. 그런 후, 큰 테이블에 모두 함께 모여 김장 담그기를 설명하기 시작한다. 내가 미리 준비해 온 레시피 노트를 나눠준다. 레시피 노트를 한 번 보더니 한 명이 자신이 새우 알레르기가 있어서 새우젖을 먹을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요리 시연에서 보여주는 김치로는 모두 김치 담그기를 만든 후, 함께 먹을 것이었는데 알레르기가 있다고 하여 새우젓을 빼고 액젓만으로 시연을 하기로 했다. 먼저 사람들에게 알레르기 있는 사람이 있어 새우젓을 제외하고 만들 것이지만- 각자 자기 요리 만들 때는 새우젓을 레시피대로 넣으면 된다고 안내했다.
먼저 절여진 배추를 보여주고 어떻게 절였는지 설명을 해준다. 그 후, 찹쌀풀을 만드는 것을 보여주었다. 물에 찹쌀가루를 넣고 계속해서 저어주면 금세 완성된다. 그런 후, 고춧가루를 넣는다. 다 식지 않은 찹쌀풀에 고춧가루를 넣으면 더 잘 불릴 수 있다. 항상 찹쌀풀이 다 식을 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런 후, 다진 마늘 (미리 냉동 다진 마늘을 사 왔다... 이 모든 사람들을 위해 마늘을 다질 용기가 없었다.), 생각, 단맛을 위해 설탕 (간단하게 설탕을 넣는다. 과일을 갈아 넣거나 하는 것은 너무 번거롭다), 그런 후 액젓, 새우젓을 넣고 양념을 한다. 양념의 맛을 보고 만족스럽다면, 여기에 썰어둔 쪽파를 넣고 절여둔 배추를 넣어 양념을 버무린다. 사람들이 김장을 시작하기 전에, 깍두기용으로 무를 잘라서 절여둔다. 깍두기 무는 1시간 정도만 절여도 나쁘지 않기에 김치를 바로 담글 수 있을 것이었다. 먼저 배추를 담근 후, 1시간 뒤에 깍두기를 담그면 됐다. 사람들이 그릇을 하나씩 들고 내 안내에 따라 직접 양념을 위한 재료들을 넣고 만든다. 배추를 버무리기 전에 내가 물어본다.
나: Did you taste it? (맛보셨어요?)
프랑스인: yes, I did. It's good (네, 맛있어요)
나: Can I taste it a litte bit? (제가 맛 좀 봐도 될까요?)
프랑스인 of course (물론이죠)
그런 후 맛을 보면... 어딘가 부족하다. 단맛이 부족하거나, 액젓이 부족하거나, 마늘이 부족하거나 밸런스가 조금 어긋나 있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재료를 넣을 때, 재료마다 준비되어 있는 스푼의 크기가 달라서 아마 모두 다른 비율로 재료를 넣게 된 것 같았다.
나: Can I help your seasoning? I think, it would be better with some more ingredients. (제가 좀 도와드려도 될까요? 재료들을 좀 더 넣으면 더 나을 거 같아요.)
그러면 다들 물론이라고 한다. 내가 맛을 다시 보고, 김치 양념맛을 위해 이것저것 더 넣어서 섞어본다.
나: "Try it again :)"
프랑스인: (김치 양념 맛을 보고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You're right. It's way better. Thank you so much" (당신 말이 맞아요. 훨씬 맛있어요.)
15명 중,.. 13명 정도의 양념이 그랬다. 아무래도 김치 맛에 대한 기준점이 (특히 익지 않은 생 김치의 양념에 대한) 잡혀있지 않기 때문에 어떤 맛이 맛있는 것인지 아직 잘 모르는 듯했다. 그렇게 배추김치 양념을 도와주고, 이후 깍두기를 담그는 시간이 되었다. 배추를 해봤기 때문에 다들 깍두기는 금세 담갔다.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김치 담그기를 마치고는 테이블을 정리하고, 요리한 칼국수와 된장삼겹살수육을 잘라 식탁에 차려내고 시연 때 만든 김치를 곁들여 낸다. 사람들이 맛을 보기 시작한다. 된장수육이 인기가 아주 좋았다. 사람들이 너무 부드럽다며 어떻게 만든 거냐고 묻곤 했다.
김장 담그기는 성공적이었다. 모두가 너무 즐거워하면서 거의 밤 10시까지 (클래스 자체는 오후 6시-8시 일정이다) 남아서 서로 대화를 하며 남은 칼국수도 먹고, 된장수육을 끓인 육수에 된장칼국수까지 만들어 또 대접했다. 모두가 충분히 즐겼다는 사실이 뿌듯했다. 지금까지 실패한 클래스가 없었다. 처음에 와서 만족했던 사람들이 계속 참가하기도 했고, 그중 몇몇의 사람들과는 제법 친해져서 어쩌면 "친구"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하는 사이가 되기도 했다. 우리 집 근처에 사는 사람이 있어서, 짐도 있을 테니 집까지 태워다 준다 해서 집까지도 쉽게 도착할 수 있었다.
외국인들은 한국 음식 중 확실히 김치에 가장 관심이 많다. 한국의 가장 기본적인 요리고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이기에 한국 문화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자들은 모두 김치를 알았다. 그들은 주로 마켓에서 사 먹었지만 먹어보며 김치에 빠질수록 김치를 직접 담그고 싶은 욕심들이 생기는 모양이었다.
며칠 후, 김치가 익어갈 때쯤 한 두 명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김치가 퍼펙트하다고 했다. 그 후에도 만났던 다른 사람도 내게 그때 김치가 너무 맛있었다고 했다. 모든 게 거의 모두 내 계획대로 차질 없이 진행된 성공적인 클래스였다. 나의 만족감만이 아니라, 수익금도 역대 최고였다. 이렇게 즐겁기만 한 쿠킹 클래스의 기회가 이제 겨우 두 번 남았다는 사실이 정말이지 너무 아쉬웠다.
배추김치 만들기
-기본 재료: 배추, 소금, 쪽파
-양념재료: 찹쌀가루, 고춧가루, 다진마늘, 생강, 새우젓, 액젓 (피쉬소스), 설탕
-만드는 법
1. 배추 절이기 (배추 1포기: 물 2L: 소금 200~300 g)
1) 배추를 염도 10~15%정도의 소금물로 최소 12시간 절여준다.
2) 단단하던 배추가 절여져서 손으로 구부려질 정도가 되면 절여진 배추를 찬물로 씻고, 체에 받쳐 물기르 ㄹ뺀다.
* 배추를 절이는 이유는: 삼투현상으로 배추의 수분이 배추 밖으로 빠지게 함. 충분히 절여지지 않고 김치를 담그면, 배추 속에서 수분이 빠져나와 맛이 떨어진다. 또한 수분을 제거하여 세균 번식을 억제 효과도 있다.
2. 찹쌀풀 만들기
1) 냄비에 물 200 ml를 넣고 찹쌀가루 1큰술을 넣는다.
2) 계속 저어주면서 끓여준다.
3)끈적한 느낌으로 불투명해지면 완성!
*찹쌀풀을 넣는 이유는? 김치를 발효시키는 미생물에게 영양분을 보충시켜줌.
*밀가루를 사용해도 됨
3. 양념 만들기
1) 무를 채썰어 준비해준다. 소금을 조금 뿌려 절여서 수분이 조금 빠지게 10분 정도 놔둔다.
2) “찹쌀풀10/고춧가루10/다진마늘4/생강0.5/설탕5/피쉬소스5~7/새우젓1” 잘 섞어준다. (간을 보고 취향에 따라 설탕, 피쉬소스의 양을 조절한다.) 새우젓이 없다면 피쉬소스를 더 넣어 간을 맞춘다.
3) 채 썰어 절였던 무와 썰어둔 파를 넣고 양념을 잘 섞는다.
4. 배추와 만들어둔 양념을 잘 섞는다. 김치 완성! 김치의 윗면에 랩으로 덮어줘서 공기와의 접촉을 막아주는 것이 좋다.
*랩을 씌워 공기를 막아주는 이유는? 김치 속 유익한 유산균들은 공기를 싫어하는 균들인 반면, 유해한 균들은 공기를 좋아하는 세균들이다. 따라서 유해한 세균의 번식을 막기위해 김치를 꾹꾹 눌러 담고 윗면에 랩을 씌워 공기와의 접촉을 최소로 줄여준다.
***김치 보관법
1) 김치를 병이나 통에 담을 때는 꽉 채워서는 안 된다.
김치는 발효가 되면서 국물이 생기고 작은 기포가 올라온다. 부피가 팽창하기에 꽉 눌러 담은 경우 뚜껑이 터질 수 있다. (넘칠 수 있다.) 넉넉한 용기에 공간이 남도록 담아줘야 한다.
2) 김치를 빨리 먹고 싶다면, 실온에서 놔둬서 완전히 익도록 보관한다. (김치가 익으면 국물에 기포가 생긴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잘 모르겠다면, 열어서 맛을 보자.) 김치가 익은 후에는 냉장고에 넣어 보관해야 더 이상 익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계속 실온에 보관하는 경우, 너무 시어져서 먹기 어려워질 수 있다.
깍두기 만들기
1. 무를 큐브 모양으로 최대 2x2x2 cm 정도로 잘라준다.
2. 소금을 뿌려 무를 절여준다. (큰 무 한 개: 소금 1C: 물 3C) ~1시간
3. 절여진 무를 찬물에 2~3번 씻어주고 물기를 빼준다.
4. 양념을 만든다. 찹쌀풀10/고춧가루10 /다진마늘 4/생강0.5/설탕5/피쉬소스5~7/새우젓1
5. 파를 무의 길이정도로 작게 잘라주고, 양파를 무와 같은 사이즈로 잘라서 함께 넣어줘도 좋다.
6. 물기를 빼 준 무와 양념을 모두 잘 버무린다.
7. 통에 담아 발효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