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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Apr 16. 2024

나의 마지막 쿠킹 클래스는 프랑스인들과 코리안 BBQ!

2024년 3월, 한국 BBQ 아뜰리에

1월에 크리스마스 휴가 겸 한국에 갔다가 돌아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결정되었다. 3월 말에 계약이 끝나기에 다른 곳을 알아보고 있다가 한국에 좋은 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 갑작스럽게 정해져서 즐겁게 하던 월 1회의 한식 쿠킹 클래스가 3월이 마지막이게 되었다. 그래서 한국행이 결정된 후, 1월, 2월, 3월의 메뉴를 고심하여 정했다. 마지막은 참가해 준 사람들과의 파티 같은 자리를 갖고 싶었다. 그래서 결정한 메뉴가 바로 코리안 바비큐! 삼겹살과 같은 고기들을 굽고 쌈재료들을 준비해서 쌈을 싸 먹는 거였다. 삼겹살만 구우면, 요리가 아니니 다른 고기 양념들도 알려주기로 한다. 간장만 하면 아쉬우니, 매콤한 고추장 양념도 하나 알려주고- 쌈채소로 곁들일 재료들은 내가 좋아하는 재료들로 하기로 한다. 쌈무, 콩나물, 파절이, 김치다. 여기에 추가로 홈메이드 쌈장 만드는 법을 알려주고 (이곳 아시아마켓에 파는 쌈장이 내 입맛에 맛이 없었다.) 고기 먹고 먹어줘야 하는 된장찌개까지 만들기로 한다. 이렇게 뭘 만들지 정해지고는 홍보자료를 만들었다. 마지막이기에 최대한 많은 사람이 모이길 바라면서 조금 정성스레 만들었다. 홍보를 시작한 첫날 바로 4명이 등록했다. 그런 후, 조금씩 느리지만 사람이 조금씩 모였다. 중간에 내가 친구들을 초대해 요리해 준 한국 고기와 쌈 재료들을 영상으로 찍어서 다시 한번 홍보했다. 그렇게 클래스가 있는 주 수요일쯤 15명이 모였다. 더하고 싶지만 공간이 넉넉지 않을 듯하여 모집을 마감하기로 했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뿌듯했다.

김치구이를 위해 금요일에 있는 아뜰리에를 위한 김치를 주말에 미리 담가두고 실온에서 익혔다. 또한 쌈무를 당일에 만들어서는 충분히 절여지지 않기 때문에, 미리 쌈무도 만들어 냉장고에 보관했다. 참가 인원이 15명이라 고기를 충분히 준비하는 게 제일 큰 과제였다. 인당 어느 정도의 고기가 충분할지 고민한 끝에, 인당 삼겹살 한 줄에 목살 반덩어리쯤으로 계산하고 고기를 준비했다. 내가 장을 봐서 전부 들고 가기에 너무 무거울 것 같아 통역을 해주는 한글학교 교장 선생님께 삼겹살을 부탁했다. 매번 클래스에 참석하는 F가 (나와 5분 거리에 산다) 자기가 가는 길에 나를 픽업해서 가줄 수 있다고 했다. 나는 일단 짐을 싸보고 가져가기 버거우면 그때 연락을 줘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항상 짐을 챙기기 전까지는 '별로 안 무거울 거 같은데?' 하는 생각을 하고, 나의 생각은 언제나 빗나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원래는 짐을 챙겨서 출근길에 그대로 가져가서 냉장고에 보관한 후, 퇴근길에 버스를 타고 갈 계획이었다. 그런데 아침에 출근길에 가져가려고 짐을 들어보는데, 어이쿠, 이건 안될 것 같았다. 이걸 들고 출근하면 땀범벅이 가 될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집에 그대로 두고, 서둘러 퇴근해서 집에서 F의 차를 타고 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F에게 우리 집 앞에서 퇴근 후에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는 가벼운 손으로 출근을 했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와 짐을 챙긴 후 나를 기다리던 F와 함께 클래스 장소로 향했다. 차를 타고 가니 무거울 것도 없이 너무 편했다. 프랑스에 와서 한국 면허증을 프랑스 면허증으로 바꿨지만, 장롱면허이기에 운전을 안 했다. 진작 운전 연습을 좀 했으면 더 편한 생활을 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생겼다. 쿠킹 클래스에 도착한 후, 요리할 순서대로 재료들을 준비한다. 모든 준비가 끝나면 바로 고기를 먹고, 밥도 곁들일 수 있도록 사람들이 오기 전 밥을 위해 쌀을 미리 불려둔다. 6시에 맞춰 사람들이 하나 둘 오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중 가장 많은 인원인 15명의 참가자에, 나와 통역해 주는 교장선생님, 그리고 도와주러 온다는 한글학교 선생님 한분- 거기에 마지막으로 내가 떠난 후 쿠킹클래스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분까지 총 19명이 모이는 자리였다.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점점 바글바글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내 연구실 동료 한 명도 참가했다. 이탈리아인인 L은 내가 포트락파티에 한국 음식을 가져갈 때마다 너무 맛있다며 엄지 손가락을 추켜올리며 칭찬을 해주던 친구이다. 내가 쿠킹 클래스를 한다는 것을 알고는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시간이 맞지 않아 기회가 없었다. 그러다 다행히도 이번 마지막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사람들에게 레시피를 나눠주고, 오늘의 간략한 진행 순서를 설명한다. 그런 후, 먼저 고기 양념하는 것을 보여준다. 내가 미리 돼지고기를 간장 양념과 고추장 양념에 재워왔지만 직접 재우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기에 추가로 고기를 준비해 왔다. 갈아 만든 배를 사용해서도 고기를 재워봤지만, 갈아 만든 배에서는 과일의 효소들이 아무래도 활성을 잃었을 테니 고기의 연화작용이 일어나지 않더라. 그래서 이번에는 아시아마켓에서 한국 배가 팔기에 비싸지만 한국배를 준비해 왔다. 배를 갈아서 배즙을 만들고, 간장, 다진 마늘 등의 기본 재료를 넣어 간장 양념에 고기를 재운다. 재빠르게 끝내고는 바로 다음 메뉴인 고추장 양념으로 넘어가서 고기를 재운다. 아주 쉽게 고기 양념은 끝이 났다. 그다음으로 쌈에 곁들여 먹을 것들을 준비한다. 사람들에게 파채를 (대파가 없어서 리크로 대체했다.) 썰게 하고, 쌈무용으로 무도 썰게 하며 직접 참여할 수 있게 했다. 파절이를 만들고, 얇게 저민 무를 식초물을 만들어 절여둔다. 콩나물도 데쳐내어 콩나물도 양념하여 쌈채소에 곁들일 재료들을 준비했다. 그다음으로는 고기쌈에 고기 다음으로 중요한 쌈장 차례였다. 사람들에게 맛을 비교할 수 있도록 이곳 아시아 마켓에서 사 온 쌈장을 보여주고, 한국 요리를 하기 위해서는 고추장과 된장을 살 텐데, 굳이 쌈장을 살 필요 없이 만들 수 있는 방법을 보여주기로 한다. 그렇게 쌈장까지 완성해 내고는 된장찌개 끓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오랫동안 끓여주면 맛이 우러나니 가만히 놔두기로 하고 이제 만든 재료들을 테이블로 옮겨 상을 차리고 고기를 굽기로 한다.

그릴은 총 3개가 있었는데, 도와주러 오신 한글학교 선생님 한 분이 한 개를 담당하고 나는 다른 그릴 하나를 담당했다. 먼저 양념이 없는 삼겹살을 굽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옆에 버섯도 얹고, 양파도 얹고, 김치와 콩나물도 올리고는 함께 구워냈다. 사람들에게 한국인의 최애 주방도구인 가위로 고기 써는 법을 보여준다. 익숙해지면 이보다 편한 게 없을 거라 얘기해 준다. 고기가 다 익으면 접시에 옮겨주고 나는 고기를 계속 굽고 사람들은 맛을 보게 한다. 다들 맛을 보면서 "음~"하며 즐긴다. 모두 고개를 끄덕거리는 걸 보아 맛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후에는 이제 양념을 차례였다. 간장 양념을 먼저 구워주고 그 후에는 고추장 양념 고기도 구워내 준다. 사람들이 양념 고기를 삼겹살보다도 더 잘 먹었다. 양념이 너무 맛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곁들임 음식들도 모두 아주 잘 먹었다. 하나 둘 바닥을 보며 가져온 것을 더 꺼내기도 했다. 얼마 전 만났던 한국 지인이 전년도에 명이나물을 수확해서 담가둔 명이 장아찌가 있다고 하여 얻어온 것도 같이 꺼내줬다. 다들 신기한 듯하나 둘 모두 맛보고 있었다. 직접 담가온 김치도 아주 잘 먹었다. 아마도 가장 인기가 없는 것은... 된장찌개였던 것 같다. 된장찌개에 고기 같은 것을 넣지 않고 익혀서 아무래도 맛이 좀 덜 진했는지 사람들의 반응이 별로 없었다. 조금 아쉬웠다. 차돌박이라도 넣었으면 다들 반해서 먹었을 텐데.


사람이 15명 이상이 있다 보니 한 곳에 모여 다 함께 먹으며 즐기는 것보단 서로 마음이 맞는 사람들이 하나 둘 그룹으로 모여서 대화를 나누며 음식들을 계속 즐겼다. 그렇게 음식을 즐기면서 모두 끊임없이 대화를 했다. 원래 아뜰리에는 2시간 과정이다. 저녁 6시에 시작하여 8시에 마치는 것인데, 8시는 한참 지났고 10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몇몇이 가져온 술도 있어서 같이 곁들일 수 있었다. 술이 있다고 마셔라~마셔라~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그저 곁들이는 정도기에 아무도 취하지 않는다. 10시쯤 되니 다들 이제 좀 늦었다는 생각이 드는지 뒷정리를 하려 한다. 모두가 함께 뒷정리를 하여 금세 정리할 수 있었다.


나는 조금 피곤했다. 참가자가 많아서 걱정된 것도 있었고 아무래도 마지막이라 잘하고 싶은 마음에 조금 긴장을 했던 것 같다. 마치고 집에 도착하니 (이날도 근처에 사는 F가 집까지 태워다 줬다! 고마워요-) 너무 피곤해서 그대로 뻗어버렸다. 이렇게 피곤함을 몰고 온 마지막 아뜰리에는 그 어느 때보다 사람들이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피곤함을 넘어 뿌듯함이 훨씬 컸다. 더 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그래도 한 달에 한 번씩 진행하며 총 10개월 동안 진행한 이 쿠킹 클래스는 내가 그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경험을 하게 해 준 좋은 시간이었다. 또한 이 클래스를 통해 새로운 이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중 몇몇과는 아직까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즐거움, 뿌듯한, 새로운 경험, 인연 등 많은 것을 가져다준 프랑스에서의 10번의 쿠킹 클래스는 언제까지나 기억에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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